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살아가자니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음식인데도
혼자 먹겠다고 이것저것 준비하는 일은 번거롭다.
그래서 대개 철따라 두릅 취나물 곤드레 등의 산나물이며 상추 쑥갓 깻잎 등의 야채를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넣고 비벼 먹는 날이 많다.
그저 참기름 적당량에 고추장넣어 쓱쓱 비벼 한 입 가득 넣고
알싸하게 매운 풋고추 된장찍으면 세상 부러을 일이 없다.
집을 지으니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많이도 찾아온다.
그래도 멀리서 찾아주는 벗들이라 소박한 내 밥상처럼 소홀히 대접할 수는 없다 하여
근처 음식점으로 데려간다.
식사는 기본이요 대여섯 명이 앉을라치면 으례 주당은 한두 명 있게 마련이라
소주병은 쌓여가고 이에 따라 이런저런 안주도 계속 추가된다.
게다가 어느 정도 취한 녀석들은 안주를 시켜도 호기롭게 비싼 안주들만 시킨다.
보고 싶다고 찾아주는 벗들에게 계산까지 맡길 수는 없는게 인지상정이라
어느 달은 예닐곱 번의 손님들을 치루니 지출이 막대하다.
산골에서는 이런저런 농사를 지어도 돈이 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그러니 살아가는 지혜란 소비를 줄이고 무엇이든 자급자족하여야 살아 갈 수 있음에
그러한 지출은 쉬운 일이 아니고
식당으로 데려가서 이것저것 좋은 음식을 먹인다 해도 도시에서의 음식에 비하여
그리 맛갈나지도 않으니
음식이 좋았다 어쨌다라는 말은 못 듣는다.
가만히 생각하니 산골이 보고 싶어 온 사람들이니
산골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자...
어느 날 선언한다.
“너거들 내 집에 오면 앞으루 내 먹는대로 같이 먹어야 한다! 아라찌?”
좋다 한다.
또 손님이 온다.
마침 텃밭에 야채도 풍족하고 끝물이지만 취나물도 많아 듬뿍 썰어넣어
따신 밥에 고추장 비비니 모두들 환상이라 한다.
호, 그래?
다음엔 국수삶아 또 이렇게 비벼주니 세상 어디서도 이렇게 맛있는 국수는 없다 한다.
정말인지 그저 좋으라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별로 염두에 두지 않으니
은근히 자신감이 생긴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한다.
닭을 사다 엄나무 오가피넣고 백숙을 만들었는데 엄나무가 많으면 좋겠지 하고
어찌나 많이 넣었는지 도무지 써서 먹을 수가 없다.
그 다음에는 적당량의 엄나무를 넣으니 구수한 맛이 내 입에도 일품이라...
담백한 메밀에 알싸하고도 매운 김치넣은 전병을 좋아하여
가끔 장날이면 한두 개 먹어보는데
만드는 모양을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 생각하여 집으로 와서는 만들어
우선 이웃의 중국인을 불러 시식하게 한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좋아하니 이 것도 성공이라 메뉴에 추가된다.
그 후 내 집을 찾는 손님들은 메밀전병도 먹어보는 호사를 누리는데
지천인 뽕나무에 오디가 열리면 디저트로 접시 가득 오디도 추가된다.
여름날이면 옥수수 감자쪄서 소나무그늘 아래 자리깔고 앉으니 신선놀음 따로 없다.
이웃의 중국인은 서로 마음을 열고 지내니 언제나 도와주려 애를 쓴다.
손님들이 있어 음식준비에 애를 쓰는 모습이 보기에 딱했는지
손님들만 오면 만두를 만들어 가져오니
산골의 식탁은 이런저런 음식이 있어 풍성하다.
이러저러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어 찾는 길손들은 벽난로가 있어
난로에 구운 고구마와 시원한 동치미가 또한 별미라 하니
처음부터 이리 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구러 세월이 가고 이제는 이런저런 음식도 손에 익으니
자연 음식을 만든는 일이 즐겁기도 하고
이렇게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이라도 맛있다 하니 그저 고맙기만 한데
대신 설겆이는 귀찮아 너거들이 하라 하니 서로 하겠다 한다.
인간극장을 보고 단임골로 꽃순이와 나무꾼을 찾는다.
나무꾼과 고향이 같으니 자연스레 고향의 음식 이야기를 주고받으매
가자미식해 이야기가 나온다.
함경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이 것 한 가지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을 정도로 입에 익은 음식이라
나무꾼에게 만들어주겠다 약속한다.
시장에서 가자미는 찾을 수가 없어 동태를 사서는 좁쌀밥을 해넣고 발효시킨 후
무우를 채썰어 넣으니 그런대로 식해 맛이 나는기라
나무꾼도 맛있다 한다.
그런데 동태란 녀석은 발효가 되니 살이 모두 풀어져 아니 되겠다 싶어
다음엔 도루묵으로 만드니 이 것은 괜찮다.
가끔 나무꾼이 내 집을 들릴 적 아직 식해가 남았나 물으면
꼭 생각날 적에 먹으려 아낀다 한다.
오늘도 이웃의 중국인을 데리고 눈을 헤쳐
뚱단지와 달래를 한 웅큼 캐어서 무치니,
매콤하고도 향긋한 달래향은
저녁내내 입 안을 감돈다.
