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제 자리는 소파입니다.
다치기 전에는 소파 왼쪽 귀퉁이, 왼쪽 다리를 다친 이후에는 오른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파에서 위치만 바뀌었을 뿐인데 기분은 천지 차이입니다.
왼쪽은 각 방, 냉장고, 씽크대, 베란다 등 집안의 여러 곳에 가깝고 한 눈에 들어오는 반면에, 오른쪽은 햇볕 잘 들어오는 창가 자리입니다.
왼쪽에 앉았을 때는 울각시가 뭘 시켜도 신속하게 반응을 보일 수 있고요, 제 맘대로 제가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언제든지 빠리빠리하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소위 명당이라고 하는 자유로운 제 자리였죠.
오른쪽은요, 어쩔 수 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곳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어쩌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면 사방에서 카메라가 쫓아다닙니다.
한 마디로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나 할까요?
좁은 소파에서 꼼짝을 못하는 거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지난 번에 제가 울각시한테 왕짱 삐친 것도, 수시로 짜증을 부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갑갑증이 도진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런데 하물며 좁은 병실에서 갇혀 있다시피한 중병 환자들이나, 죄 짓고 감옥에 가 있는 사람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아무쪼록 건강하고 죄 짓지 말고 살아야지요.
과자 디게 좋아하는 얼라들 과자에세 손 떼게 하는 방법 아시죠? 과자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물리도록 먹게 해 주는 겁니다.
저는 어떨 것 같나요?
가끔 갑갑증에 금단 증상이 도지기는 해도 겨우 5주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오늘도 제 자리는 햇빛이 자알 들어옵니다. ~^.^~
♥장모님,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인상이 나쁘다며 시비를 거는 사람도 많았어요. 이유없이 따귀를 맞은 적도 있고...''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고통받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수차례 봉변(?)을 겪고도 그는 오늘도 내일도 인상을 찌푸려야 하는 운명입니다.
악역 전문배우 이철민 씨.
''이철민? 아~ 그 나쁜 놈?''
사람의 몸에 불을 지르거나 전기톱으로 손목을 자르는 등 그의 악역 연기에 관객들은 혀를 내두릅니다.
그런데 최근 한 방송에서 그는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에서 혼자 사는 장모의 집을 잦은 이철민.
장모는 사별의 슬픔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남기고 간 화분에 말을 걸기도 하고, 그러다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런 장모에게 철민 씨는 계속 말을 붙입니다.
''(제 용돈을) 한 10%만 올려주라고 얘기 좀...''
''그걸 지금 나한테 (딸에게)말 하라는 거야?''
''그렇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이처럼 떼를 쓰기도 합니다.
그렇게 투닥거리다 보니 어느새 집에 갈 시간이 다가왔는데...
그냥 나가려다 갑자기 자기 구두를 신지 않고 남는 슬리퍼를 신었습니다.
''남자 신발이 하나도 없어서 도둑 들면 어떡해요.
제 구두를 두고 갈게요.''
홀로 남은 장모의 집에 행여 도둑이라도 들까봐 자신의 구두를 벗어 놓고 간 겁니다.
사위가 돌아가고, 텅빈 신발장에는 반들반들한 구두가 남았습니다.
장모는 침대에 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우리 사위가 저렇게 따뜻한 마음이 있구나 그랬어요. 정말 눈물 나왔어요. 감동 받았어요.''
사실 이철민 씨는 학창시절에 한 번도 친구들과 싸운 적이 없었고, 주변의 안타까운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따뜻한 남자입니다.
''맞는 것도 너무 아프지만 누굴 때리는 건 더 마음 아픈 일이니까...''
''식당에서 껌 파는 할머니를 그냥 지나치는 것도 너무 괴로운 일이에요. 가격이 얼마든 자꾸 사게 됩니다.''
하지만 특유의 인상 때문에 악역 제의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악역을 하다 보니 식구들에게 미안했어요.
우리 아빠가 연기자라고 했을 때 '아, 그 나쁜 놈'이라는 말이 붙으니 아이들과 와이프가 이야기를 못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악역 연기가 부끄러운 건 아닙니다.
최고의 악역 연기자로 기억되는 것이 그의 목표입니다.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 선배님 같은 싸이코 패스도 해보고 싶습니다. 악역의 정점을 찍고 싶어요.''
자신의 성격을 한 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스브스뉴스의 질문에 이철민 씨는 수줍게 대답했습니다.
''인상도 이렇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저, 사실 속정 많은 츤데레입니다.''
-스브스뉴스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