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균 시집 破窓(2021.7.29.)
대방문화사
序
나는 시인이 되고 싶어서 이 시집을 내는 것은 아니다. 시를 쓰고 싶어 썼을 뿐이다. 아가가 젖을 먹고 싶어했듯이 나는 시를 쓰고 싶었다. 만해의 님의 침묵을 읽으면서도 나는 시가 쓰고 싶었다.
쓰고 싶을 때마다 썼던 것이 이 시편들이다. 가을이면 은행잎이 떨어져 뜰에 쌓일적마다 나의 시노트에는 한알의 은행이 땍대굴 구르곤 했다. 여러 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길.
지난 가을에 나는 문득 동부콩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내 가슴에는 철렁하는 소리가 났다. 시의 열매가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 시의 꽃이 떨어지는 아픔으로 들렸다. 밭의 흙이 손에서 마구 비벼지는 순간이었다. 암시의 계음이 천둥하는 하늘에서 이슬방울 지는 가을산에서 바위 깨는 소리로 들리어왔다. 그날은 다시 태어나는 기쁨과 아픔이 있었다. 두 번째의 아픔은 더 컸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나갔다. 오늘 비로소 나의 첫아픔이 잉태에서 분만으로 여기에 서는 것이다. 깨어짐의 서운함과 열림의 찢어짐이 함께 하는 이 파창이 비로소 어둠속에 화악 열리고 있다. 아침은 비록 아니지만 열리는 창밖은 분명 방안이 아님을 믿는다.
시는 나의 마음이어야 한다. 시는 나의 존재 이유이어야 한다. 시가 내게 있는 그때까지 나의 시의 꽃을 가슴에 피우리라. 이것이 지금의 나의 의지이다.
나는 어부의 용기를 갖고 싶다. 하늘 빛과 동해바닷빛이 꼭 같음을 믿고 싶다. 햇빛보다 긴 그림자가 있음을 알고 싶다. 시는 영원하는 시는 침묵이다.
이 시집은 크게 6편으로 나뉘어 있으나 꼭 그렇게 나뉘어야 할 필요성을 지닌 것은 아니다. 나의 그간의 체험과 심정을 시적 형식을 빌어 토로한데 불과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보다 서정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그리고 자연적인 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집의 시들은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지니는 실험적인 요소가 짙으니만큼 나의 그간의 의욕의 일단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부끄러운 마음과 겁나는 눈과 엇갈리는 심정으로 나는 이 시집을 출간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오늘이 있게끔 채찍질해주신 부모님과 은사님 그리고 나를 아끼는 모든 이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을 지닌다.
더욱 불황RLDP 처하여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첫 시집 파창을 쾌히 출간해주시는 김경식사장님과 정성껏 이책을 위해 표지화를 그려주신 박한진 교수, 해설을 써주신 조병무교수, 그리고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김종해 시인게게도 이 자릴 빌어 충심으로 감사하오며, 편집부 여러분의 노고에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 책을 칠순을 넘기신 부모님께 삼가 바친다.
1980.8.15. 김종균
해설 _인간의 실상과 현실 _조병무
시가 현실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세계는 다양하고 그 폭이 넓다. 인간이 실존해 있는 기존의 방식에 의해 생각하고 또 느끼는 행위에서 새로움을 따지고 캐려고 한다. 이렇게 인간이 실존하는 그 범주에서 섬광처럼 솟아 오르는 이미지의 영역은 넓은 것이다.
시가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질러서 무엇을 알려고 하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그것은 인간의 실상속에 내재해 있는 이상의 알맹이이며, 그 존재의 영상인 것이다.
오랫동안 역사속에서 생존해온 인간은 그 사고의 방법이나 이상의 축적을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기록하려 한다.
시가 학문적으로나 연구의 한 방법으로써 장황한 논리나 체계를 이야기하려 하지만 실상은 그 자체속에 있는 힌간의 현실에 있는 것이다.
인간의 실상은 생활속에 있는 것이며, 그 원천의 행위를 옹호하려는 데 있는 것이다.
무한한 인간의 실상 속에서 작게는 사소한 행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찾게도 되고, 깊고 오묘한 근원적인 본성을 찾게도 된다.
이러한 인간의 실상과 현실적인 본성의 문제에 천찬하는 시인이 김종균 교수이다.
1 세 살박이 눈동자
세 살박이 눈동자
춤추는 노송
오후는
다가서는 시간
노래를 불렀다
논둑길
밝아라
봄뜰
빗소리 1
빗소리 2
빗고리 3
국화가 우는 밤
비가 내리면
공동묘지 길 1
공동묘지 길 2
꿈꾸는 밤은
제삿날은
성묫길
무덤은 콩밭되고
한숨은 땅이되고
2 순수의 아픔
여기는 태양
순수의 아픔
누가 꺾었나
탈춤
송마을
그대 미소 짓다
다가서는 가을
송아지 울음
해가 넘는다
그 하늘을
방울을 달리 싶네
서 있으려나 보다
슬픔 1
슬픔 2
슬픔 3
마음
처녀는
벌초
동방청제
옥녀는
3 옥모래
흑비의 전설
더덕
옥모래
가까이 있었다
동구미 하나
5월의 신부
피리
밤과 여인
4월의 장내음
지원
5월은
농부
사기대접
감이 익어 간다
이런 사람들ㅇ
동굴에서
싸우는 닭
개다리 소반
4 파창
밭머리에
어인 까닭입니까
인생은 돌
파창 1
파창 2
파창 3
파창 4
내 마음에는
아이들은
서울 19781978
함께하면
푸른 잎은 푸르리라
양육
아우와 형
어머님은 흙 되어
국화
수정알 하나
아침은 부채살처럼
열매의 슬픔
5 연등
이제는 가을
세월을
한 웅큼의 가을
가을 따는 아이
연
그 날에
편운의 넋은
돌부자
연등
4월의 아침
청포도
가래질 처녀
술래
일화
첫눈이
천리목
늘 있었다
6 가슴의 언어
또 하나의 언어
봄비와 장승
구영감님의 돌팔매
하늘과 땅 사이에
기다림
가슴의 언어들
그 얼굴에 아픔이
그 어느 세상
인간이 될 차례가 되었습니다
팔음석
회색의 벌레
묘한 어둠
씨앗은
구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