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도 뜬 눈” 이유는 있다!…잠 설치게 하는 뜻밖의 요인들
권순일 기자 (kstt77@kormedi.com)
갑자기 야식을 먹는 등의 불규칙한 식사 습관은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코메디닷컴
전문가들은 “잠을 잘 자려면 잠들기 직전 TV를 틀어놓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늦은 밤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얘기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 같은 조언에 충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 뜻밖의 요인이 수면을 방해하고 있을 확률이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인터넷 매체 ‘허프포스트(Huffpost)’ 자료를 토대로 밤마다 잠들기 어렵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면 점검해 봐야 할 생활 습관을 알아봤다.
들쭉날쭉 저녁식사=대부분의 식사를 균형 있게 하고 있다할지라도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이른 저녁 혹은 늦은 저녁에 패스트푸드나 초코바 등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습관이 있다면 숙면이 어려울 수 있다.
늦은 시간 저녁을 먹더라도 식사 시간이 매일 일정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주일에 3, 4일은 같은 시간 식사를 하면서 나머지 식사는 불규칙하다거나 갑작스럽게 야식을 먹는다면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 일관성이 숙면의 열쇠라는 것이다.
레몬차를 홀짝홀짝=따뜻한 레몬차 한 잔은 왠지 몸을 나른하게 녹여줄 것만 같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레몬차는 정신을 자극하는 각성효과가 있다. 레몬차는 물론 레몬향이 나는 비누나 로션도 밤 시간대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민트향 치약으로 쓱쓱=잠들기 직전 이를 닦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페퍼민트 향이 나는 치약을 사용하고 있다면 치약이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페퍼민트 향은 뇌를 자극해 정신을 맑게 깨운다. 잠들기 직전 이를 닦는 습관이 있다면 민트향 대신 딸기 향 등의 치약으로 대체하는 방법이 있다.
늦은 밤 담배를 뻐끔뻐금=흡연자들 중에는 잠들기 전 담배를 펴야 긴장이 해소되고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사람들이 있다. 불행히도 니코틴은 진정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제 역할도 한다. 금연이 도무지 어렵다면 침대에 가기 직전만이라도 담배 피우는 습관을 줄여 숙면에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잠 안 와 운동·음주하거나, 억지로 누워 있으면 숙면에 독
하지수 기자
수면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숙면을 한 날에는 온종일 상쾌하지만, 밤잠을 설친 날에는 몸이 찌뿌둥하고 일도 영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가볍게 넘길만한 일에도 날 선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잠이 제 기능을 못 한 결과다. 자는 동안 우리 몸은 낮에 소모된 신체 기능을 회복하고 생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 저장한다. 학습한 정보를 재정리하며 불필요한 기억과 감정도 정화한다.
문제는 갈수록 수면장애 환자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2018~2022년 건강보험 진료 현황을 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109만8819명으로 4년 전인 2018년(85만5025명)보다 28.5%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대다. 25만2829명으로 전체 수면장애 환자의 23%를 차지했다. 이어 50대 18.9%(20만7698명), 70대 16.8%(18만4463명), 40대 14.1%(15만4459명) 순으로 조사됐다.
수면 부족 땐 치매·콩팥병 위험 커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는 60대 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생리적 변화와 스트레스를 꼽았다. 그는 “나이가 60대에 가까워지면 생리적으로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면 중에 깨는 횟수가 늘어나 전체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며 “이러한 변화는 60대까지 이어지다가 이후에는 큰 차이 없이 유지되기 때문에 60대가 수면의 생리적 변화를 가장 크게 느끼는 나잇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기 은퇴와 여러 신체 질환의 발병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제공: 중앙SUNDAY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수면장애의 종류는 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기면증 등 다양하다. 가장 흔한 유형은 역시나 불면증이다. 잠들기 어렵거나 잠든 후 자주 깨거나, 새벽에 일찍 깨 잠이 안 오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히 겨울에는 일조량이 줄어 생체리듬에 혼동이 올 수 있고 감기 등의 질환으로 수면을 방해받아 불면증을 앓기 쉽다.
