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외(油外)사업 연착륙 난항···임대사업·인건비 절감 외엔 대안 마땅치 않아
[시사저널e=유주엽 인턴기자] “이것저것 해봐도 나아지질 않네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SK주유소 관계자의 푸념이다. 확실한 수익성이 담보된다는 강남권 주유소도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만원 이상 주유 시 무료세차권 또는 커피교환권 지급’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주유소 입구에 내걸렸지만, 오후 1시 이곳 주유소는 텅 비어있었다.
서울 서초구 소재 SK엔크린 Q엔느 주유소에서 고객유치를 위해 플래카드를 걸어두고 있다. / 사진=유주엽 인턴기자
해당 주유소는 지난 2008년부터 유외(油外)사업을 도입했다. ‘가장 아름다운 주유소’를 표방하며 여성고객 유치를 위해 네일아트·요리강좌 및 자녀교육을 위한 컨설팅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이처럼 온갖 시도를 했지만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네일아트가 이뤄지던 공간은 현재 꽃가게가 들어섰다. 고객 유치를 위한 시도가 무위에 그치면서 결국 임대수익이라도 얻기 위해 세를 내줬다.
영등포구 소재 SK주유소는 유외사업을 대표하는 주유소로 꼽힌다. 지상 5층 규모의 이곳 주유소에는 주유공간뿐 아니라,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와 의류쇼핑몰 등이 들어서기도 했다. 현재는 맥도날드만 자리했다. 의류쇼핑몰 유치사업은 실패로 끝난 셈이다. 주유소 관계자는 “이용객이 적었다”고 전했다. 의류쇼핑몰이 있던 공간은 사무실이 입주한 상태다.
정유업계 차원에서 실시된 사업도 신통치 않았다. 지난 2018년 12월 정유업계 라이벌인 SK에너지와 GS에너지는 주유소 기반 스마트보관함 사업 ‘큐부(QBoo)’를 공동으로 론칭하기도 했다. 세탁물·중고거래·택배수령 등이 가능한 보관서비스였다. 2019년 1월까지 서울에만 20개 큐부 보관함이 설치됐다. 현재 해당서비스가 제대로 이행되는 지 확인하고자 했으나 불가능했다. 이용률이 낮아 이미 철수된 상태였다.
권역별 요지에 위치한 주유소의 공간활용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업종과의 협업도 추진된 바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7월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해 주유소 내 전기자전거 충전 및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8월에는 에쓰오일과 공유 전기자전거업체 일레클이 제휴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양사 모두 협업을 체결한 지 1년이 다돼가도록 도입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유사업의 자체적인 수익성 한계를 마주한 상황에서 고객유치를 위한 신사업마저 연착륙에 실패하면서 주유소들은 결국 고정비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인건비를 절감하고 이에 따른 가격절감 효과로 고객 유치 전략을 내세운 셀프주유소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외사업 부문에서도 셀프주유소와 같은 무인사업이 접목되기도 했다.
강서구에 위치한 에쓰오일 하이웨이주유소에는 무인편의점이 들어섰다. 고객이 셀프로 주유하면서 편의점에서 간단한 물품들의 구매가 가능하다는 이점을 접목했다. 이곳 주유소 관계자는 “주변에 편의점이 많아 수익적으로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면서도 “고객유치를 위해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편의점 바로 옆에는 핫도그가게가 들어섰지만,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주유소가 다각도로 고민해 온 흔적이다.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강서구 소재 에쓰오일 하이웨이 주유소. / 사진=유주엽 인턴기자
주유소사업 자체가 수익성이 저하됨에 따라, 수익형 빌딩으로 탈바꿈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2000년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석유가 팔리던 서초구 삼풍주유소 자리는 외식기업 엔타스의 경복궁·삿뽀로·고구려 등이 위치했다. 이곳과 500m 떨어진 서울교대 후문 인근의 GS칼텍스 서울주유소도 사업을 종료한 뒤 수익성 부동산을 짓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전국 영업주유소는 1만1292개소다. 올해 1월 1일에는 1만1369개 주유소가 영업했지만 불과 5개월 사이 전국에서 77개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서울의 주유소 숫자도 490개에서 476개로 감소했다. 서울의 주유소 수는 2019년 상반기 IMF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500곳 미만으로 떨어졌다. 2019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10개의 주유소가 감소했으나, 올 상반기에만 14개소가 폐업했다.
출처 : 시사저널e - 온라인 저널리즘의 미래(http://www.sisajourn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