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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경기도 오산 미공군기지앞에서 '송탄2동 번영회' '송탄 숙박업지부' '송탄 다방업지부' '송탄 미용업지부' 명의의 피켓을 목에 건 시민들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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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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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이 6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첫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개발 계획 폐기를 강력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본격적으로 북핵 조율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들이 "북핵 저지와 미군철수반대"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하지만 또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은 이같은 시위가 최근 촛불시위를 통해 드러난 '한-미 불평등 소파 개정' 등에 대한 범국민적 요구를 희석시킬 것이라면서 우려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도 평택시 시민단체협의회(회장 민세기, 이하 평택 시단협)는 8일 오후 2시부터 오산 미 공군기지 정문 앞에서 '북핵 저지·미군철수 반대 평화대행진'을 열었다.
이들이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약 100여개 단체 2천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초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당일 행사장에는 약 3백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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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시위에 참석한 시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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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북한이 핵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며 "일부 반미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그 동안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에 든든한 버팀몫 역할을 해왔다"라고 주장했다.또한 별도의 결의문에서 △북한은 핵 개발을 즉각 포기하고 교류·협력·화합의 태도로 나올 것 △정부는 우리 안보가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에서 비롯됐음을 인식하고 한미관계를 이간하는 불순세력을 엄단할 것 △새 정부는 햇볕정책이 가져온 오늘의 핵 위기를 교훈 삼아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때까지 일체의 지원을 중단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어 이들은 "주한 미군을 강력히 지지하며 미군철수를 노리는 일체의 음모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민세기 평택 시단협 회장은 이번 집회의 취지에 대해 "미국은 우리나라 우방으로서 4만이라는 젊은 피를 뿌리면서 우리를 도와준 나라"라며 "요즘 촛불시위도 반미시위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한 민주수호 정신이 사라지고 있어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민 회장은 또 "특히 젊은 층에서 반미사상이 만연한 것 같다"며 "6·25 이후 잊혀지고 있는 반공사상에 대해 각인 시키려는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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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산 미공군기지 정문앞에서 주한미군철수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지나가던 미군들이 이 시위를 관심있게 쳐다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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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여, 우리나라를 떠나지 마십시오.""대한민국 만세∼ 한미유대 만세∼ 북핵저지 만세∼"
이날 집회 참가자들의 '나라사랑' 성토가 이어졌다. "미군철수반대"라고 쓰인 어깨띠를 두른 이들은 평택시 시민단체 협의회(이하 평택 시단협) 소속 단체 대표들이다.
이들의 연설을 듣는 3백 여명의 청중들은 한 손에는 태극기를, 다른 한 손에는 성조기를 흔들며 연설 내용에 환호했다. 이들은 모두 "자유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여러분(주한미군)께 감사합니다" "여러분(주한미군)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주한미군 철수반대" 등이 쓰인 피켓을 걸고 있었다.
청중들의 소속 단체는 다양했다. '6·25 참전 기념사업회', '베트남 참전 전우회', '재향 군인회', '송암 상공인회', '송탄2동 번영회', '송탄 숙박업지부', '송탄 다방업지부', '송탄 미용업지부' 이었다. 주최측인 평택 시단협은 "약 33개 소속 단체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연단에 오른 연설자들의 성토는 약 30분간 계속됐다.
"6·25 당시 5만 여명의 고귀한 미군이 이 땅에서 희생당했다. 10만 여명은 상이군이 됐다. 지금 철모르고 촛불시위하며 주한미군이 떠나야 한다고 떠드는 애들이 철이 있는 애들인가? 언제부터 우리가 배불렀다고 등 따신 방안에 있다가 나와 이런 얘기를 하나.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반미세력이 미군기지 담까지 넘어서 시위한 것에 대해 관용 베푸는 나라가 과연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수호 국가인가. 미군 장갑차(궤도차량)의 과실로 2명의 여중생이 죽은 것은 애통하다. 하지만 여러분 집에도 자동차 있지 않은가. 한국에서도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는 합의로 처리한다. 또한 미국과 한국 사이에는 문화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보통 돈으로 보상한다고 한다. 미국은 이미 여중생 유가족들에게 2억원씩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과실 치사범에게 뭘 그리 요구하나?
