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의 독자적 ‘수명평가 능력’ 확보
공군 항공기술 위상은 높이고 300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는 덤
네덜란드 항공우주연구원과 C-130 양해각서 체결하기도
기사사진과 설명
공군 항공기술연구소는 항공기의 수리기술 노하우를 축적해 예산을 절감하고 항공기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항기소 우상욱 연구원이 단종된 항공부품 역설계에 필요한 기본 설계도를 만들기 위해 3차원 스캐너로 부품을 스캔하는 모습. 공군군수사 정연길 상사 제공 |
공군군수사령부 항공기술연구소(이하 항기소)는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 군 내에서 여러모로 독보적인 존재다.
군 관련 기술연구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1990년
군수사 81항공정비창 예하 항공공학연구실로 출발, 1991년 전대급 부대로 승격돼 이어진
원조 군기술연구소로서의 역사가 그렇고, ‘자족적 기술능력 확보’를 목표로 부단히 노력한 결과
군은 물론 민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항공기술력을 갖춘 점이 그렇다.
▶항공기 사고조사로 성장
간부의 3분의 1이 석·박사학위 보유자 및 해외 전문교육 이수자로 편성된 항기소를 성장시킨 것은
항공기 사고조사였다. 항공기 사고가 발생해 제조사의 배상을 받으려면 기체 결함을 입증해야 한다.
그 이전까지 사고가 나도 원인을 분석·조사할 기관이 없어 불리했는데 항기소가 그 역할을 해낸 것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이젠 미국의 항공기 엔진 제조사 프랫앤휘트니가 항기소 자료는 신뢰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항공기 사고가 현저히 줄면서 항기소는 또 다른 부문으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수명관리부터 비파괴검사까지
같은 시기에 출고된 자동차라도 운전자가 어떻게 사용·관리하느냐에 따라 폐차 시기가 달라지듯
항공기도 실제 운영환경이나 관리에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 항기소의 주요 업무로 부상하고 있는
수명관리란 간단히 말해 항공기를 안전하게 더 오래 사용하려면 어떤 부분을 어떻게 수리해야 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수명관리를 해외 제작사에 의뢰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우리 작전 환경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다
비용 역시 비싸다. F-16의 경우 제작사로부터 수명관리 프로그램을 구입하면 30억 원이 들지만 항기소의
기술력으로 만들면 절반인 15억 원이면 된다는 것이 항기소 측의 설명. 이에 따라 항기소는 공군이
운영하는 전투기에 대해 매년 한 번씩 기종별 수명관리보고서를 발행하며 관련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또 2012년에는 F-15 운영국 중 최초로 F-15에 대한 독자적인 수명평가 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우리 공군의 항공기술 위상을 높인 것은 물론 해외 제작사에 대한 기술의존도를
낮추고 무려 3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국제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항공우주연구원이 C-130 수명관리기법을 공동 연구하자고 제안해 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항공기 결함을 사전에 짚어내기 위해 실시하는 비파괴검사법도
기존 형광·와전류·초음파·자분탐상·방사선검사에 머무르지 않고 중성자·CT 검사법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해
검사능력을 높이는가 하면, F-5 흡입구 내부의 결함을 검사하기 위해 국내 최초의 자동화 검사로봇을 산·
학 협업으로 개발 중이다.
이 외에도 F-5 항공기 날개 가로대 부품의 역설계 수리기술 개발을 통해 약 29억 원에 달하는 국방예산
을 절감하는 등 장기간 운영하는 항공기 수리기술 노하우를 축적하고 항전(항공전자)장비, 정밀유도무기
와 관련된 최신 운영기술 능력을 확보하는 데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항전 장비의 경우 기술이전이 어렵고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 부품 단종으로 인한 운영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또 항기소는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F-16 레이더 회로카드의 국내 정비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시작으로
항전부품 수명관리 프로그램 구축, 전자부품에 의한 간헐적 결함을 탐지할 수 있는 장비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민·군 항공기술교류의 가교
항기소는 민간업체에서 개발한 항공부품에 대해 시험평가를 통해 기술인증을 지원하는가 하면 1992년
부터 산·학·연 항공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항공기술심포지엄’을 매년 한 번씩 개최해 왔다. 이를 통해
국내 연구소·업체들이 군용 항공기술시장에 참여하는 길을 터줬을 뿐만 아니라 선진 항공기술을 군에 도
입, 항공기술력 진보를 이끌고 있다. 2012년에는 민·군 합동 ‘항공우주산업기술 콘퍼런스’를 개최해 민·군
기술교류를 통한 신기술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 김도형(중령) 시험분석실장은 “실제로 2010년에 민간에서
사용되는 ‘복합재료를 이용한 금속 수리기법’을 도입, 항공기 부품구매 비용을 절감하고 항공기 가동률을
향상시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