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가게 앞에서 / 박상천
- 시집『낮술 한잔을 권하다』(책만드는 집, 2013) ............................................................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세상인심이 팍팍할수록 호황인 업종이 복권이다. 복권의 꽃인 '로또'는 대략 국민 한 사람당 평균 3장 꼴로 팔린다고 한다. 작년 한해 로또 판매로 거둬들인 수익이 3조 1천억이다. 그리고 지난 연말부터 이번 주까지 꾸준히 로또 판매량은 늘고있다. '혹시나'로 시작한 인생 역전의 꿈이 '역시나'로 허무하게 끝나는 종이조각. 사는 이에겐 큰 부담을 주지 않아 조세저항이 적다고 해서 ‘고통 없는 세금’으로도 불린다. 물론 이렇게 해서 긁어모은 돈이 요긴하게 쓰이긴 한다. 미국의 하버드, 예일 등 명문대학의 설립 기초자금이 복권이었으며, 우리나라도 기금 사용의 투명성을 종종 의심받긴 하지만 대개 각 부처의 특별 사업이나 공익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앞장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것과 땀 흘려 열심히 버는 돈이 아닌 한탕으로 대박을 꿈꾸도록 환상을 갖게 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시인이 아이 앞에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잠시 망설인' 까닭도 바로 그것이다. 내 아이에게 결코 좋은 걸 가르치는 게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내 행동을 이해하도록 설명해주어야 할 만큼 아이가 자란' 때는 바로 현실이 미덥지 못하고, 자신감이 사라질 때다. '복권을 사고 싶은 나이'가 '참 쓸쓸하고 허전한 나이'는 맞는데, 꿈을 아주 잃어버린 나이일까. 그 서글픈 꿈이 더러는 이 시대의 가장들을 견디게도 한다.
복권이 이런 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짓이라 비난하지만 어떤 이에겐 가족들에게 줄 마지막 사랑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절망할 수밖에 없는 삶 속에서 세상을 잡고 있는 한 가닥 끈일 수도 있겠다. 다만 과거 주택복권 시절 송해 선생의 멘트처럼 '맞으면 기쁘고, 안 맞아도 흐뭇한' 피차 그런 레져같은 복권이면 좋겠다. 지난 주 1등당첨자는 4명으로 1인당 몫이 39억원이란다. 로또 평균 당첨금이 21억원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금액이다. 나도 잠시 복권가게 앞을 머뭇거린 적이 있다. 지난 주에도 꿈이 뒤숭숭해 딸막딸막했으나 서성대는 사람들을 뚫고 안으로 들어서기까지 용기가 나지않아 그만 돌아서고 말았다. 기십억 돈벼락 맞을 기회를 놓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 행운을 나눠드리오니 고루 가지시기를...
권순진
Any Dream Will Do / Sarah Brightman |
출처: 詩하늘 통신 원문보기 글쓴이: 제4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