불면증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수일에서 수주 간 잠을 못 자면 급성 불면증으로 분류한다. 이 경우 스트레스나 흥분이 주된 원인이다. 중요한 시험을 앞뒀거나 크게 부부 싸움을 하고 난 뒤에 나타날 수 있다. 원인을 없애면 자연스럽게 나아진다. 주 3회 이상, 3개월 넘게 증상이 이어지면 만성 불면증으로 본다. 보통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처럼 다른 수면 질환이 원인이거나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수면 부족이 지속하면 신체 회복 시스템이 망가지고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판단력,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치매 발병과 만성 콩팥병 등의 발생 위험도 커진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적정 수면 시간은 일반적으로 6~9시간. 대한수면학회장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유삼 교수는 “의학적으로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은 평일과 휴일에 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평일에는 수면 시간이 적고 휴일에 많다면 평소 수면 시간이 모자란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깊게, 잘 자려면 생활 습관 관리가 우선이다. 과도한 카페인 음료 섭취는 자제하고 낮잠은 되도록 피한다. 침실은 오로지 잠을 청할 때 이용한다. 만약 잠자리에 누워도 20분 내 잠이 오지 않는다면 그 자리를 떠나 책을 읽거나 가벼운 스트레칭 등을 하다 졸릴 때 다시 잠자리에 돌아간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누워있다 보면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불면을 초래할 수 있다. ‘몰아 자기’는 금물이다. 아무리 밤에 잠을 충분히 못 자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게 지켜야 한다.
간과할 수 있지만, 자세에 따라서도 수면의 질이 달라진다. 정 교수는 “하늘을 쳐다보고 똑바로 누워 자면 중력에 의해 혀 등 구조물들이 아래로 떨어진다”며 “이렇게 되면 숨을 쉬는 공간이 일부 막히면서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 약 네 명 중 세 명은 똑바로 누워서 자면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다면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는 자세가 숙면에 더 도움된다. 위가 우리 몸의 왼쪽에 있는 데다 중력에 의해 위산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오른쪽으로 누워 자면 위가 위쪽으로 올라가 위산이 역류할 수 있다.
똑바로 눕는 자세, 수면무호흡 유발 우려
간혹 술을 수면제 삼아 잠을 청하려는 이들도 있다. 술은 일시적인 수면 유도 효과가 있으나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게 만들고 탈수와 이뇨 작용으로 수면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술과 함께 수면제를 복용하면 약물 부작용의 위험이 커지고 지속적인 음주로 인한 간·위장 질환 등도 유발될 수 있다.
잠들기 전 운동을 하면 피곤해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생각도 오해다. 정 교수는 “잠들기 바로 직전에 운동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몸이 흥분한 상태가 되고 잠이 더 잘 안 오게 된다”며 “잠자리에 들기 최소 서너 시간 이전에 운동을 마치고 몸이 어느 정도 진정된 상태에서 잠을 청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겨울철 지나치게 따뜻한 실내 온도는 숙면에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 체온은 잠을 자는 동안 활동 시기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실내 기온을 약간 낮게 유지하면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잠자리에 시계를 두지 않는 것도 불면증을 막는 한 방법이다. 쉽사리 잠이 오지 않을 때 자꾸만 시간을 확인하다 보면 오히려 불안감이 커지고 잠이 더 달아날 수 있다.
수면제는 이러한 방법들을 쓰고 난 뒤에도 불면증이 지속할 때 복용하는 게 좋다. 이때도 매일, 습관적으로 약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윤지은 교수는 “약물 요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만성 불면증보다는 급성 불면증에서 4주 이내로 써야 한다고 권고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필요시에는 만성 불면증일 때도 복용해야 한다”면서 “불면증을 악화하는 행동 요인도 함께 중재하며 수면을 조절하고, 약을 줄여가면서 치료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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