글쓴이 : 이희순 | 날짜 : 15-12-10 00:08 조회 : 1417 |
| | | 1956년 병신년, 5월15일에는 정․부통령 선거가 있었고 전국 동시 지방선거로 홍역을 치른 ‘선거정국’이었다. 2016년 병신년에도 총선이 기다리고 있어 묘한 여운을 안겨준다. 당시 대통령에 출마했던 해공 신익희 선생은 선거유세차 이리로 내려가던 길에 뇌일혈로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이승만은 5,046,437표를 얻어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이기붕을 물리치고 당선된 장면 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장을 나오다가 총격을 받았다. 다행히도 총알은 손바닥을 관통하는 데 그쳤다한다. 정초에는 부산에서 여수로 향하던 370톤급 여객선 태산호가 삼천포 앞바다에서 불이 나 승객 6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한편, 육군 특무대장 김창룡 소장이 출근하던 중 괴한에게 다섯 발의 총탄을 맞고 현장에서 숨을 거둔 사건도 있었다. 김창룡은 일제 관동군 오장출신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은 인물이었다.
1896년의 병신년은 고종33년에 해당된다. 이때부터 조선은 태양력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해 조선의 총 세입은 4,809,000원이었는데 당시 쌀 한가마(80kg) 가격은 360.8원이었으니 세입을 쌀로 환산하면 13,329가마이다. 그해 12월 한성부에서 전국의 호구와 인구를 올렸는바 총155만 9651호에 653만 8,207명이 거주하였다. 1836년의 병신년은 조선 헌종 2년이었다. 다산 정약용이 74세를 일기로 별세하였으며 김대건이 프랑스 신부 모방에게 세례성사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되었다. 1776년 병신년에는 영조대왕이 향년 83세로 붕어하셨고 3월에 정조가 즉위하였다. 미국이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지구상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탄생한 해이기도 하다.
병신년 원숭이 해.
해가 바뀔 때마다 병오년은 붉은 말의 해다, 을미년은 청양의 해다하며 호들갑을 떠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별 쓸데없는 이야기다. 십 천간(天干) 가운데 갑을(甲乙)은 목(木)이니 청색이고, 병정(丙丁)은 화(火)이니 적색이며 무기(戊己) 토(土)는 황색이고 임계(壬癸) 수(水)는 흑색을 표방한 데서 생긴 말이다. 목화토금수의 오행(五行)이 나타내는 청적황백흑의 다섯 가지 색을 오방색(五方色)이라 하는바 오행이 동서남북과 중앙의 다섯 방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십 천간에 대응하는 12지는 인묘(범, 토끼)가 동방 목이요, 사오(뱀, 말)은 남방 화이며 신유(원숭이, 닭)는 서방 금이요, 해자(돼지, 쥐)는 북방 수에 해당한다. 나머지 진술축미(용, 개, 소, 양)는 토에 속한다. 또한 동방 목은 봄, 남방 화는 여름, 서방 금은 가을, 북방 수는 겨울에 해당하며 중앙 토는 사계절에 모두 해당되기도 한다. 목, 화, 금, 수가 한 결 같이 토(땅, 지구)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이다. 하늘과 땅의 기운은 음양과 오행으로 이루어져 서로 상생과 상극을 거듭하며 운행하고 있다.
병신년(丙申年)의 병(丙)은 태양의 화(火)이다. 태양의 본성은 빛과 열에너지이다. 강물이나 바다를 만나면 윤슬이 반짝이듯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며 초목을 만나면 아낌없이 에너지를 제공하여 성장과 결실로 인도한다. 대지에는 공평하게 온기를 내려준다.
화(火)는 오상(五常)의 예(禮)에 해당한다.
불길이 거세면 오만방자하고 무례하여 안하무인이 되기 십상이고 불길이 미약하면 의기소침해지고 천박해지기 마련이다. 참고로, 동방 목은 오상(五常)의 인(仁)에 해당하며 서방 금은 의(義), 북방 수는 지(智)에 해당한다. 조선의 한양 도성은 음양오행의 원리를 엄격하게 지켜 설계되었다. 예(禮)에 해당되는 남방에는 숭례문(崇禮門)을 두었고, 인(仁)에 해당하는 동쪽에는 흥인지문(興仁之門)을, 의(義)에 해당되는 서쪽에는 돈의문(敦義門)을, 지(智)에 해당하는 북쪽에는 숙청문(肅淸門)을 두었다. 북문이 왜 ‘지(智)’가 들어가지 않은 숙청문(뒤에 숙정문으로 개칭됨)으로 명명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북쪽은 음기가 성한 여자의 방위이고 북방 수(水)이므로 ‘청(淸)’으로 대신하되 ‘숙청(肅淸)’ 즉 북방을 엄숙히 관리한다는 의미로 삼지 않았을까하는 것이 필자의 추측이다. 또한 숙청문은 대문이 아니라 소문으로 건축하였으며 평소에는 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광화문은 무슨 문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광화문(光化門)은 경복궁의 남문이다. 경복궁의 동문은 건춘문(建春門), 서문은 영추문(迎秋門), 북문은 신무문(神武門)이다. 빛〔光〕은 남방 화(火)의 표상이며 ‘춘(春)’은 동방의 계절 봄이다. ‘추(秋)’는 가을로 서방에 해당하니 서쪽 문을 영추문(迎秋門)으로 정한 것이며 북쪽 신무문(神武門)의 ‘무(武)’는 북방의 신 현무(玄武)를 상징한다. 동서남북의 사신(四神)은 동 청룡(靑龍), 서 백호(白虎), 남 주작(朱雀), 북 현무(玄武)이다. 사신의 첫 글자 청, 백, 주, 현은 청색(동)과 백색(서), 적색(남)과 흑색(북)을 표상한다. 군왕은 어좌가 베풀어진 명당(明堂)에서 정사를 살폈으니 오상(五常)의 신(信)에 해당하는 중앙이다. 이는 음택(陰宅)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세인은 동서남북의 방위를 평면으로 단정하여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수가 많으나 크게는 우주공간, 작게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염두에 두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가령 고인의 영전에 헌화할 때, 꽃의 방향을 두고 설왕설래하는데 꽃의 줄기가 헌화자 쪽을 향하도록 해야 옳다. 꽃봉오리를 헌화자 쪽으로 놓는 것은 영전을 평면으로 착각하는 데서 생긴 오류이다.
