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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태세 문단 세 예성 연중 인 명선 ~, 왕들의 앞머리만 달달 외웠지, 단종의 비극은 잘 알지 못했다. 단종이란 이름만 많이 들었었다. 고학년이 되어서야 주역인 수양대군 세조를 알았고, 단종인 노산군이 영월 땅으로 쫓겨갔고, 금부도사 왕방연이 약사발을 들고 호송하였고, 호장 엄홍도가 주검을 수습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고 나자, 영월이란 지명만 떠올라도 가슴이 먹먹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 했는데, 얽힌 사연을 알면 알수록 정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권력의 비정함에 역사를 부정하고 싶었다. 영월 땅엔 왜 이래 가슴 아프고, 애달픈 일들만 있을까,
금부도사 왕방연王邦衍의 고뇌에 찬 ‘단장가’가 먼저 생각났다. 머나먼 길에 고운 님과 이별하고, 쓰라린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아 있었다. 충과 효가 규범으로, 정의롭게 여겨지던 때, 임금이었던 왕을 호송하고, 사약 집행까지 한 그는 죄책감에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호송에, 사약까지 드시게 하다니!” 반문하고, 반문해도 가슴은 가라앉지 않았다. 억제할 수 없는 울음이 울컥울컥 쏟아져 굽이치는 강물에 묻혔다. 슬픔이 치밀어 올라 피를 토하듯 나오는 울음이었다. 응어리진 마음이었고, 창자를 끊는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참담한 심정의 발로가 ‘단장가’였다.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나마 풀어야 했다. 거기 「왕방연 시조비」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千萬里 머나먼 길의 고은 님 여희옵고, 내 마음 둘 듸 업셔 늿가에 안쟈시니, 뎌 물도 내 안 곳도다 울어 밤길 예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