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변신은 무죄
투명한 유리창으로 장마철 어두운 하늘을 보았다. 마음에도 유리창이 있다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겠다 싶다. 그러나 마음을 볼 수 없는 것이 더 낫을지도 모르겠다. 유리창에 비친 나의 모습은 엉클어진 머리에 움푹 들어가 눈두덩이와 눈 밑이 볼록한 모습이 비쳤다. 익숙치 않은 현재의 나의 모습이다. 아침에 피어나는 나팔꽃처럼 방긋 웃는 얼굴이었으면 좋겠다. 늘 푸르름을 유지하는 젊음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모든 여성들은 양귀비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고 누구나 죽음을 면치 못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 중 하나라고 말한다. 요즘은 젊음도 늙어가는 것도 인위적으로 만들어가는 과학의 세계에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타고 난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성형의 기술을 빌려서 본래의 내 모습은 없어지고 있다. 얼굴 성형만이 아니다. 키가 작은 사람은 키 크는 방법을 찾아서 원하는 신장을 만든다는 얘기도 들었다. 성형이 난발하여 본래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성형미인이 많아지고 있는 시대, 의학의 발전은 무한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예뻐지고 싶은 그 마음 누가 모를까!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말한다. 외모지상주의가 여성들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도 한 몫한 것은 맞다. 외모에 관심 갖는 것을 누가 무어라 말할 수 있으랴! 자신을 가꾸는 것도 몸테크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외모로 첫인상을 평가받는다. 첫인상은 중요하다. 옷차림이 세련되었거나 촌스럽거나, 첫인상이 부드럽거나 거칠거나 하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많다. 나 역시도 그렇고 어느 구름 속에 비 들어 있는지 누가 알 수 있으랴!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수많은 만남을 통해서 알 수 있고 대화를 통해서 인성과 가치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오해를 갖는 경우가있다. 인상 좋은 사람은 무조건 알아보지도 않고 좋은 사람 같다는 편견을 가진다. 사기꾼들은 하나같이 사교성이 뛰어나고 관계기술이 뛰어나 어떤 사람이라도 매료당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사기를 치기 위해서 그는 관계에 최선을 다해 정성을 보이는 것이다. 목적이 있기에 그런 방법으로 의도적 기술을 전술한다. 겉모습에 속아서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내 주변에도 있다.
활짝 핀 장미처럼 화려한 시선을 끄는 사람도 있지만 알고 보면 따듯하고 이타적 마음으로 봉사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콘셉을 만들어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포장을 하면서 살아간다. 사회관계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주고받는 말이다. 우리는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말하는 언어 스타일을 보면 그가 가진 인성과 가치관을 볼수 있다.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요즘 자기 많이 피곤한가 봐? 살도 빠지고 기도 빠진 것 같아 폭삭 꼬꾸라진 것 같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병원에 가서 알아봐 걱정된다.”
“그래, 고마워 요즘 별일도 많지 않은데 자꾸만 피곤해서 일상도 힘드네.”
라고 말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친구의 말을 되씹고 있었다.
“폭삭 꼬꾸라진 것 같아….”
같은 또래끼리 만나면
“우리 이제는 염색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살자.”
약속 같은 말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어쩌다 만나는 날에 보면 모두가 염색을 하고 나타난다. 웬지 자신감이 없는 모양이다. 순진한 나는 약속을 지킨다. 손자가 말한다.
“ 할머니 진짜 흰머리 많아요.”
내 손자도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자신과의 약속도 있지만, 사회 분위기라는 것이 있으니 어쩔 수 없겠다. 친구의 얘기도 무시할 수 없고 손자의 말도 신경 쓰인다.
외무부 여성 장관이었던 강경화씨의 흰머리 스타일은 참 멋지다고 말하고 그 사람처럼 하고 다녀도 좋겠다고 말한다. 어떤 스타일이던 그가 가지고 있는 셀렙이, 한몫하는 것은 아닐까 그는 그렇게 자신감 있게 커밍아웃을 하고 멋지게 당당하게 살아간다. 여성들의 로망이라고 말해도 될듯하다. 많은 여성들이 그의 흰머리 스타일이 멋지다고 말한다. 타인의 헤어스타일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들은 흰머리 나오는 것을 참아내지 못하고 염색을 한다. 나도 그렇다.
그래 염색을 하자 그것만으로도 나의 이미지가 변화된다면 해야지! 나는 셀렙도, 없으니 말이다. 환경이고 뭐고 개인의 모습이 초라해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하여 나의 신조를 무너뜨렸다. 단백질이 다 빠져 새털처럼 탄력을 잃은 검은 머리가 되었다. 손자도 의식해야 하고 친구의 말에도 신경 쓰여 무너지고 말았다. 꽃이 피다 지듯이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도 받아들여야 할테인데 주변인을 내세워 나의 다짐을 어기고만 심약한 자신이 밉다. 그것이 시대의 패턴이다. 누굴 탓하랴! 흐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