미군이 고의적으로 여중생을 죽일 수 있겠나? 아니다. (청중들 "맞소" 연호) 과실은 과실이고 동·서양 문화가 다른 건 다른 거다. 이런 문화적 차이를 이해 못하고 좌경 용공 세력이 촛불시위로 국민을 현혹하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겠나? (우리가) 침묵하면 나라가 망하고 주장하면 나라를 구한다. 미군이 한국 살렸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자."
이날 연단에 오른 송영인 국가사랑모임 회장은 지난 해 6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을 두고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이며 두 여중생을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좌경 용공 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10여분간 송 회장의 연설이 이어지는 내내 청중들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촛불 든 시민들은 모두 김정일의 홍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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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나타낸 참가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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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경 서울 하예성 교회 목사는 송 회장보다 한층 강도 높은 연설을 했다. 연단에 오른 김 목사는 "(젊은이들이) 좌익·우익이 뭔지도 모르고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난리를 친다"며 "그들은 모두 김정일의 홍위병"이라고 못박았다. 고 신효순·심미선양에 대해서는 "팔자가 기구해서 그렇게 된 것을 어찌하겠느냐"며 "과실 교통치사에 대해 2억원이라는 보상금 줬으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그는 연설 말미에 "미군은 제발 우리 곁을 떠나지 말라"며 "내가 목사임에도 얼마나 열받았으면 이런 못할 소리를 하겠느냐"고 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족과 역사 앞에 사죄해야 한다. 작년 아시안게임 때 얼굴이 잘 생긴 북 처녀 응원단이 오자 남쪽의 청년들이 눈 돌아가 환장하더라. 이들은 좌익이 무엇인지, 우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난리를 쳤다. 미군이 떠나려하면 우리는 그들을 붙잡아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묻는다. 공산주의 주장하고, 미군을 떠나라고 주장하는 그들을 먼저 잡아들여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5년 동안 북에게 퍼주다가 미군 물러가는 것으로 임기 마무리하려 하는가? 노 당선자는 이런 문제 바로 잡아 민족을 살리는 대통령 돼야 한다.
지금 광화문에서 촛불 드는 애들, 모두 김정일의 홍위병이다. 이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쳐 넣어야 한다. (지난 해 6월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두 여중생이야 팔자가 기구해서 그렇게 된 것을 어쩌겠나? 과실 교통치사에 대해 2억원이라는 엄청난 보상금을 줬는데도 난리 치는 세력들은 박살내야 한다.
미국은 동맹을 넘어 우리의 혈맹이다. 미군이 떠나고 아마 6개월 후면 이 땅은 김정일의 세상이 될 것이다. 노 당선자는 미군이 밤 10시 이후에도 의정부·평택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안보·치안에 힘써달라.
미군들이여, 우리를 버리고 가지 말라. 미군이 없는 이 나라의 통일은 적화통일이니 우리를 두고 떠나지 말라.
이 땅에서 다시는 반미구호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 목사가 얼마나 열 받으면 이런 할 소리, 못할 소리 다 하겠나. 성조기와 태극기가 함께 휘날리는 땅이 돼야 한다. 미국과 함께 사는 형제의 나라가 돼야한다."
김 목사의 연설을 듣는 청중들은 "속시원하게 말 한번 잘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김 목사가 내려오자 몇몇 여성 청중들은 그에게 다가가 "수고하셨다. 너무 감동 깊었다"며 악수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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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연단으로 뛰어 올라온 한 시민이 손가락을 깨물어 '미군철수 반대' 혈서를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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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위원장과 핵무기 그림이 그려진 홍보판을 불태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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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중에 의한 '돌출 혈서' 해프닝도 벌어졌다. 김 목사의 연설이 끝난 후 청중에서 갑자기 한 시민이 뛰쳐 나왔다. 연단 위로 금새 뛰어 올라선 그는 자신을 "65세의 정진모라고 하는 한 시민"이라고 소개한 뒤 "혈서로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며 백지를 펼쳤다. 이내 검지 손가락을 깨 물은 그는 백지에 혈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내 그는 "미군 철수 반대"라고 쓴 혈서를 높이 쳐들어 보였다. 청중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약 1시간 30 여분동안의 집회를 마친 이들은 핵무기를 안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해골 그림이 그려져 있는 대형 그림판을 태우는 화형식을 진행했다. 또한 대형 인공기를 태운 후 "북핵저지·미군철수 반대"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인근 시가지를 행진했다.
