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세계에서 날아온 두 장의 초대권
- {반지의 제왕}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환상은 확실히 즐겁습니다. 동시에 불안하고 공포스럽기도 하지요. 그래서 환상은 희망인 동시에 독이기도 합니다.
점점 추워지는 연말,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들을 위한 따스한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하 {해리})는 희망과 꿈이 가득한 환상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세계적인 영화흥행의 돌풍을 일으키면서 우리나라에도 상륙했습니다. 이 돌풍의 중심기둥은 놀랍게도 깡마른 몸에 창백한 피부, 이마엔 번개 모양의 흉터를 가진 작고 약해 보이는 11살 고아 소년 해리 포터입니다.
이모네 식구들의 집에서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 몸 하나 누이면 방이 꽉 차는 계단 밑 벽장에서 살아가던 고아 소년 해리 포터는 11살 생일에 새롭게 태어나게 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해리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온 거인 해그리드는 해리가 굉장한 능력을 지닌 마법사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해리에게 전설적인“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보낸 입학초대장을 건네줍니다. 이제 해리는 괄시 받는 가난한 천덕꾸러기 고아소년에서, 모두가 자신을 알고 있고 부모가 물려준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는 굉장한 능력을 지닌 마법소년이 됩니다.
호그와트 행 특급열차 안에서 만난 같은 호그와트 마법학교 입학생인 헤르미온느와 론 위즐리와 같은 그리핀도르 반에 배정된 해리는 갖가지 신기한 마법들을 배워 나가게 됩니다. 또한 빗자루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경기하는 스릴 만점의 퀴디치 게임에서 마법학교의 스타로 탄생하게 되며, 용·머리가 셋 달린 개·유니콘·켄타우루스·히포그리프(말 몸에 독수리 머리와 날개를 가진 괴물)등 신비한 동물들과 마주치며 모험을 즐깁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리는 호그와트 지하실에 `영원한 생을 가져다주는 마법사의 돌'이 비밀리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해리의 부모님을 죽인 볼드모트가 그 돌을 노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요. 볼드모트는 바로 해리를 죽이려다 실패하고 이마에 번개모양의 흉터를 남긴 장본인이고요. 해리는 볼드모트로부터 마법사의 돌과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결국 성공을 합니다.
이 영화는 조앤 K. 롤링이 쓴 그 유명한 판타지 소설 원작에 매우 충실합니다. 글자로 쓰여진 환상을 눈과 귀로 생생히 느끼는 재미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해리}에 등장하는 볼거리 중 가장 인상깊은 것은, 특수효과로 만들어진 마법과 괴물들이 아니라,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귀엽고 깜찍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모습입니다. 이 두 꼬마마법사들의 귀여운 미소는 단순한 스토리와 다른 블록버스터와 비교했을 때 빈약하다고 할 수 있는 볼거리를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하지만 그뿐 영화적 재미는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해리}에는 극적인 긴장이나 갈등이 사실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처음 일이십 분간 해리가 이모의 식구들로 받는 고통이 끝나고 나면, 모든 일이 성공으로 예정된 코스를 따라 쭉 진행됩니다. 이는 분명 신데렐라, 소공자 이야기의 변주이지요. 영화가 진행되면서 나오는 지나친 우연성과 영웅주의 또한 영화적 재미를 갉아먹습니다.
{해리}의 판타지 세계에 나오는 인물들은 매우 단순하며 직선적입니다. 선한 인물은 끝까지 선하고 악한 인물은 끝까지 악합니다. 물론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선한 인물이 악한 인물로 오해받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트릭조차 매우 단순합니다.
해리와 그 친구들은 모두 착하고 똑똑하고 의리 있고, 뭔가 하나씩은 분명히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 장점들은 서로 잘 결합되고, 필요한 시점에 정확하게 발휘되어 볼드모트의 음모를 막아냅니다.
간단한 이야기 구조와 변함 없는 인물들. 하지만 이 영화의 원작이 '아동문학'에 속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결론은 자명해 집니다. 영화에 대한 마케팅과는 달리 이 영화는 분명 아동물입니다. 이 세계의 고통과 슬픔보다는 희망과 행복을 더 봐야하고, 고통과 노력은 분명 보답 받을 수 있고, 선과 악은 분명히 구별되고, 선이 악을 이기고 막아낸다는 의식. 완전한 세계와 이상적인 아동상. 영화에 나오는 화려한 마법과 볼거리보다 이 환상 속의 완전한 세계가 더 허구적인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어 훼손되고 힘겹기만 한 세계를 살아가기 이전, 밝고 완전하고 행복한 세계의 원형을 제시하는 것이 아동물의 큰 의미 중 하나라면, 이 영화는 그 의미에는 매우 충실합니다. 어쩌면 허구와 환상은 희망과 행복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해리}에서 보여지는 희망과 행복은 영화의 세계 안에서만의 일일 뿐,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쉽게 깨어질 것만 같습니다.
화려한 볼거리와 완벽한 이야기의 행복한 결합 - {반지의 제왕}
풍성한 시각적 재미를 안겨주는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많은 경우, 빈약한 이야기와 엉성한 인물들로 인해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영화로 기억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이하 {반지})는 스펙타클과 스토리, 한 번에 같이 잡기 힘든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분명히 잡아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철학적인 주제까지 담아내고 있으니 이 영화에 쏟아진 수많은 극찬들이 단순히 상업용으로 포장된 거짓말은 아닌 듯 합니다.
