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馬夫, A Coachman, 1961)
요약 : 한국 | 드라마 | 1961.02.15 | 95분
감독 : 강대진
출연 : 김승호(춘삼 역), 신영균(큰아들 수업 역), 조미령(옥녀 역), 황해(창수 역),황정순,엄앵란,김희갑,주선태
줄거리
고시공부를 하는 큰아들과 쌈으로 소일하는 작은 아들과 그리고 벙어리인 딸과,
이렇게 세남매를 거느리고 살아가는 그는 고달프기만 했다.
그는 홀애비인 자신의 사정을 잘 알고 언제나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이웃집 식모의 따뜻한 정에 기운을 얻곤 한다.
시집갔던 벙어리딸이 쫓겨오고 작은 아들은 싸움질로 속을 썩인다.
그런 와중에도 착실한 큰아들이 고등고시에 합격한다.
속만 썩이던 작은 아들도 철이 들어가고 큰 아들은 외로운 아버지의 처지를 이해하고 이웃집 식모와의 재혼을 주선한다.
온전한 가족의 구성을 방해하던 장애물들.
즉 말을 팔아치우려 하는 마주의 존재나,
과부와의 연애를 방해하던 김희갑 등은 영화가 결말로 치달음과 동시에 스크린에서 사라져 버린다.
또한 ‘마부’라는 직업은 없어질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계급상승이라는 방법으로 영화는 해피엔딩에 다다르지만,
그것이 하층계급의 사람들이 가지는 신분상승 판타지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명절때라 그런지 몰라도,
‘가족, 가족이데올로기’처럼 한국사회에서 다층적인 모순을 가진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끔 해보게 된다.
여성들에겐 가부장제의 감옥으로, 남성에겐 엄청난 책임감이란 굴레를 지워주는,
가족이란 존재는 기쁨과 희망, 불안과 절망을 동시에 주는 묘한 존재다.
구성원 각자를 옥죈다고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가서 안식을 찾는 곳은 바로 가족이라는 점.
아버지의 질서가 숨막힐 정도로 개인의 삶을 구속하지만 그래도 몸이 아플때면 부모의 사랑에 목말라하게 된다는 점.
유교의 잔재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못한 지금,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공기를 호흡하는 것처럼 우리 몸속에 조금씩 들어와서
그것이 절대불명의 가치를 함유하고 있는 것임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세뇌’시킨다.
강대진 감독의 <마부>를 비롯한 50~60년대 가족 멜로드라마가 설파하는 가족 이데올로기 또한
40년이란 시간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전근대와 근대의 충돌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였던 만큼
메시지의 전달은 더욱 강력하다 할 수 있다.
일찍 상처한 춘삼은 마부일을 하는 홀아비이다.
그에겐 고시준비를 하는 큰아들(신영균), 시집간 벙어리 큰딸, 철없는 작은 딸(엄앵란), 공부가 싫다며 가출한 막내 아들이 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오직 말을 끄는 일뿐.
하지만 그는 사양길에 접어든 마부 일로 자식 넷을 키워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정형편으로 인해 큰아들의 고시 뒷바라지를 잘 해주고 있지 못하다는 죄책감도 가지고 있다.
매일 남편에게 맞아 친정으로 도망오는 큰딸이 자살하고, 춘삼은 눈에 띠게 쇠약해져 간다.
점차 쇠퇴해가는 마부일로 인해 마주는 말을 팔려하고, 설상가상으로 춘삼은 자동차에 놀란 말에 부딪혀 다리를 다치고 만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있는 법.
집안의 유일한 희망인 큰아들이 고시에 합격하고, 둘째딸과 막내아들이 집에 돌아오며 춘삼의 가족은
새로이 어머니 자리를 메꾸게 된 과부댁과 함께 다시금 행복한 가정을 갖게 된다.
<박서방>, <로맨스 파파>등 대부분의 60년대 멜로드라마가 그렇듯
<마부>에서도 전근대와 근대의 대립이 야기하는 갈등이 나타난다.
하지만 가족 멜로드라마가 근간으로 하는, 가족 구성원들간의 대립이 <마부>에서는 그리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마부>가 주목하는 것은 ‘마부’라는 직업이 보여주는 사회적인 의미에서 전근대의 소멸이다.
이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다분히 중의적이다.
가부장의 권위가 상실되어가면서 아버지 춘삼이 느끼는 것으로 대표되는
상실감에 대한 연민과, 해피엔딩으로 유추할 수 있는 새로운 질서에 대한 희망이 그것이다.
강대진 감독이 <마부>(1961) 이전에 찍은 <박서방>(1960)에서 결혼이라는 가장 관습적인 장치로 가족구성원간의 갈등을
노골적으로 그려낸 것에 비해, 춘삼이 말을 끌던 중 자동차에 너무나도 힘없이 길을 내주는 것,
갑자기 들이닥친 자동차로 인해 사고를 당하는 것 등 영화속 에피소드는 급박하게 사라져가고 있는 전근대에 대한
감독의 향수로 읽혀진다.
이런 <마부>의 차이점은 갈등이 내부에 존재해왔던 <박서방>, <로맨스 파파> 1960년의 두 작품에 비해,
갈등의 요소 상당부분을 바깥으로 끌어냄으로써 보다 많은 당시의 사회상들을 텍스트안에 포함시킨다.
춘삼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이며, 그리고 전근대에 몸을 담고 있는 나이든 남성이다.
큰아들은 계급적 모순 해결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인물이며,
둘째딸과 막내 아들은 근대적 가치관이 낳은 ‘탕아’로 그려지고 있다.