"중요한 것은 SOFA 개정·반전·평화의 목소리"
시민단체들, 우익단체들 움직임 우려
북핵 관련 한반도 평화와 주한미군 문제를 연결시키려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이러한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우려했던 남-남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다"며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의 여론은 '주한미군 철수'가 아닌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이나 수평적인 한-미 관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대표는 "최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일부 보수언론이나 야당이 이 사건의 의미와 여론의 움직임을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논점을 흐리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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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57회 반탁승리기념대회' 참석자들이 행사를 마친 뒤 북한핵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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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초 한반도 평화문제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내·외신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준비팀 박정은 간사도 "지금 중요한 것은 '반전·평화'의 목소리"라며 "이것이 북한 핵을 견제하고 미국의 패권주의 전략을 위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해 12월 28일에도 이철승씨가 의장과 총재로 있는 `자유민주민족회의'와 `한국반탁반공학생운동 기념사업회' 등 우익단체들도 제57회 반탁승리기념대회를 개최, "우리가 편히 살려면 반미·친북·좌익세력을 몰아내야 한다"는 내용의 구국선언문과 함께 자유민주체제를 끝까지 사수하기 위한 실천 행동강령을 발표한 바 있다.
| | | "미군주둔은 우리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 | | | 오산 미 공군기지 앞 상인들, 이날 집회에 대거 참여 | | |
| |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시가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날 집회 시작 시간 약 1시간 전부터 오산 미 공군기지 앞 신장2동 상가 주변에는 "잠시 손을 놓고 북핵저지·미군철수반대 운동에 동참하자"는 해병전우회 버스의 방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신장 1·2동 일대 등 미 공군기지 주변 주민들은 대부분 미군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이다.
이날 집회에도 이 지역 상인연합회인 '송암 상공인회' 소속 상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 지역 클럽연합기구 소속 유호(37)씨는 "(이날 집회에) 해병대 연합회, 부녀회, 상인회, 심지어 목욕탕연합까지 왔다"며 "대책없이 미군이 떠나면 누가 우리를 지키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서울보다 더 위험한 곳이 평택"이라며 "북한은 평택에 제일 먼저 핵무기를 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인들은 미군부대가 이 지역 상권과 연결돼 있어 미군 철수를 반대한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한승희(49) 새마을협의회장은 "우리는 미군들과 공생하고 있다"며 "미군부대가 일주일만 외부로 나오지 않아도 여기서 생업 하는 사람들은 굶어 죽는다"고 말했다.
이경추 송암상공인회 회장은 더욱 구체적인 근거를 내세웠다. 이 회장은 "지난 해 6월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을 상"이라며 "촛불시위가 번져가면서 미군이 기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 반대는 우리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이 지역 상인들이 미군들을 상대로 연간 약 34억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지난 6월 이후 현재까지 추이를 볼 때 수익이 반으로 줄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다면 이 지역 상권에 대한 보상 정책이 마련되면 입장 변화가 생길 수도 있나"란 질문에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으나 지금으로선 대책이 없으니 대책없는 주한미군 철수는 안된다"고 항변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송암상공인회에는 이 지역 약 750개 점포가 가입돼있다.
하지만 대다수 상인들의 이런 의견과는 달리 이날 집회에 반대하는 주민도 있었다. 미군기지 인근에 위치한 체육관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김명재(34)씨는 "미군철수 반대 시위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나이가 좀 드신 세대는 반공세대다 보니 미군에 우호적이나 나같은 경우는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중요한 것은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우리가 자주국가로서 권한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지은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