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다.
전쟁이 지겹다는 것이 아니다.
전쟁에 미쳐있는 판타지가 지겹다.
영웅물의 배경으로 전쟁은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그 전쟁의 명분이란게 아직도 허구헌 날
통일이나 악의 무리들의 발광 정도 밖에 안되나?
얼마 전에 한 스포츠 신문 만화에도 나왔지만,
세상을 파멸시킬려는 악의 무리들과
싸우는 정의의 용사들은 좋은데,
세상을 파멸시키면 그 악의 무리들은 어디서 사나?
그리고, 그렇게 전쟁을 오래 그리고 자주해서
제대로 버틸 나라가 있을 것 같은가?
하긴 요즘 판타지에서 무지랭이 같은 병사이란 그저 악세사리일 뿐이지만,
한번이라도 보급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필자가 읽은 판타지 소설 가운데 가장 어이없었던 작품에서
한가지 예를 들자면
중갑기사단 수백명이 적국 안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아무리 끼워맞춰도 데이워커 언데드들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의 배경이 중세풍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리고 특별한 물류교통수단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적국 안에서 수백명의 기사들이 설치고 다닌다는 것은
한마디로 '스페이스 판타지'다.
기사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수행원,
즉 말시종, 갑옷 및 무기 시종 등을 다 없앤다고 해도
식량을 나를 보급부대는 있어야할 것 아닌가?
걔네들은 흙 파먹고 사나?
가사들이 몇 달치 식량을 개인소지할 수 있다고 우길텐가?
성직자들이 음식창조 마법 쓰면 된다고?
(만약 가능하다면 성경에서
보리떡과 물고기 몇개로 오천명을 배불리 먹이신
예수님의 이적 이후 최고다.)
현지에서 약탈하면 된다고?
맞다. 식량이 부족하면 현지에서 징발 혹은 약탈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것을 반영하는 소설은 거의 없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운 전쟁사에서는
단순히 지휘관들의 능력만을 비교해놓은 경우가 많지만,
전쟁이란 단순히 지휘관의 작전 능력만으로 치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순신의 업적을 말할 때
이순신 장군의 작전 능력만을 놓고 말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
당시 조선군과 왜군의 무기와 배, 그리고 전술의 차이 같은 것을 염두해
두어야한다는 것이다.
조선군은 조총과 활을 주로 싸우는 왜군과 달리 총통, 즉 대포를 위주로 싸웠다.
비록 수적으로 열세지만
사정거리나 화력에서는 우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판옥선과 거북선 등이 주력인 조선군과 왜선의
성능 차이 등도 고려해야한다.
물론, 겨우 12척을 가지고 왜군을 괴멸시킨 노량해전의
경우는 이순신의 능력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되지만 말이다.
(그럼 저런 우위를 가지고도 대패한 원균은 뭐지...?)
전쟁이란 단순한 숫자 놀음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인공급 영웅들 몇명이서 칼부림 하다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기상이나 계절, 국내 외 정치외교 상황 등의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중세 유럽에서 가장 흔했던 공성 전술인 포위해서
굶겨 죽이기조차도 요즘 판타지에서 본적이 없다.
생각해보라, 성은 폼으로 짓나?
성이 그렇게 쉽게 뚫리면 애초에 지을 필요조차 없지 않는가?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에서 터키군이 10만을 50일 동안
막아낸 비잔틴-베네치아 연합군(기타 제노바와 용병도 있었음)은
겨우 5천이 되지 않았다.
로도스 공방전에서 터키군 10만을 5개월간 막아낸
성요하네스 기사단은 겨우 5백명, 기타 병사를 합쳐도 2천정도였다.
이런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성이다.
당시 터키군은 대포를 가지고 있었지만, 굉장히 조악했기 때문에
성을 단숨에 무너뜨릴 정도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판타지니까'라는 되도 않한 변명 뒤에 숨기보다는
역사에서 배우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P.S
성문에다가 대포를 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성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다니는 통행용 문과 성문은 따로 있다.
나무조각같은 것으로 대충 만든 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성문에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고욕이다.
성 문위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혀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성전에서는 방어가 잘된 성문보다는 성에서 가장 방어가 취약한
부분을 찾아서 그곳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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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쟁물의 허점들 - 걔네들은 흙파먹고 사나?
최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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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55
05.01.29 10:24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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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뭐... 요즘 판타지들 중에는 5살 이상의 남자들은 모두 군대 교육을 하기 위해 끌고 가고, 거기다가 세금을 50%씩이나(전쟁시도 아니면서) 받으면서... 그게 탁월한 영지 운영이라고 하더군요. ;; 그럼 도대체 농사는 누가 지으라는 거고, 남은 부녀자들이나 늙은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건지... ;;
그러니까 생각않고 쓰는게죠..
그래도 한국의 라이트 노벨에서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억측 :D
사소한 부분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닐듯 하니 패스하고 전체적으로 지극히 동감입니다. 뭐 전쟁물이라고는 로도스도전기나 SRPG게임 몇 개 해본 게 다가 아닐까 싶은 작가들이 쓴 판타지가 그렇지 않겠습니까-ㅅ-;
이순신장군이 남은 전선 12척으로 왜군 133척을 무찌른 해전은 명량해전인데요.. 그리고 오타이신 것 같은데.. 왜군은 조총, 활이 아니라 조총, 칼입니다. 조선 수군들이 총통과 활 등 원거리 무기가 주력이었는데요. ( 백병전에서는 일본군이 더 강했으니..)
그리고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에서 비잔틴 제국군 측 병력은 4973명의 그리스군사들과 2000명 외국인들이 합쳤으니까..5000명 이하는 아니었다고 생각되는데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사전에 조사를 안하고서 감으로만 글을 썼네요. 이순신 장군이 13척으로 133척의 왜군을 격파한 것은 명량해전이 맞습니다. 그리고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에서의 병력도 유효전투원 4713명과 베네치아+제노아 원군 약 1천, 그리고 용병 약 1천정도로 5천이 아니라 7천이 안되었습니다.
그리고 터키 병력도 10만이 아니라 15-17만정도로 추산된다는군요.
투르크 제국 정규군 8만에 그 밖에 콘스탄티노플이라는 거대한 목표에 흥미가 끌려 참전한 수만 용병(?)들을 합치면 대략 15만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욤..
건들렛=권법가나 쓰는 검사에겐 전혀 쓸모없는무기, 레이피어는 여성용 검(고로 무쟈게 가볍다) ...세세한 부분에서도 이런 개소리들을 써대니 그런 큰 전쟁은 오죽하겠습니까 국가간의 대구모 전쟁을 쓰려면 적어도 손자병법을 대충이라도 읽어봐야지 게임에 영화같은것의 부분적인것만 보고 그냥 갈겨써댔으니(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