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에 꽃을 꺾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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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춤을 잘 모른다. 노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나를 누른 긴긴 한숨이 저절로 노래가 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심장 아래서 이유도 없이 파닥이는 희망의 날갯짓과 살아서는 이기기 어려운 절망의 무게가 저절로 춤이 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춤에 대한 욕망은 꽤 강렬해서 전통 춤 연구소를 찾아가기도 했다. 살풀이 춤 정도는 출 줄 알아서 몸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볍거나 너무 슬플 때, 소통이 닫혀 홀로 뒤틀릴 때, 장고소리에 맞추어 길고 흰 비단을 허공에 휘두르며 먼 근원을 향해 존재를 흘려보내고 싶었다. 입을 꼭 다문 채 관절과 근육과 피로서 그 자체로 소통이 완성되는 신성한 경전 하나를 암송하고 싶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