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으로 이어지는 만남이 있다. 작가 모리(Mory)의 소설 『솔과 루나』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서로 다른 길을 걸어야 했던 두 사람의 슬픈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사랑과 운명, 선택과 후회의 교차점에서 인간이 어떤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지 깊이 있게 그려낸다.
『솔과 루나』의 솔은 세상을 향해 맞서 싸워야만 했던 아이였다. 고아원에서 자라며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해야 했고, 세상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혔다. 어린 시절, “슈퍼영웅은 망토를 하고 다녀요.”라며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던 소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현실에 길들여져 갔다. 반면 루나는 세상의 어둠을 없애고 싶었던 아이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늘 당당하게 자신을 지키려 했고, 스스로 강해지기를 원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에요.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세상이 원하는 것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두 사람은 고아원이라는 같은 환경에서 성장하지만, 그들의 선택한 삶의 방향은 정반대였다. 솔은 점점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루나는 정의를 지키는 길을 선택한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순간 만나게 되며,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을 함께 통과한다. 그러나 운명은 가혹했다. 작가는 주인공들의 기쁨과 설렘, 그리고 가슴을 저미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깊이 끌어당긴다. 이야기의 전개는 속도감 있으면서도 감정선을 세밀하게 다룬다. 인물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그들의 고민과 아픔을 더욱 가까이에서 느끼게 된다. 특히 작품이 선사하는 감정의 흐름은 마치 슬픈 영화처럼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아프게 전개된다.
<작가소개>
소설가 모리(Mory)
1975년 6월 서울 태생인 모리는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입니다. 여기에서는 모리란 활동명에 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모리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클래식(classic)을 전공했던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업을 접고 영화음악에 뛰어듭니다. 그는 그런 자신이 항상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여러 가지 가명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나, 모리는 세계적인 음악가이면서도 자신의 위상을 낮추는 그의 겸손함을 이어받고자 그의 이름에서 두 글자를 빌려 왔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모리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꾼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의 목차>
01. 솔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02. 루나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03. 솔의 중학교 3학년 시절
04. 루나의 중학교 3학년 시절
05. 솔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06. 루나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07. 솔의 홀로서기
08. 루나의 홀로서기
09. 솔의 건달생활
10. 루나의 경찰생활
11. 신규 사업 … 첫 만남
12. 건달 1의 도약 … 루나에게 다가가는 솔
13. 솔, 루나를 만나다 … 용팔이 제거작전
14. 오늘부터 1일 … 펜타닐 유통
15. 솔의 임무 … 앵벌이가 되다
16. 노파의 말 … 중독된 아이들
17. 공생관계 … 영호, 검거되다!
18. 일망타진 … 옥상 씨네마
19. 임무완수
20. 여행을 떠나요!
21. 루나야, 안녕
22. 루나의 복수
23. 23년 전
<이 책 본문 中에서>
화장실 밖. 망보는 고3 학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망을 보고 있다. 솔이 그를 지나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화장실 안에는 불량 고3 학생 1, 2가 담배를 태우고 있다. 고3 학생 1이 고3 학생 2를 향해 “역시, 식후 땡이 최고야!”라고 얘기하고 불량 고3 학생 2는 그를 보며 생글거리며 “맞아, 맞아!”를 연발한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선 솔은 그들을 무시하고 대변을 보기 위해 좌변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망보는 고3 학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야! 학주 떴어! 학주!”라고 외친다. 불량 고3 학생 1과 불량 고3 학생 2가 태우던 담배를 집어던지고 화장실에서 황급히 나간다. 이때, 불량 고3 학생 1이 던진 불붙은 담배꽁초가 솔이 앉아 있는 좌변기 화장실 안으로 굴러 들어간다. 이 사실을 모르는 솔은 눈을 질끈 감고 계속 용변을 본다. 몽둥이를 들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선 학생주임 선생은 솔의 용변을 보는 곳 위로 흰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바라본다. 아무 말 없이 인상을 찌푸리는 학생주임 선생은 솔이 용변을 보는 곳 앞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솔은 옷을 추스르며 좌변기 화장실 밖으로 나온다. 밖에 서 있는 학생주임 선생을 본 솔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세면대로 다가가 손을 씻는다. 학생주임은 솔이 나온 좌변기 화장실 안을 살피다가 불붙은 담배꽁초를 발견한다. 좌변기 화장실 안에서 담배를 태운 것으로 오해를 받는 솔. 학생주임은 솔에게 “따라와!”라고 말하며 화장실 밖으로 나가고, 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학생주임을 따라간다.