첫댓글 어쩜 저리도 잘사시는지,,,,전혀 남부럽지 않은 산골살림,,,,,,이러다가 도회지 사람 다 정선으로 이끌고 마는거 아닌가 몰라,,,,ㅎㅎㅎ
누가 그럽디다. 저 친구 사는거 보면 연구과제라고...ㅋ 근데 산골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살지요...
슬기롭게 사시는 나그네님 의 지해가 부럽습니다 .저도 님의음씩솜씨 맛보고 싶어요.
솜씨가 아니라 잔뜩 시장하게 만든 뒤 내놓으니 그런가 봅니다.ㅎ
꼭 어느 촌부의 일상 같아서 보기는 좋으데 혼자 적적하지 않으세요
혼자 식사하시면 밥맛이 덜 나는데...
강원도에는 눈이 엄청 많이 온다고 하는데 눈치우는 고생은 이골이 나셨겠어요.
적적함은 이미 잊은 지 오래라오.ㅎ 글구, 눈은 두고 보느라 길만 내고 말지요...ㅎ
정선 한번 가고 싶네요...제가 좋아하는 꺼리가 다 있어 생각만 해도 너무 좋은대요....ㅎㅎㅎ 자꾸 하다 보면 솜씨가 좋아지게 마련이고 ... 친구들도 그곳 정선에 왔으면 정선법을 따르라고 하세요....ㅎㅎㅎ자유인이시여!!!부럽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하니 즐기려 한답니다.ㅎ
산골 생활하는 저도 많이 배워갑니다. 저도 주말마다 산골생활하면서 음식 솜씨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김장도 2독 묻었고, 알타리에 동치미 까지 담갔습니다. 나물도 7가지 말려놓고, 도토리묵 가루도 서너됫박...ㅎㅎ
봄부터 가을까지는 자급자족인데 겨울이 문제더라구요 그래서 김장도 하게됐고, 나물도 만들게 되었지요.
저는 손님 모시고 밖으론 안나갑니다. 마루 밑으로 흐르는 냇가에서 물고기 잡아 먹이고, 다슬기 아욱국 등.. 다 제 손으로...
나머지는 본인들이 취향따라 알아서 사 오더라구요~ 동물은 안키우니까요... 많은 공감하고 갑니다. 건강하십시요~ *^^*
처음엔 음식만든다는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밖으로 나갔지요. 그런데 한두 가지 해보니 늘더라구요.ㅎ
비빔밥을 어찌나 맛있게 말씀하시는지 입에 침이 고입니다.^^ 자연의 식단은 별식으로 꾸미지 않은 깊은 맛이 있어 몸에도 좋을것 같습니다. 저도 가자미 식혜 먹고 싶어요. 경상도에도 비슷한 식혜가 있답니다. 무우 넣고 저희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셔서 잘 먹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건강이 좋아지지요. 가자미식해를 아시는군요. 맛있지요...ㅎ
정선나그네님 전에 제가 만들어 본다 하다가 실폐를 한적이 있는데, 함경도식 가자미 식혜 만드는법을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쪽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정리해서 올려도 되겠는지요?^^
네, 괜찮은데 성공한 후에...ㅎ
예 알겠습니다 잘 만들어 보고 올려볼께요.^^
우와~ 입인에 침이 저절로 고이네요. 무공해 자연식~ 부럽습니다.
저도 언제 한번 놀러가면 안될까요?~ㅎㅎ
언제라도 반겨드립니다.ㅎ
저도 입침이 돔니다 그보다 더 좋은 음식이 있을까요 !!~~~
나도 살아보니 그보다 더 좋은 음식이 없다 생각하지요.ㅎ
저희집도 나물종류를 좋아합니다. 님처럼 오늘저녁은 비빔밥을 만들어서 아직녹지 않은 눈을 보며 먹을까합니다.
좋은 풍경 가슴에 담아갑니다. 행복한 시간시간되시길 빕니다. ^^
좋은 저녁시간이 되세요~
신선이 따로 없네요~~그곳이 무릉도원인듯..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산답니다.ㅎ
넘 여유롭게 사시는 님 정말 부럽기 그지없네요,,,그렇죠? 요리하는 즐거움은 다른것과 비교되지 않지요 맛나게 먹어줄 사람 있으면 더욱 행복하구요..저도 주방에 있을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랍니다.....^^
전에는 몰랐던 즐거움이 생겼지요.ㅎ
에구 ~~지금 점심시간인데 숫가락 하나 들고 비빕밥 잡수시는대로 달려가고파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진리의 말씀 고개를 끄덕거려 봅니다..전원 생활 님의 글처럼 즐거움만 가득했으면 좋겟습니다 ...
지금도 시골로 이사오면 동네사람들 모두가 반겨주는 등 지낼만하지요.
저는 가자미 식혜 한번도 못먹어 보았는데 나중에 만드는 법이 올라오면 와이프에게 도전 시키려합니다..
많이 기대하면서 비법 강추 합니다.
네, 기대하세요~ㅎ 그리고 여기서 바로잡을께요. 식혜와 식해는 다른 음식이지요. 식혜는 음료로 마시는 감주를 말하고 식해는 젓갈 해 자를 써서 식해라 하지요. 아는 체 해서 지송!
저는 음료 정도로 만 생각했어요.
들어만 보고 가자미로 만드는 것 먹어 보지를 않아서...
아이고...... 지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식해...
애들 결혼하면 시골가서 살 계획인데 지두 그런여유를 누릴수있을란가요?
부럽습니다 ~~~
그럼요. 산골의 생활은 아직 살기 괜찮습니다. 단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