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과 중국 사이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기류라는 것이 변화무쌍한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은 중국 종속국가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의 북한 길들이기가 심화되는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강도높게 길들이려고 하자 북한이 내놓고 반발하는 양상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당장 탈중국화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 그럴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친중 일변도의 태도에서 점차 탈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얼마전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주석인 시진핑과 총리인 리창에 이은 권력 3위 인물입니다. 당연히 북한의 김정은을 만났습니다. 중국의 중요한 고위급 인사가 방북해 김정은과 만났으니 이런 저런 선물 보따리가 나올 것이라 분석됐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빈 바구니였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자들이 이미 여러차례 만나 조율을 했으니 선물 바구니는 어느정도 채워졌으리라 여긴 것입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그냥 만난 것에 의미를 둔 그런 자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측이 당황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설치한 양국 정상의 기념물을 얼마전 없앴습니다. 기념 사진 전시실도 올해 초에 문을 닫았습니다. 뭔가 상당히 냉랭한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마도 근래들어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나선데 대한 중국의 불만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중국 상무위원장의 방북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북한 김정은은 발끈했습니다.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습니다. 그는 중국에게 기대감을 갖지 말고 비굴하게 굴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입니다. 또한 북한 외무성에 대해 중국에 대한 저자세로 양자 현안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북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강하게 질책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과 중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그리 편안한 관계가 아닙니다. 숱하게 침략해온 중국세력을 북한지역 주민들과 해당 지역 관리들은 몸소 경험했습니다. 백제와 신라와는 다르게 고구려는 중국과 전쟁하면서 세월을 보냈습니다. 고려때도 조선때도 마찬가집니다. 지금 북한지역은 왜구에게 시달린 남부지방과 흡사하게 중국 무리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시달린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은 동북공정이란 요상한 괴물을 내세워 한반도 역사를 중국 역사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사실을 왜 모르겠습니까. 오랫동안 무역제재와 경제제재를 당하는 속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중국에 기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행하는 굴욕적인 처사에 북한 관계자들이 얼마나 곤혹스럽겠습니까. 최근 러시아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북한과 친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과 사사건건 대결하려는 중국보다는 러시아가 더 편한 상대일 수 있습니다. 지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전쟁장비를 공급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미국과 상대할 때도 중국보다는 러시아가 더 든든한 뒷배가 될 수 있다고 북한은 판단하는 것입니다. 또한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트럼프와 푸틴의 브로맨스를 북한 김정은은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세계의 공장이라던 중국에 건너가 이런 저런 사업을 행했던 과거에 한국 기업들과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에게 이런 저런 피곤함을 겪었습니다. 중국인의 그 특유한 거만함속에 느낀 그 심적 비굴함은 상당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사건건 한국이 행하는 일에 간섭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경제보복을 가한 그 중국을 한국인은 마음속으로 깊게 새기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는 조사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이웃으로 살기에는 너무도 힘들고 중화사상에 물든 정신질환자라는 것을 한국인들은 이제 절실히 깨닳은 것입니다. 과거 수나라 당나라 원나라 청나라때 행한 그 숱한 침략전쟁 그리고 전쟁이 가져온 피폐상을 한국인들은 빼아프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자연히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싫은 나라가 된 것입니다.
한국도 탈중국화를 보이고 있습니다.경제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사실 또 그래야만 합니다. 사실 그동안 수출을 비롯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에 너무 편중된 경향이 있습니다. 탈중국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미중간의 무역전쟁과 중국이 행하는 참을 수 없는 동북공정을 통한 문화침탈에 그 탈피 속도가 빨라졌을 뿐입니다. 중국과의 지난한 역사적 피곤함을 극복하고 중국과 대등하고 중국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는 상황속에 탈중국화는 필수적이자 필히 거쳐야할 정치외교적 상황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2024년 5월 3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