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레이데스 가문, 하코넨 가문, 아라키스, 프레멘 종족, 베네 게세리트, 퀴사츠 해더락, 리산 알 가입 등등. 익숙한 것은 고사하고 참으로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이름들입니다. 이름들에 익숙해지려면 이야기를 따라잡기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야기를 따라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속된 말로 환장하지요. 1편에서 기억하는 것은 웅장한 사막의 아름다움입니다. 우리 지구촌에 이런 곳이 있는 모양이지요? 글쎄 소위 컴퓨터로 만든 가짜인가요? 아무튼 대단합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큰 비행체, 하기야 영화 ‘스타트랙’에 등장하는 ‘엔터프라이즈’ 호도 대단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배경이 우주공간이 아니라 땅덩이 위가 되니 규모가 더 커 보입니다.
어쩌면 몰락한 가문 ‘아트레이데스’에서 살아남은 ‘폴’이 메시야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폴은 프레멘 종족과 함께 살며 그들과 하나가 되려 합니다. 하기야 그들의 힘을 빌어야 바라는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혼자서 거대한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황제를 대적할 수는 없습니다. 그 주변에는 황제를 따르는 제후들이 둘러있습니다. 혼자서 할 일이 아니지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활용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그래도 프레멘 종족과 나란히 할 만한 능력을 지니려고 그 사막에서만 생산되는 ‘스파이스’를 복용합니다. 목숨을 거는 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어쩌면 죽어야 사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통해 더욱 메시야로서의 입지도 확고해집니다.
복수는 하지만 목적이 복수는 아닙니다. 사실 평화입니다. 전 우주 제국들이 평화롭게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잔인한 성품의 통치자들은 제거하되 다른 대부분의 제후들과는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조건입니다. 물론 그것마저 쉽지 않습니다. 각각 바라고 추구하는 욕구들이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우선은 황제와의 유대관계를 화목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은 혼인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옛날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용되는 책략입니다. 소위 정략결혼입니다. 혈연을 맺으면 매우 탄탄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미 사랑하는 상대가 있을 때입니다. 어떻게 하지요?
폴은 이미 아라키스 행성의 토착민(프레멘) 중 ‘차니’와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이 스파이스 때문에 황제의 식민지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식민 통치자는 무자비하게 프레멘을 다룹니다. 당연히 원수지간이 됩니다. 폴은 그들 편에 서서 그들과 합세하여 자신의 원수를 갚으려고 합니다. 어쩌면 비슷한 처지가 되어 있는 셈이지요. 그런 가운데 폴은 이미 꿈속에서 종종 차니를 보아 왔습니다. 이제 실제로 눈앞에서 보고 함께 살며 함께 전쟁도 수행하고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또 한편 프레멘 속에는 메시야에 대한 신앙이 들어있고 폴을 그 대상으로 여깁니다. 시간이 흐르며 폴의 언행 속에서 그런 속성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믿게 됩니다. 아무려나 차니는 믿지 않습니다. 그냥 연인일 뿐입니다.
타 종족이 껴들어 통치자가 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만한 특별한 점이 있어야 하겠지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떻게 다른 종족 사람의 통치를 받을 수 있답니까? 속된 말로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닙니까? 폴을 처음 만났을 때 프레멘 지도자 중 한 사람이 그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주시하고 있습니다. 쉽게 믿고 따르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의심하며 따르지 않는 무리도 있게 마련입니다. 다른 사람의 신뢰를 받는 일이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잘 아는 대로 예수님이 메시야로 세상에 왔지만 따르는 사람은 몇 안 되었습니다. 막말로 겨우 12명 남겨놓고 떠나셨습니다. 물론 그 뒤에 따르는 사건들이 사람들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폴은 점점 능력을 나타냈고 프레멘은 더욱 믿고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사막의 무시무시한 벌레가 공포의 대상이지만 다룰 줄 아는 자들에게는 오히려 무기가 되어줍니다. 그 힘을 이용하여 드디어 원수를 갚습니다. 그리고 황제와도 맞닥뜨립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실 목적은 복수만이 아니었습니다. 전 우주 제국의 평화입니다. 폴은 그럴 만한 자격도 지니고 있습니다. 막강했던 ‘레토’ 공작의 후손입니다. 그런데 이 또한 묘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합니다. 신약성경의 시작을 상기합니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 폴이 그 신비를 안고 있다고 비춥니다. 참으로 대단한 서사입니다.
황제까지 굴복시키지만 그렇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막강 제후들이 있습니다. 폴이 황제를 이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다시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폴이 지니고 있는 문제는 또 있습니다. 사랑하는 차니를 어찌 해야 합니까? 우주 평화를 위해 황제의 딸과 정략결혼을 선포했습니다. 그 광경을 차니가 보고는 뒤돌아 나갑니다.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고백하였지만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제후들과의 한판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뛰쳐나간 차니는 어디로 갈까요? 후속편을 다시 기다리게 만듭니다. 영화 ‘듄 - 파트2’(Dune: Part Two)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