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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들꽃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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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풍경소리.사랑방 스크랩 솟대농원의 가을
보견심 추천 0 조회 84 08.09.25 14:54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이강태 동문의 솟대농원에 가자고 나선 나는

버스 예매권을 사흘 전에 미리 사놓고

당일 터미널에서 친구를 기다렸다.

 

여행에 심신이 다져진 친구들은 시간 약속을 칼같이 지켰다.

우리들은 한 시간반만에 장호원에 도착

대기하고 있던 강태 차를 타고 장수촌 식당에 갔다.

 

닭백숙에 쟁반국수를 먹고

물론 맥주가 빠질 리 없는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나는 친구만 챙기느라 깜빡하고 카메라를 갖고 오질 않았다.

어찌할까?

오늘의 일기는 망치고 말았으니...

 

 

다행이 영순이친구가 카메라를 들고 왔다. 

배불리 먹은 점심후인데도 우린 여전히 복숭아와 배를 또 맛있게 먹었다.

  

 

강태부인은 성경책, 구신약을 두 권이나 사경해서

나는 그 책을 마치 내 책이듯 자랑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뒷동산으로 가

지난봄의 화사한 꽃동산을 회상했다.

수확한 뒤라서였던지 가지끝에 달린 빈 봉지만 허허롭다.

 

 

  

  

 

가지에서 떨어진 복숭아를 집어 들고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누굴 위해서 꽃피고 열매 맺었던가 하고 물으며....

그저 자기의 할 몫을 다한 자연의 복숭아와 비교하면

생색내면서 사는 나, 아무래도 나는 부끄러운 존재이다.

 

죽고 싶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

저 찬란한 복숭아의 최후처럼 나도 처연히 땅에 눕고 싶다.

 

가을이라서 그럴까?

나는 자꾸자꾸 낙엽처럼 낙하하는 꿈을 꾼다.

 

 

배밭으로 갔다.

마음대로 배를 따가라는 강태의 말에 따라 모두 신이 났다.

서너 개만 따도 무게는 천근만근, 나도 네 개를 땄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터미널에 도착하자 옆사람이 말을 건넨다.

"저때문에 혹시 불편하시지는 않았는지요?"

그 말에 감동 받은 나는 배 하나를 냉큼 꺼내 그에게 주었다. 

친구집 과수원에 들렀다 오는 길인데, 맛이 무척 좋다고 하면서...

 

그랬더니 버스에서 내린 그는 내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그 모습 보던 정선이 "아니 그새 또 남자를 사귀었어...?"

우리는 이래서 또 한번 크게 웃은 이번 나들이는 이렇게 끝났다.

 

뒤쳐진 영순이친구...내 표정을 읽더니

"얘, 호프 한잔 할까?"

얼씨구.....우리는 터미널지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영순이는 나의 관세음보살, 어찌 그리도 내 마음을 잘 읽는지?

 

그러지않아도 무언가 모자랐던 나는 이렇게 호프로 채우면서

배 두 개를 영순이에게 주었다.

 

가방에 배 하나 달랑 들고 와도 기분 좋은 하루

이렇게 장호원나들이는 끝났다.

 

강태 내외의 후대에 감사하고

배꽃과 복숭아꽃 흐드러지게 피는 내년을 기약하며

우리는 손을 흔들었던 9월 24일의 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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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9.25 18:55

    첫댓글 하루의 일상...정겨운 벗들과 같이...가을하루를 즐거이 보내셨네요. 낙과된 복숭아를 보시면서 마음이 유난하셨나 보네요 근데요, 그냥 맛나게 드시고 두팔벌려 하늘보고 야호~ 하시면 됩니다. ㅎㅎㅎㅎ 떨어지는 낙엽들...또한 그것들도 한해를 더 나기 위한 열씸이라지요. 하루 즐거운 마감을 생맥주로...역시 멋진 하루의 마감이자 샹송이 흐르는 밤이었습니다^^

  • 작성자 08.09.25 19:00

    ㅎㅎ... 제 청승은 못말리지요? 도를 끼치지 못해 맨날 이 모양입니다. 친구덕분에 복숭아 먹고, 맥주 마시고 했으면서도 뭐 그리 허전하던지..저도 모릅니다.ㅎㅎ

  • 08.09.29 21:30

    복숭아, 배는 드셨어도 감, 대추를 못 드셨으니 허전하신 거 아닐까요.. 그래도 말씀만 듣고 저도 뿌듯한 걸요.

  • 08.09.26 03:42

    날마다 일기 쓰시는 보견심님, 아름답습니다. (저두요, 날마다 일기 쓴답니다.)

  • 작성자 08.09.26 09:04

    참나리님 주소 가르쳐주십시오. 한번 찾아가 보게요.

  • 08.09.27 22:28

    벗들과의 하루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셨겠어요,, 내년 꽃들이 만발할때의 풍경이 기다려지네요. 가을 잘 맞이하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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