이야기가 옆길로 샌 김에 사주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보자.
사주란 사람의 생년, 생월, 생일, 생시의 네 기둥을 뜻하는데 이 네 기둥이 각각 천간과지지 두 글자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팔자(八子)라고 한다. 그런즉 ‘사주팔자(四柱八字)’이다. 하늘의 기운인 천간과 땅의 기운인 지지가 서로 상통하여 마치 기둥처럼 연결되어 있기에 ‘기둥 주(柱)’자를 쓰는 것이라 생각된다. 고작 여덟 자를 가지고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은 인간의 운명을 살펴본다는 게 언뜻 보면 어불성설인 듯하다. 그러나 육십갑자이니 생년이 60가지요 생월도 60가지, 생일과 생시도 각각 60가지이고 생월은 다시 초순과 중순과 하순으로 나뉘니 경우의 수는 무려 60×60×60×60×3=38,880,000가지나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태어난 곳의 산천지기가 그 사람의 성격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조상의 음덕이 그의 운명에 상당한 작용을 하게 되니 지상 70억 인구의 사주가 단 한사람도 같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가령, 첩첩산중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한 사람은 첩첩산중의 성격을 닮을 수밖에 없고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자란 사람의 가슴 속에는 바다가 자리 잡게 될 터이니 한날한시에 태어났다한들 어찌 고층빌딩숲에서 성장한 아이와 아마존의 밀림에서 자란 아이의 성격과 배포가 같다 하겠는가. 재벌가의 상속자로 출생한 아이와 걸인의 아들이 비록 한날한시에 태어났다 해도 그 운명의 출발선부터 엄청난 격차가 있을 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그 영향이 지속되니 어찌 같은 운명의 길을 가게 되겠는가.
원숭이띠는 범띠와 상극일까?
옛적에는 태어난 해의 띠 위주로 사주를 보았는데 최근에는 생일을 주인 삼아 간명하기 때문에 출생년도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원숭이와 범, 토끼와 닭, 용과 개, 뱀과 돼지, 말과 쥐, 소띠와 양띠는 서로 상극이라서 궁합이 나쁘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속설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녀의 궁합을 볼 때에도 먼저 서로의 생일을 위주로 살펴보고 생월과 생년, 생시 등 사주전체의 상생 상극관계를 본다. 쉽게 말하면, 남자의 사주가 차고 습하여 마른 흙과 강한 불기운이 소용되는데, 그런 오행을 지닌 여성을 만나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일 뿐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가령, 꺼질 듯 말 듯한 모닥불에 굵은 장작을 마구 던져 넣으면 모닥불이 살아나기는커녕 꺼져버리고 말 것이다. 반면, 강한 화력이 필요한 곳에 불쏘시개 한 줌 던져 넣는다하여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배고픈 자가 한술 밥에 배부를 리도 없지만 배부른 자에게는 그 한술 밥도 겹기만 하다. 가령, 불길이 충천하여 폭발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는 비록 보잘것없는 한 줌의 검불일지라도 엄청난 재난을 초래하게 되는 이치이다. 상생과 상극의 이치는 실로 오묘하여 단언컨대 범인이 노력한다 해도 수년 내에 온전히 깨달을 수 없다. 필자는 음양오행론의 궁극이 성경이라 확신하고 있다.
