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 일화] 카봉에 모든 것을 걸고 1
이 판이 끝나자, M씨는
"뭐 정해진 수순대로 된 거 아닙니까? 그 정도야 기본적인 플레이죠-"
라며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출중한 실력을 과시하였다. 그러자,
"야, 이거 우리하곤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나는 거 같은데…"
"그걸, 그렇게 데리고 가서 아주 보내 버리네…"
"워낙, 패를 잘 읽으니 같이 게임 하기가 춥네- 추워-."
여기 저기서 불만 섞인 말들이 튀어 나온다.
단 한사람 이미 제정신이 아닌 서원장만은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아 이런 불평을 할 단계도 지난지 오래인 듯 한마디 말도 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M씨의 앞에 쌓인 돈은 점점 불어나고 서원장의 앞은 계속 얇아진다.
하지만 서원장 역시도 포커게임을 해볼만큼 해본 베테랑, 차츰 냉정을 찾아가며 게임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상해-. 웬지 꼼짝을 할 수가 없어-,
이건 분명히 실력차이란 얘긴데 저 친구(M씨)가 그렇게 고수란 말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고도, 부정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서원장 역시 그 정도의 진단능력은 가지고 있는 고수임에 틀림없다.
결국, 서원장은 '설력의 차이'임을 깨닫고 피해를 최소화하여 오늘의 게임을 마무리하기로 작전을 바꾸었다.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이러한 서원장의 판단은 정확하였다.
서원장과 나머지 멤버들도 제법 포커깨나 한다는 실력자였지만 애시당초 M씨와는 상대가 안될 정도의 수준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후의 게임은 순리(?)대로 진행, M씨가 이틀 연속 압승을 거둔채 끝나다.
게임이 끝난후 같이 게임을 했던 멤버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신없다-. M씨와는 하지 않겠다."
고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얼어선다. 이러한 생각은 서원장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서원장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포커의 세계가 얼마나 넓고 험한지를 M씨와의 게임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으며 반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M씨는 항우의 함과 용맹은 가졌으나, 조조의 지혜를 갖지 못한 사람이었다.
다시말해 실력만은 어떤 고수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지만 최고의 수준에 오르기에는 큰 결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포커는 천하에 둘도 없는 고수와 하수간의 게임이라 할지라도 어떠한 어드밴티지도 없이 서로가 똑같은 조건에서 게임을 해야한다.
이것은 포커만이 가지는 특징이자, 매력이며, 이러한 점이 바로 고수들에게는 한 없이 큰 즐거움이다. 반대로 하수들로서는 도저히 고수에게 이길 수 없는 이유이다.
만약 포커에서도 바둑이나 볼링 골프등과 같이 고수가 하수에게 어드밴티지를 준다면 고수라하여 절대적인 승률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포커에서 어드밴티지를 준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포커에서의 고수란 바로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누구든 고수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간과하고 넘어가서는 안될,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가 함께 게임하기를 꺼린다면 그 실력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 세계 최고의 실력자인들, 게임하는 데 끼워주지 않는 다면 이길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미국의 포커 아카데미에서는 졸업을 하기 전에 가장 마지막에 배우는 것이 포커페이스와 변장술이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M씨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더 이상 갖출 게 없을 정도로 완벽한 수준이었지만 자신의 전력을 너무 쉽게 노출시켜 단 2번의 게임을 한 후 직장을 잃은 셈이다.
그렇다면 M씨와 똑같은 수준의 실력을 가진 고수가 3번 4번 또는 그 이상 직장을 잃지 않고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면 누가 더 뛰어난 고수이겠는가?
필자는 지금껏 수없이 포커게임의 현장을 목격하며 출중한 고수들을 보아왔지만 자기 자신의 노출시키지 않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단연 H씨라고 생각한다.
만약 포커에도 바둑처럼 단수가 있다면 H씨야 말로 필자가 보아왔던 사람 중 입신의 경지인 9단에 오른 몇 명 안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일 것이다.
필자는 H씨와 참으로 많은 게임을 함께 해보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H씨를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 하지만 H씨는 거의 져본적이 없다- 완벽하게 자신을 감출줄 알고 있었다.(그리고 필자 역시도 H씨의 진정한 실력을 알게 된 것은 꽤 세월이 흐른 다음이었다)
포커게임을 하다보면 게임중에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일일이 설명하며 잘난 척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일수록 대부분이 '빈깡통이 요란한…' 그런 경우가 많다. 앞에서 얘기했던 것과 비슷한 의미이다. 진정한 고수는 자기자신을 통제하고 숨길 줄 안다.
그러나 이것은 게임 중에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절대로 쉽게 실행에 옮길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상대에게 전혀 그런 인상이나 느낌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 이것은 실전기술과는 또 다른 분야이기에 노력만으로는 얻어지기 힘든 차원의 노하우이며, 바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고 통제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이야말로 최고봉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보이지 않는 재능(?)인 것이다.
[포커 일화] 카봉에 모든 것을 걸고 2
어느 포커판을 가든 새로 나타난 이방인(그날의 나와 같이)에 대해서는 기존의 모든 멤버들이 일단 공통적으로 강한 경계심을 가지게 된다.