이렇게 <마부>의 가족 구성원들은 바깥으로 도는 이유는 가족 내부의 갈등으로 인한 것이긴 하지만,
그들이 겪는 모순은 인물과 사회의 갈등이라는 외부적인 원인에서 오는 것이다.
가족구성원 각자가 사회에 나가면서 겪는 모순들을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이런 의미에서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가족이란 가치관을 절대절명의 미덕으로 인식시킴과 동시에
서로 다른 세대의 큰아들, 둘째딸, 막내아들이 겪는 좌절을 통해 사회상을 목도하게 한다.
<마부>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바로 남편에게 얻어 맞으며 친정으로 돌아오길 밥먹듯 하던 큰딸의 죽음이다.
큰딸은 <마부>에서 전근대 여성들의 ‘외상(外傷)’과도 같은 존재다.
친정에도, 그렇다고 남편이 있는 가정에서도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부유하는 큰딸의 존재는
결혼을 위해 자유연애를 부르짖으며 돈많은 남자를 만나는 작은딸의 모습과 대비된다.
<마부>의 큰딸은 전근대의 알레고리로부터 한발자국도 자유로울 수 없고,
그로 인해 죽음외엔 달리 선택할 길이 없었던 장애인, 그리고 여성이 가지는 계급적 특성이 읽혀지는 캐릭터다.
<마부>라는 가족멜로 드라마가 텍스트 내부에 해피엔딩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요소를 지니고 출발했다면,
큰딸의 존재는 모든 이의 행복을 위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마부>의 드라마 구조에서 큰 딸은 가장 극적인 요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존재이다.
60년대 영화가 우리나라 영화 초기 ‘신파영화’의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면 버림받고 마는 천한 신분의 여성,
큰 딸은 관객들에게 상업적으로도 크게 어필하는 존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온전한 해피엔딩으로 극을 진행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큰딸의 존재가 제거되고
영화는 가족이라는 절대불명의 가치를 위해 줄달음친다.
<마부>에 나오는 등장인물 모두 행복한 가정을 스스로의 목표로 상정하고 사건을 벌여나간다는 점에서
이런 감독의 장치와 결말은 ‘온전한 가족질서’로의 회귀라는 메시지를 담는다고 할 수 있다.
쓰러져가는 집안을 되살려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 큰아들, 행복한 결혼을 위해 돈많은 사람과 만나는 작은 딸,
과부(황정순)와 뒤늦은 로맨스를 불태우는 마부 등 모두 온전한 가족을 이루려 한다.
강대진 감독은 고등고시에 합격한 아들을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눈쌓인 돌담길을 걸어가는 크레인샷으로 영화를 마무리 짓는다.
상당히 원거리에서 뒷모습을 보인채 앞을 향해 걸어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성실한 아버지, 후덕한 어머니, 전도유망한 큰아들,
참한 딸, 가족에게 복귀한 작은 아들이라는 ‘전형성’을 담지하며 영화가 보여주었던 균열들도 아울러 봉합시킨다.
서둘러 매듭지어지는 이 봉합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온전한 가족의 구성을 방해하던 장애물들.
즉 말을 팔아치우려 하는 마주의 존재나, 과부와의 연애를 방해하던 김희갑 등은
영화가 결말로 치달음과 동시에 스크린에서 사라져 버린다.
또한 ‘마부’라는 직업은 없어질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계급상승이라는 방법으로 영화는 해피엔딩에 다다르지만,
그것이 하층계급의 사람들이 가지는 신분상승 판타지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아버지 춘삼역으로 등장하는 김승호는 잘 알려졌다시피 탤런트 김희라의 아버지이다.
이덕화의 아버지 이예춘, 허준호의 아버지 허장강 등의 이전 세대 배우로 텔레비전 시리즈로 방송된 했던 ‘동양극장’ 출신 배우.
50~60년대 한국영화에서 김승호라는 이름은 성실하고 인자한 아버지를 상징했다.
넉넉한 품의 몸매와 선량한 웃음, 고지식함은 당시 요구되었던, 그리고 가장 일반적인 아버지상을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 즉 이런 스타 시스템의 도상(Icon)화는
관객들이 극에 훨씬 잘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줌과 동시에 "이런 아버지가 있어야해."라는 영화의 사회적 기능에도 적절히 쓰인다.
<마부>의 가족들은 이런 도상화에 적절한 배우들이 캐스팅된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라 할수 있다.
아버지역의 김승호를 비롯하여 후덕하고 인자한 인상의 황정순, 건실하고 든든한 맏아들 신영균, 쌀쌀맞고 철없는 신세대 딸 엄앵란 등.
감독이 <박서방>에서 고스란히 가져왔다고 생각되는 이런 배우들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영화속에서 기능하며
극을 더욱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진행시키는데 쓰인다.
이중 맏아들역의 신영균은 동시대 라이벌로 활동했던 김진규와는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김진규가 김기영의 <고려장>, 신상옥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유현목의 <오발탄>에서 그로테스크한 캐릭터부터
말쑥한 도회적 이미지로, 존재를 상실한채 조금씩 죽어가는 인물까지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낸데 비해,
신영균은 신상옥의 <쌀>, <마부>의 큰아들처럼 집안의 미래를 짊어진 든든한 ‘맏아들’이란 페르소나를 보여준다.
이런 신영균의 캐릭터는 가부장적 가족 판타지의 유지와 맏아들로의 권력이양이란
<마부>의 메타 내러티브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영화 감상) 마부(馬夫, A Coachman, 1961) 1편
마부(馬夫, A Coachman, 1961) 2편
마부(馬夫, A Coachman, 1961)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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