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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김여사
오종락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고 한다.
이왕이면 대추처럼 익어 가면 좋지 않을까 한다. 대추는 빨갛게 익어서 마르고 쪼글쪼글해져도 육질은 부드럽고 깊은 단맛과 약효는 더욱 진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며 걱정이 많다. 하지만 이런 고령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겪는 새로운 경험의 세상이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드니 걱정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고령운전자가 늘어나는 만큼 사고의 증가도 염려된다. 황당한 새로운 유형의 ‘김여사’ 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종전에는 운전이 서툴어 사고를 자주 내는 아줌마를 통칭하여 ‘김여사’라 불렀다. 그러나 요즘은 남녀 불문 교통법규를 무시하거나 소통에 방해를 주는 무개념 운전자를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 되었다. 몇 해 전부터 무개념 운전으로 인한 황당한 교통사고 장면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심각한 교통 환경을 생각하다 보니 지금의 김여사가 나이를 더 먹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염려까지 하게 된다.
고령운전자의 사고율이 매우 높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웃 일본에서는 고령운전자의 사고방지 대책으로 98년부터 ‘자율적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하여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치매환자의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등 고령운전자 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별로 반납자에게 택시비를 50% 할인해 주거나 상품권 지급, 음식점 할인 혜택 제도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고령화 속도가 일본 못지않은 우리나라도 미리 고령운전자 문제에 대해 슬기로운 대책과 시의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한데 한 가지 다행스러운 소식이 들려온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머지않은 장래에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여사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는 김여사가 나이를 더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김여사 손에 들고 있는 ‘리모컨 앱’이 다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모컨 앱으로 목적지를 입력해 놓으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알아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또 돌아와서는 아파트 입구에 내리면서 주차 명령을 내리면 스스로 알아서 지하 주차장에 좌우 1cm의 오차도 없이 주차가 이루어진다. 참으로 놀라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미국의 구글이 만든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핸들과 액셀 페달, 브레이크 페달조차도 없다고 한다. 운전에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앞으로 상용화되면 운전에 미숙한 김여사는 물론이고 고령의 어르신이나 장애인에게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반가운 선물이 될 것 같다.
2012년 봄, 여수 세계엑스포 SK전시관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전시관 영상에서는 미래의 Smart Car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었다. 머지않은 장래에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으로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영상을 보여 주었다. 운전석에 앉은 여성은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뜨개질하는 장면이었다. 그땐 이게 무슨 SF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인가 하며 사고 위험성 때문에 그게 과연 가능할까 하고 의구심을 품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자율주행 자동차가 유명 자동차 회사에서는 이미 시험 주행에 성공하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나의 상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문득 가수 김광석의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란 노래가 떠오른다. 엉뚱한 노래 가사가 급변하는 세상에 참 잘 어울리며 미래의 세상을 노래한 것 같이 느껴진다. 그는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던가!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포수에게 잡혀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이하 생략-
위의 노래가사는 작가의 엉뚱한 생각이라고만 생각되지 않는다. 미래에 다가올 가상세계를 노래한 것 같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수륙양용자동차와 비행기 겸용 자동차도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퀴 달린 컴퓨터’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한 탓인지, 우리 집 서여사(아내)의 마음도 오락가락이다. 아내가 운전대를 놓은 지도 8년이 지났다. 그동안 내가 운전기사 노릇을 충실히 하고 있는 탓인지? 운전에 대한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를 보니 운전에 대한 미련이 조금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예전에 운전할 때는 수동기어(스틱) 차량도 제법 잘 끌고 다녔다. 하루는 운전 연수를 다시 받아야 하겠다며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모임에 갔더니 한 회원이 이야기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운전을 못하니까 급한 볼일이 있거나 가족들 중 누가 아플 때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하더라’하며, 나도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다시 운전을 익혀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내가 며칠 전 엑스코에서 개최한 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온 모양이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하는 말, 이제 굳이 새로 운전연수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운전을 못해도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올 것 같다고 했다. 유동적이던 마음이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이다.
그런데 김여사가 좋아지는 세상이 오면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길 것 같다. 자율주행 자동차로 인해 ‘운’ 자 직업, 즉 운전으로 벌어먹고 사는 직업이 사라진다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한다. 운전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에겐 달갑지 않은 변화다. 세상사가 항상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기 마련이지만,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소식은 어쩐지 어깨에 힘이 빠지게 한다. ‘김여사’ 문제가 해소된 반작용으로 인해 생겨나는 새로운 문제점은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극복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부정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말로 들리는 ‘김여사’라는 용어가 사라지는 세상이 서서히 찾아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좋은 세상이 어서 빨리 왔으면 한다. ‘바퀴 달린 컴퓨터 요술쟁이’ 자율주행 자동차가 백세시대에 ‘김여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는 그런 날을 고대한다. (2017.04.23.)
첫댓글 요즈음 세상은 예전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편해지는 반면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어가는 서글픈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로 상생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공감하며 잘 읽엇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운전은 필수인데 사실 핸들을 잡아보면 예전같지 않다는 생각이 간혹 듭니다.
이제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운전걱정은 안해도 될것 같습니다. 이렇게 모든 분야에 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인간의 설자리는 급속히 감소되는데 대선주자들은 너도나도 일자리를00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니, 믿어도 될찌?.....
스마트 카와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최신의 정보를 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세태를 풍자한 재미있는 얘기와 곁들여 깊이있게 써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제가 그<김여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신문물을 받아 들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는 손수 운전대를 잡는 것도 삶의 일환입니다.
선배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김여사가 부럽습니다. 운전을 전혀 할 줄 모르니까요. 하지만 운전을 못해도 불편없는 그 맛을 보겠습니까? 남편이 면허증 갱신을 5년마다 하라고 한다면서 하고와선 불평을 하더랍니다. 늙은이 취급한다고 80 이 머잖았는데 백세시대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겠습니다.먹고 살아야 하는데 일자리는 사라지고 미래세대가 걱정입니다.
대권후보자들의 4차산업 정책공약을 보면 늦은 감도 있으나 일자리 창출을 생각한다면 아득하기도 합니다. 미래에 사라지는 일자리들도 많고 세계적인 추세니 또 다른해법이 나오겠죠.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고령 운전자들은 주간 위주로 운전을하면 오래도록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도 가급적 야간운전을 하지 않습니다. 신개념의 다양한 글 제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퇴직하고 아파트지하에 세워둔 차를 오가면서 볼 때마다 저 놈을 팔아야하나 고민을 하지만 가끔 주말에 처랑 장거리 바람쇠러 갈때는 그렇게 긴요할 수가 없지요. 핸들을 잡는게 갈수록 뜸해지니 김여사처럼 될까봐 걱정도 됩니다.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공감이 되네요. 하지만 그런 일들이 모두 현실로 다가오면 인간은 또 다른 재미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뭐가 될른지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운전 조심.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재미있습니다. 단숨에 줄줄 읽어내려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