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님이 산중 암자에서 여러 해를 머리도 깎지 않고 살았다.
나무바가지 하나를 만들어서 냇가에서 물을 떠서 먹었다.
그 때 어떤 승려가 그것을 보고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그 암주가 나무바가지를 세우고
“개울이 깊으면 바가지의 자루도 길다.”라고 말했다.
스님이 돌아가서 설봉 선사에게 이 말씀을 드렸다.
설봉 선사는 “매우 기괴하도다. 매우 기괴하도다.”라고 말했다.
설봉 선사가 하루는 시자와 함께 머리 깎는 칼을 가지고 가서
그를 막 보자마자 물었다.
“도를 얻었다면 그대의 머리를 깎지 아니하리라.”라고 했다.
암주가 곧 머리를 씻고 설봉 선사 앞에 꿇어앉았다.
설봉 선사가 곧 그의 머리를 깎아주었다.
一僧在山中卓菴 多年不剃頭 自作一柄木杓 溪邊舀水喫
時有僧見問 如何是祖師西來意
主竪起杓子云 溪深杓柄長 僧歸擧似師
師云也甚寄怪 也甚寄怪 師一日與侍者 將剃刀去
才相見便問 道得則不剃汝頭 主便洗頭 胡跪師前
師便與他剃却之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물었는데
스님은 마침 바가지로 물을 긷고 있다가
“개울이 깊으면 바가지의 자루도 길다.”고 대답했습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뜻입니다.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개울이 깊으면 바가지 자루가 길어지지만
얕은 개울을 만나면 바가지 자루가 짧아집니다.
이처럼 묻는 사람의 근기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그 어떤 스님은 설봉 선사와 만났을 때
도를 얻었다면 머리를 깍지 않겠다는 말에
아무 말 없이 머리를 씻고 설봉 선사 앞에 꿇어앉았습니다.
도를 얻지 못했다는 표현입니다.
다시 말하면 가르침을 받겠다는 태도입니다.
어린 아이로부터 죽음을 앞둔 노인까지 거의 모든 사람은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수년 동안 나름대로 산중 초막에 살면서 수행했고,
그래서 개울이 깊으면 바가지 자루가 길어진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스님이었다면 나름대로 도를 얻었다는
자만을 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도를 얻지 못했다며 가르침을 구하는 태도야 말로
현대 사회에서 수행하는 많은 수행자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석가모니불의 탄신일을 봉축하는 날입니다.
인연있는 사찰을 찾아 봉축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겸손과배려가 묻어나는 생활속에서
매사가 초발심이라고 여기며 살겠습니다
아미타불_()_
석가모니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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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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