병신년(丙申年)의 ‘신(申)’의 본기는 금(金)인데 그 속에 토(土)와 수(水)가 감추어져있다. 신(申)은 음력7월(양력8월)로서 다 자란 곡식이 결실을 서두르는 입추(立秋)의 계절이므로 더위가 수그러지고 찬 기운이 감도는 시절이다. 더러 24절후가 음력에서 나온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24절후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기후의 변화이니 양력을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다. 절후(節候)의 ‘절(節)’은 이 달과 저 달의 경계가 되는 마디이며 ‘후(候)’는 그 달의 기후의 본성이 고루 퍼진 때를 말한다. 따라서 입춘(立春)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의 경계이므로 달력의 날짜에 관계없이 기후의 변화상으로는 입춘이 그해의 첫날이 된다. 사주학은 기상학이므로 24절기를 기준으로 사주를 세운다. 음력 정월의 절후는 입춘과 우수이고 2월은 경칩과 춘분, 3월은 청명과 곡우, 4월은 입하, 소만, 5월 망종과 하지, 6월 소서와 대서, 7월 입추와 처서, 8월은 백로와 추분, 9월은 한로와 상강, 10월은 입동과 소설, 동짓달은 대설과 동지, 섣달은 소한과 대한이다. 매월 앞에 쓴 것이 그달의 절입일이고 나중 것이 후(候)이다. 절입일은 대개 그달 7일 전후이고 후(候)는 그달 21일 전후이다. 다시 말해서 그달의 정기(正氣)는 후(候)의 날부터 다음 달의 절입일 전까지이다.
가을이 되면 태양은 쇠약해진다. 병신년(丙申年)의 ‘신(申)’은 역마성으로서 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동분서주 왕래가 빈번한 가운데 그 동안 꼬이고 구겨졌던 일들이 점차 바루어지고 펴지는 해가 될 것이다. 신(申)은 서방의 금(金)이니 서방(특히 북구)과의 왕래가 활발해진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주관자인 천간 병(丙)화(火)의 세력이 눈에 띄게 약화됨은 피할 수 없다 하겠다. 국제적으로는 강대국들의 입김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병신’은 자의(字意)를 떠나 어감이 상서롭지 못하다. 돌이켜보면 1896년의 병신년은 동학농민혁명과 을미사변 등을 겪으면서 나라와 백성이 만신창이가 되어 조선의 국력이 급전직하한 시기였다. 1956년 병신년은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초토화된 강산과 피폐해진 나라살림을 지탱하기도 힘겨운 시기였음에도 지도층은 권모술수와 권력다툼으로 날을 새웠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을 일이다.
우리나라는 오행(五行)의 목(木)에 속한다. 나무 중에도 거목이고 일본은 관목이나 덩굴목이다.
예컨대 원숭이의 금(金)은 미국, 원숭이 속에 감춰진 무(戊) 토는 차이나, 임(壬) 수는 러시아이다. 거친 바위산과 대륙은 태양의 힘을 쇠잔케 하고 오히려 대양에서 태양은 빛을 발하니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해봄직하다. 북유럽국가들과의 교역증대에 집중하는 한편 중국이나 미국과의 무역수지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할 듯하다. 문화적으로는 괄목할만한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병신년에 가장 소용되는 오행은 인(仁) 곧 사랑이다. 인(仁)의 본성은 측은지심이다. 병(丙)은 태양의 마음으로 온 세상에 골고루 사랑을 베푸는데 원숭이는 불평을 늘어놓으며 대들고 대지는 보답이 없기 때문이다. 병신년에는 지금껏 거친 목소리를 내던 이들이 심판을 피할 수 없는 운세가 전개된다. 사실 태양은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약한 물상이 아니다. 그러나 뿌연 안개와 찌푸린 하늘같은 오리무중의 세태와 떳떳치 못한 환경이 최대의 장애물이다. 안개에 덮인 하늘에서는 태양도 무력해지고 마는 이치이다. 안개는 침체의 늪이며 거짓과 속임의 산물이다. 쉽사리 벗겨지지 않는 스모그 같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해소하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백성은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태양은 빛을 잃고 초목은 성장을 멈추며 대지는 차갑게 식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과 배려와 포용으로 안개와 스모그를 소멸시켜야 한다.
이기심의 허연 이빨을 드러내는 개인주의는 안 된다. 먼저 내 손을 내밀어 옆 사람의 손을 잡으면 서로의 따뜻한 마음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안개가 걷히게 된다. 이제는 젊은이들의 눈에 서있는 핏발을 걷어내야 한다. 핏발의 압력이 높아지면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 그 뇌관을 제거하는 힘도 ‘사랑’이다. 용기 있는 자들의 뜨거운 가슴을 축복하라. 기어이 희나리를 고집하면 눅눅한 하늘과 척척한 옷가지를 말릴 수 있는 모닥불을 피워내지 못한다. |
| 이희순 | 15-12-10 00:09 |  | 어디까지나 사적 견해이오니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 |
| | 임병식 | 15-12-10 06:26 |  | 동양철학에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가지고 있는 이희순선생께서 새해를 맞으면서 유익한 글을 올려주셨군요. 돌아오는 병신년은 금년처럼 어수선하지 않고 나라의 기운이 욱일승천하는 희망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선량을 잘 뽑아서 멸사봉공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면 싶습니다. | |
| | 이희순 | 15-12-10 08:36 |  | 선생님, 너그러이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 |
| | 양순태 | 15-12-14 08:22 |  | 이희 순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 해 마무리를 중후 한 내용으로 장식해 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부디 새해 아침 햇살은 온 누리에 골고루 비추어 어둡고 그늘진 곳곳에도 광명이 깃드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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