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은 마음까지 챙기는 훌륭한 밥상”
- 수원 봉녕사 제2차 사찰음식대향연 성료
봉녕사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의 다도시연은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부처님 전에 발우를 올리는 탁발순례를 재현한 봉녕사 대중스님들.
웰빙食 넘어 불교전통의 수행정신문화 선봬
탁발순례·다도 시연…대중화·세계화 가능성
‘2010년 제2차 봉녕사 사찰음식대향연’이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경내에서 개최됐다. 봉녕사의 이번 행사는 단순히 사찰음식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언론에서 다루는 사찰음식은 몸의 건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른바 ‘웰빙식’이라는 소개다. 하지만 사찰음식은 수행이다. 수행과 삶이 둘이 아니듯이, 먹고 사는 일 또한 수행이다. 사찰음식은 나와 세상을 맑히는 청정한 수행식이자 법식(法食)이다. 또 사찰식은 약(藥)이다. 육신의 건강과 마음의 평안을 주고 세상 일체번뇌의 독을 풀어주는 것이 바로 사찰음식이다. 육식을 금하고 음식을 절제해 취하므로 장수식이며 모든 생명을 사랑해 훼손하지 않으려 하니 자비식이다. 오관게에서도 드러나듯이 한 톨의 곡식에 깃든 만 사람의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알게 돼 겸손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음식을 받아 모두가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므로 감사식(感謝食)이자 상생식(相生食)이다.
이렇듯 사찰음식에는 불교가 지향하는 ‘정신’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봉녕사 행사는 여기에 사찰음식의 대중화, 세계화의 의미를 더했다.
# 탁발순례, 부처님 수행정신 담아
봉녕사 사찰음식대향연은 육바라밀 정신을 주제로 펼쳐졌다. 보시와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행 등 여섯 마당으로 구분해 사찰음식이 품은 진면목을 느끼게 하도록 배려했다. 특히 사찰음식의 정신을 담은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스님들의 탁발 순례와 다도 시연, 사찰음식 강의가 대표적인 것이었다.
행사 둘째 날인 17일 오후 봉녕사 대중스님 30여 명은 두 손에 발우를 들고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육화료를 출발한 탁발순례 행렬은 경내 곳곳을 돌았다. 행사 참석자들은 스님들의 발우에 저마다 정성스레 준비한 보시물을 올리고 합장하며 부처님 공덕을 찬탄했다. 이윽고 스님들은 큰법당인 대적광전에 이르러 부처님 전에 발우를 올리는 장엄을 연출했다. 탁발순례는 부처님 당시 수행정신을 재현하며 수행자들은 하심과 인욕을 키우고 공양자는 보시공덕을 짓게 하려는 발로에서 비롯된 프로그램이다.
행사 양일에 걸쳐 우화궁 앞 무대에서 열린 ‘학인 스님들의 다도 시연’도 인기를 끌었다. 원래는 행사 첫 날만 하기로 했으나 호응이 좋아 다음 날 ‘앵콜’로 진행하게 됐다. 승가대학에서 공부하며 틈틈이 익힌 다도를 전개한 학인 스님들의 하나가 된 동작은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 역시 앞선 탁발순례처럼 건강과 맛에만 집중된 현재의 먹을거리 세태를 지적하며 그 안에 담긴 정신세계를 이해시키고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 이뤄진 행사였다.
행사 기간 내내 청운당에서 열린 ‘사찰음식 강연마당’도 봉녕사 행사의 특징을 그대로 말해줬다. 사찰음식의 대가인 대안스님과 선재스님, 우관스님, 정관스님이 강사로 등장해 사찰음식의 본래 의미와 사회문제 해결 방안으로서의 미래를 제시했다. 환경문제와 변천사, 대중화 방안, 부처님 지혜로 본 선식 문화로 이어지는 강연에는 강의장을 가득 메울 만큼 대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 지역민과 함께 하는 행사
이밖에도 사찰음식 경연대회, 사찰김치 전시 및 역대 큰스님 공양상 재연 등 전시행사는 맛깔스런 볼거리와 유구한 역사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밥케이크 만들기, 연꽃초 만들기 등 체험행사를 겸한 바라밀 장터 역시 수익금을 수원시 장학재단에 기부할 계획이어서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행사로서 의미를 더했다.
둘째 날 오후6시 불자 방송인 김병조 씨의 사회로 진행된 회향식과 산사음악회 격인 바라밀 한마당도 불자와 지역주민의 눈높이에 맞춰졌다. 일반적인 산사음악회가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데 반해, 봉녕사의 바라밀 한마당은 불자들의 찬불가 합창, 지역주민의 풍물 공연, 민요 등으로 구성돼 순수한 지역 축제로서 손색이 없었다.
봉녕사 주지 묘엄스님은 “이번 행사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올바른 식생활의 기준을 제시해 건강한 음식문화를 선도하고 동체대비의 불심으로 1000년을 이어져 내려온 절집 살림살이의 지혜로운 안목으로 세상 사람들의 눈과 가슴을 열어 서로 소통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 축제한마당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행사를 매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김하영 기자
[불교신문 2665호/ 10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