교무실. 학생주임에 의해 교무실 안으로 끌려온 솔. 의자 두 개에 학생주임과 솔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학생주임은 “야 인마! 누가 학교에서 담배 피래?”라고 말하며 솔을 다그친다. 솔은 “저 담배 못 태우는데요.”라고 말한다. 학생주임은 “이 자식 봐라. 오리발 내미네? 불붙은 담배꽁초는 뭐냐?”라고 솔을 다그친다. 솔은 당연하다는 듯 “몰라요.”라고 대답한다. 점점 화가 커진 학생주임은 “이 자식이 거짓말까지 하네? 맞아야 정신 차리지?”라고 솔에게 겁을 준다. 솔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저 아니라니까요?”라고 강력하게 부인한다. 화가 난 학생주임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넌 그런 자세가 글러 먹었어!”라고 말하며 앞에 앉아 있던 솔을 걷어찬다. 맞고 바닥으로 넘어지는 솔은 학생주임을 바라보며 “아니라고요, 아니라니까요.”라고 말하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난다. 이때, 상의 옷 속으로 걸고 있던 태양 모양의 목걸이가 밖으로 흘러나온다. 몸을 바로 세우는 솔에게 다가서는 학생주임은 흘깃 목걸이를 본 후, “양아치냐? 이건 뭐야?”라고 외치며 목걸이를 낚아챈다. 목걸이가 학생주임의 손아귀 힘에 의해 끊어지고 학생주임은 바닥에 던져 버린다. 솔은 “아, 그건…”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목걸이를 주우려 한다. 학생주임은 “이 자식 봐라! 누가 움직이래?”라고 말하며 솔을 걷어찬다. 다시 넘어지는 솔은 “아니에요. 전 전 담배 살 돈도 없어요.”라고 얘기한다. 학생주임은 “이 자식이 근데!”라고 말하며 사정없이 솔을 구타한다. 분이 풀리지 않은 듯 학생주임은 솔을 계속 때리며 “아비, 어미 없는 거 티 내지 마! 자식아! 어디서 말대꾸야!?”라고 얘기한다. “아, 아!”라고 비명을 지르며 얻어맞기만 하던 솔, 갑자기 상체를 세우며 “내가 아니라고!”라고 소리친다. 교무실의 선생님들이 모두 학생주임과 솔을 바라본다. 화들짝 놀란 학생주임은 멍한 표정으로 솔을 바라본다. 솔은 “아니라고! 씨발!”이라고 말하며 돌아서 교무실을 나간다.
교실 안. 솔이 교실로 들어선다. 새벽에 세차할 때 사용했던 세차 도구를 챙긴다. 가방과 책을 흘깃 보는 솔은 그대로 버리고 교실을 빠져나간다. 솔은 세차 도구를 들고 교문을 벗어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추천사>
삶이 우리에게 내미는 잔혹한 손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주인공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 역시 함께 고민하고,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게 된다. 소설은 운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때로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있고, 때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누구를 만나고, 어떤 감정을 품게 되는가?
이 책을 덮는 순간, 한동안 솔과 루나, 이 두 사람이 마음속에 머물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인생의 길 위에서 문득 이 소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운명이 교차하는 순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모리(Mory)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252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