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 - 백로가(白鷺歌) - 가마귀 싸우는 골에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6. 12.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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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 - 백로가(白鷺歌) - 가마귀 싸우는 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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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9. 03:29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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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가(白鷺歌) - 가마귀 싸우는 골에
요약 나쁜 사람들을 가까이 하다 보면 그들의 시샘을 받아 욕을 볼 수 있으니 가까이 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노래이다.
작품원문
가마귀 호 골에 白鷺(백로)ㅣ야 가지 마라 셩낸 가마귀 흰 빗 새올셰라 淸江(청강)에 잇것 시슨 몸을 더러일가 노라 |
현대어 해석
까마귀가 싸우는 골짜기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낸 까마귀가 흰 빛을 샘낼까 염려스럽구나
맑은 물에 기껏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시어 풀이
새올셰라 : ‘새오다’는 ‘샘을 내다’라는 뜻의 옛말이다. ‘ㄹ세라’는 그러할까 염려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이다. 그러므로 ‘샘낼까 염려스럽다’는 뜻이다.
잇것 : 기껏, 흡족하게.
淸江(청강) : 맑은 물.
시슨 : 씻은
작가소개와 작품해설
이 시조는 고려의 충신인 정몽주의 어머니가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고려 말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서 이해해야 한다.
초장에서는 백로에게 까마귀가 싸우는 골짜기에 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으며, 중장에서는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백로가 까마귀들이 싸우는 골짜기에 가면 안 되는 이유는 검은색의 까마귀들이 백로의 하얀색을 시샘할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종장에서는 까마귀들을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하게 표현되었다. 맑은 물에 씻어 깨끗해진 몸이 까마귀들을 가까이함으로써 더럽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 말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까마귀는 조선을 개국하려는 이성계 일파와 몽골 항쟁 이후 새롭게 형성된 권문세족(權門勢族)들을 비유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모든 권문세족들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권문세족들은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집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계 일파나 권문세족은 고려의 국운(國運)을 위태롭게 만드는 세력이라 할 수 있다. ‘까마귀 싸우는’이라는 표현은 고려 말에 이 두 집단의 세력다툼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백로는 고려에 충성을 다하려는 사람들을 비유한 표현이다. 종장에서 ‘?? 씻은 몸을 더럽힐까’라는 표현은 까마귀로 비유한 무리들을 멀리 하라는 뜻만은 아니다. 종장의 표현은 까마귀 같은 무리들처럼 나쁜 마음을 갖지 말고 고려에 충성을 다함으로써 고려의 신하로서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뜻이다.
이 작품에서는 검은색과 하얀색의 시각적 이미지 대비를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검은 까마귀는 간신(奸臣)과 역신(逆臣)을 뜻하며, 하얀 백로는 충신(忠臣)을 뜻한다. 그러므로 하얀 백로에게 검은 까마귀를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한 것은 간신이나 역신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당부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의 주제는 국가를 위태롭게 만드는 세력과 어울리는 경계함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조선 중기 연산군 때 김정구(金鼎九)가 지었다고 보기도 한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이희령(李希齡, 1697~1776)의 『약파만록(藥坡漫錄)』에는 이 시조를 한역한 것으로 보이는 작품을 김정구가 지었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이 시조의 지은이를 김정구라 추정하기도 한다.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 『화원악보』 등에 실려 있으며, 시조집마다 표기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원문은 『청구영언』의 표기를 따랐다.
작품읽기 &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