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영주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의 한국 대통령 선거 참여 문제는 간단히 '재미 동포의 정치 이용'으로 몰고갈 일이 아니다. 영주권을 가진 교포와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한국에 살고있는 대한민국 국민간에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한국 정치권에서 해외 거주 대한민국 국적자에 대한 참정권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LA한인들도 이런 토론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국 대통령 선거에 투표할 권리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지는 참정권을 자동적으로 잃어버린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때는 그에 따르는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다만 미국에 사는 영주권자 한국민과 서울에 주민등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 사이에는 그 의무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 사는 한국 국민이 가지는 주민세나 국민건강보험료 부담의 의무는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질 필요는 없다. 영주권자가 한국에서 소득이 생기면 한국과 미국의 법에 따라 세금을 내면 된다. 많은 영주권자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왔다. 어린 나이에 부모나 다른 사람의 뜻에 의해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장성한 해외 영주권자 국민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병역 자원으로서 관리를 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하기환 전 LA한인회장이 "영주권자 투표권 부여가 한인 사회의 분열만 초래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주든 안주든 대한민국 국민 또는 미국 국적의 한국인은 대부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선거에서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따로 따로 모이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 편가르는 것이 아니다. 한인 사회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것은 영주권자 투표권과 인과 관계가 없다.
"영주권자까지 포함하면 한인 사회의 투표자가 50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미주 한인 사회가 한국 대통령의 당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논리의 비약이다. 우선 한인사회 표가 어떤 한 후보에게 쏠릴 수는 없다. 미주 한인사회가 그만한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본국 정부나 정당으로 부터 관심을 받게 된다. 그런 관심은 한인사회 전체로 보아 긍정적인 것이다.
"영주권자가 되는 것이 시민권자가 될 약속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지나친 논리의 확장이다. 많은 영주권자들이 마침내는 미국 국적을 취득한다고 해서 미국 시민이 될 것을 전제로 영주권을 받는다는 생각은 지나친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미국 시민이 되는 것은 권장할 일이다. 미국 시민이 되어서 미국 정치에 참여하여 미국 정치에 주역이 되는 일도 좋은 일이다. 미주 한인 사회가 강석희 같은 정치인을 길러내기 위해 힘을 합치는 일은 더욱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한인 영주권자가 한국 대통령선거에서 투표권을 받는 일이 미국에서 뿌리내리는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인이 미국 국적을 받으면 미국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갖고 비록 거주는 미국에서 하지만 한국 국민으로 남은 사람들은 한국 국민으로서 권리를 갖고 의무를 다하면 된다.
참고로 미국은 18세 이상 미국 시민이면 해외에서도 부재자 투표를 통해 모든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