어찌 생각하기에는 내 돈 지키고 따기도 힘든데 그런 데까지 뭐 하러 신경을 쓰냐고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자신의 큰 피해를 감수해 가면서까지 그 새로운 이방인을 견제하지는 않겠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그러한 현상(이방인을 견제하는)은 게임중에 곳곳에서 나타난다.
아주 간단한 예로서 게임 중에 레이즈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에서 이방인을 죽이지 않고 끌고 가려면 일부러 레이즈를 안하고, 반대로 이방인을 죽이고 싶을 때는 레이즈를 하여 괴롭힌다는 그런 식이다.
또는 하이-로우 나와서 지고, 또 투페어를 뜨면 상대는 마지막에 스트레이트나 플러시를 메이드 게임의 경우라면 하이 쪽으로 갈 수도 있고 로우 쪽으로 갈 수도 있을 때, 웬만하면 이방인쪽 방향으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애초부터 나 역시도 이런 현상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 나름대로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내 발로 이 사무실을 찾아갔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튼 이날은 이러한 현상도 조금은 있었지만 그것보다, 게임도 잘 안 풀리고 패도 잘 안 들어와서, 말 그대로 속수무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포플러시에서 이길 때는 못 뜨고, 질 때는 쓸데없이 떠서 더 큰 피해를 보곤했으며, 처음에 A 원페어를 가지고 판을 키워 가며 승부를 걸면 이상하게도 투페어를 못 뜰 때는 상대에게 투페어가시켜 지곤 하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3~4시간 이상을 속된 말로 '죽을 쓰고' 있었으니 상대들은 연신자기네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마치 나를 보며
"어디서 아주 물 좋은 봉이 한 명 들어왔구나"
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 정도로 그때까지 나는 판 같은 판이라고는 단 한번도 먹어 보질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심정을 느끼며
"그래, 마음껏들 좋아해라. 끝날 때도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보자."
라고 다짐하고는 더욱 정신을 가다듬고 긴장의 고삐를 죄었다.
하지만 좀체로 분위기가 반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피해만 계속 커져 갔다.
그래서 나는 이미 잃은 금액이 꽤 많았기에 서서히 초조해지기 시작했지만
"하루종일 계속 이렇게 안 될 리는 없다. 분명 기회는 온다."
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상대방 한 명이,
"벌써 꽤 나가신 거 같은데 흥분도 안하고 계속 타이트하게 게임 하시는 걸 보니 게임을 많이 해보신 모양이네요……."
라며 내 신경을 건드렸다. 그러더니,
"하긴…, 그게 덜 잃는 방법일지도 모르지……."
라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속에서 자존심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하지만 겉으로는 억지로 태연한 척,
"뭐 산다는 게 그런 거 아닙니까?
추운 겨울이 있으면 또 언젠가는 따뜻한 봄날 도 오겠죠 ……"
라며 무표정하게 받았다. 그러자,
"따뜻한 봄날이오……?
그거 좋지요. 그런데 영원히 겨울만 있는 곳도 있더라구요, 하하……"
라며 다른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는 것이었다.
잃고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한 운영을 하는 내 신경을 건드리자는 의도가 분명했지만, 나는 앞서도 얘기했듯이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게임을 많이 해보았기에 이런 신경전에는 익숙해 있었고, 또 내 나름대로는 역전시킬 자신감이 있었기에 꾹 참고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피가 거꾸로 도는 듯한 감정을 느꼈던 것이 솔직하고도 당연한 심정이었다.
이런 신경전이 오가는 사이 조금씩 나에게도 패가 뜨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끗발이 뜨는 것은 아니었고, 더이상 피해가 늘어나지않고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정도였다.
그리고는 그 상태에서 또 2~3시간 정도가 지나가고 있었다.
[포커 일화] 카봉에 모든 것을 걸고 4
그리고 나서 5구째 카드가 떨어졌는데….
그림에서 보듯 ㉢의 액면에 ◆5가 떨어지며 ㉢은 플러시 쪽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아울러 ㉡이 만약 5 트리플이었더라도 5 포카드는 나올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에서는 또 베팅을 하고 나왔다.
그러자 ㉢은
"내 액면을 보고도 겁없이 베팅을 하고 나와?"
라는 듯 바로 레이즈를 하여 판을 키웠다.
나는 당연히 숨도 안 쉬고 콜.
㉡ 역시 ㉢의 플러시 액면을 보고 더 이상의 레이즈는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5구 풀하우스 메이드로서 상대들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는지 아무튼 조금의 망설임없이 콜.
그러면서 이미 4구째 3번의 레이즈, 5구째 2번의 레이즈가 오가며 엄청난 판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하늘이 준 찬스라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이번 판에서 지금까지 부진했던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키려는 강한 각오로 지금의 K 트리플에 모든 것을 걸고 이날의 승부를 결정 짓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행 상황으로 보았을 때 내가 이기려면 반드시 풀하우스를 떠야만 한다는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과연 내 기대대로 풀하우스가 떠줄 것인가?
그리고 만약 풀하우스를 뜬다면 마지막 히든에 뜨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마지막에 풀하우스를 뜰 확률이란 겨우 5번에 1번 정도로 희박하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6구에 풀하우스가 메이드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다.
첫댓글 계속 연재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