악의 군주 사우론은 모든 마법의 반지를 지배하는 절대반지를 만들어 냅니다. 이 반지를 이용하여 악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던 사우론의 욕심은 신들과의 전쟁에서 이 반지를 잃게되자 사그러들어 암흑의 세계에 숨게 됩니다.
절대반지는 우여곡절 끝에 난장이 종족인 호빗족의 일원 프로도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프로도는 마법사 간달프를 통해 절대반지가 엄청난 악의 힘을 지니고 있고, 또 사우론의 손에 들어가면 세계가 악의 세력의 지배를 받게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절대반지를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은 악의 세력의 근원지인 '불의 산' 용암 속에 그것을 던져 넣는 것 뿐. 마침내 프로도를 중심으로 중간계를 이루는 마법사들, 호빗족, 엘프족, 난쟁이족, 인간 종족을 대표하는 9명의 '반지원정대'가 절대반지를 없애버리기 위한 길고 험난한 여정을 떠납니다.
감독을 맡은 피터 잭슨의 말처럼 이 영화의 재미는 가장 무섭고 사악한 것이 불을 내뿜는 용이나 살인 로봇, 혹은 거대한 상어가 아니라, 동그랗고 아주 작은 반지라는 점입니다. 손가락에 끼면 엄청난 힘과 영생을 누리게 되는 절대반지.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마음과 영혼이 사악함으로 물들게 됩니다. 이 반지는 단순히 가지고만 있어도 영혼을 악하게 물들이고, 단순히 쳐다보기만 해도 가지고 싶은 욕심에 어떤 배신과 사악한 행동도 하게 만듭니다. 즉 절대반지는 분명 스스로의 사악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고, 끊임없이 자신의 힘을 확장하려 합니다. 이런 절대반지의 특징은 우리 현실 속의 권력에 대한, 자본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도 있을 정도로 강한 상징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심소재인 절대반지가 가지는 이 상징의 힘은 영화의 기둥을 튼튼하게 합니다. 또한 이런 상징성은 영화에 철학적인 깊이까지 부여합니다.
엘리야 우드라는 깊고 파란 바닷빛 눈동자에 그리스 조각상 같은 얼굴을 가진 배우에 의해 연기되어 지는 '프로도'는 이 거대한 악과 운명을 뿌리 채 뒤흔드는 힘을 가진 반지를 가지게 되면서 평화롭고 아늑했던 고향에서의 삶을 버리고 떠나게 됩니다. 프로도는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운명을 두려워하고, 때론 너무 힘겨워 하면서도 결국은 감당해내려 합니다. 프로도가 반지 때문에 겪게되는 갈등과 고통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해리}의 인물들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선과 악, 반지에 대한 욕심과 의리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영화 속의 세계가 끊임없이 선과 악이 싸우는 것처럼, 그들도 끊임없이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고 싸우면서 자신들의 선한 의지를 지켜냅니다. 이런 그들의 갈등과 노력은 영화 속 인물들을 매우 친밀하고 인간적으로 느끼게 하면서, 각각의 인물을 생생히 살아나게 합니다. 이렇게 생생하게 형상화된 인물들은 영화의 이야기를 한층 더 흥미 있게 만듭니다.
이러한 스토리와 소재, 인물 상의 강점 뿐 아니라, 판타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각효과 특수효과에 있어서도 이 영화는 괄목한 만한 장관을 보여줍니다. 뉴질랜드의 광활한 대지 위에 제작된 {반지}의 세트장은 현재 뉴질랜드 최대의 관광단지로 각광 받을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소품, 특수분장, 의상 또한 원작자인 'J.R.R 톨킨'이 소설 속에 그려낸 현실에 없는 중간계의 세계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호빗과 난쟁이족, 괴물, 환상적인 폭죽놀이 등은 시각적인 쾌감까지 느끼게 합니다.
이 영화는 한 번의 촬영으로 3개의 에피소드를 제작했는데, 2003년까지 한 편씩 개봉됩니다. 이는 그만큼 흥행에 대한 자신이 있다는 의미와 더불어, 현재 제작된 이 영화의 특수효과 수준이 마지막 에피소드가 개봉되는 2003년의 특수효과 수준을 어느 정도 감당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스토리, 플롯, 인물, 연출력, 특수효과 등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두시간 반을 훌쩍 넘어서는 상영 시간은 원작소설의 향기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더 이상 동료들을 힘겨운 운명에 휩쓸리게 하지 않으려고 원정대와 떨어진 프로도가 친구와 함께 '불의 산'을 찾아가는 데서 끝나는 마지막도, 영화가 3개의 에피소드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으면 결말이 약한 영화로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긴 상영시간과 약한 결말이 영화적 완성도를 많이 해치는 것은 아닙니다.
{해리}가 아동을 중심으로 한, 가족에 적당한 판타지 영화라면, {반지}는 거의 모든 사람이 공감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판타지 영화입니다. 물론 판타지 영화의 팬이라면 두 편을 모두 감상하겠죠.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연말과 연초에 잇달아 개봉하는 두 영화를 보러 가족 나들이를 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