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펙 플러스(OPEC+)는 러시아 석유 가격에 대한 서방의 상한선 도입 이후에도 기존의 감산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이 결정한 상한선은 배럴당 60달러다. 노박 러시아 부총리(에너지 담당)는 유가 상한제 적용 국가에게는 생산을 줄이더라도 원유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가스 허브 건설을 위한 준비를 발표했다.
오펙 플러스, 러시아 석유의 가격 상한제 도입 이후 현 (감산) 체제를 유지하기로/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4일자/편집자 주
◇ 러시아 석유 가격 상한제의 앞날은?
5일부터 서방의 대러 에너지 제재가 본격화한다. G7과 유럽연합(EU), 호주가 러시아 석유의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고, EU는 이미 발표한 대러 에너지 제제 조치에 맞춰 러시아 석유 금수에 들어간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석유 생산을 줄이더라도 비우호 국가에게는 공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 불안정으로 대체로 유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제제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쪽이다.
노박 부총리, 러시아 석유 가격 상한제 적용에 맞선 금수 메커니즘 개발을 밝혀/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아측의 대응 강도와 OPEC+의 증산 여부다.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4일 유가 상한제 적용 국가에게는 원유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제 유가를 쥐고 흔드는 OPEC+도 기존의 감산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달 결정된 하루 200만 배럴 감산 체제다. 러시아의 석유가 시장에서 줄어드는 만큼 증산할 것을 요구한 서방측의 요구와 러시아의 추가 감산 제안을 모두 거부한 결과다. 시장 여건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남은 것은 EU 회원국들의 제재 집행 의지와 석유 수입 대국인 인도의 선택이다. 만장일치의 정책 승인 시스템을 갖고 있는 EU는 논란이 큰 사안의 경우, 예외를 두곤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페테르 시야르토(Péter Szijjártó) 헝가리 외무장관은 4일 "헝가리는 러시아 원유의 가격 상한 적용에서 면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도를 대러 제재의 틀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이 5일 인도를 방문한다. 6일까지 머물면서 인도의 고위 지도층을 두루 만나 러시아 석유의 가격 상한제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픽사베이.com
카타르의 도하대학(원) 로랑 람베르트 에너지 정책 교수는 리아 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의 러시아 원유를 사들인 인도의 반응을 예측하기 힘들어 가격 상한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러시아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 러시아는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
최근들어 '대화'와 '협상'이란 단어가 자주 들리면서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의 지속 여부도 관심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지난 2일 러시아 군대의 철수를 조건으로 한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화 발언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대를 철수할 수 없기 때문에 특수 군사작전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미국이 합병된 러시아의 새로운 영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협상을 위한 여건 조성이 복잡하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는 4일 '푸틴 대통령이 특수 군사작전에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작전 목표를 바꾸지 않았다'는 에이브릴 헤인즈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발언을 전하면서 "대다수 러시아인들의 군사 행동 지지가 푸틴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베다 센터'의 11월 조사에 따르면 군사작전에 대한 러시아인의 지지는 74%(절대적 지지 42%, 상대적 지지 32%)에 이른다. 반대는 20%로, 지난 한 달간 거의 바뀌지 않았다.
또 군사작전의 계속 진행을 지지하는 러시아인이 한 달 동안 36%에서 41%로 증가하고, 협상 지지자는 57%에서 53%로 감소했지만, 영국군 정보당국은 아이러니하게도 특수 군사작전에 대한 러시아인의 지지가 사실상 줄어들고 있다(41%대 53%)고 분석했다. 러시아 연방 보안국의 분석에도 러시아인의 55%가 평화 협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가 특수 군사작전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지지 여부를 조사, 집계한 도표. 맨 위가 2월 22일, 맨아래가 11월 22일 조사 결과이고, 청색이 절대 지지, 하늘색이 상대적 지지, 황색이 상대적 반대, 적색이 절대 반대, 나머지는 기타./출처:스트라나.ua
문제는 미국 내 분위기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국방예산 편성의 기초가 되는 2023년 국방수권법이 오는 16일까지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내년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삭감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수권법이 의회를 통과하면 2023년 회계연도(10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국방예산의 3.7%에 이르는 290억 달러가 줄게 되는데, 그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신형 B-21 레이더 폭격기의 구매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시사 주간지 타임도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안된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도 너무 많이 이기면 안된다"는 요지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주간지는 "키예프를 위해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공급 중단으로 얼어죽은 사람이 나오면 되겠느냐"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러시아의 무한 보복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전장의 현실도 키예프에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군이 합병한 지역에서 요새화된 진지를 구축하면,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탁 트인 평지에서보다 최소한 30% 이상의 포병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타임의 지적이다.
타임에 따르면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같은 이유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대화를 시작할 때'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또 제이크 설리반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지난 10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격)와 만나 남부 헤르손 지역의 탈환 후 조성될 '타협'에 관해 논의했을 것이라고 타임은 추정했다.
푸틴 대통령이 승리하면 안된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너무 많이 이기면 안된다는 타임지 기사/출처:스트라나.ua
이와 관련, 스트라나.ua는 빅토리아 눌랜드 미 국무부 차관이 3일 키예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예르마크 대통령실장과 전쟁을 끝내기 위한 타협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금까지 어떤 타협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교수형에 처해진 주민들의 사진/출처:미디어조나
- 반정부 성향의 러시아 매체 '미디어조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에게 협력한 것으로 보이는 루간스크 주민들이 교수형에 처해진 사진 2장이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왔다. 사진에는 얼굴을 가리고 가슴에 '적에게 정보를 전달했다'는 문구가 쓰인 3명의 시신이, 또 다른 사진에는 '루간스크 민족의 반역자'라고 쓴 팻말을 목에 건 2명의 시신이 보인다.
- 러시아에서 생산된 코카콜라와 병 모양과 라벨링이 똑같은 탄산음료 '코카콜라'가 모스크바 매장에 등장했다고 현지 온라인 매체 RBC가 보도했다. 병입 날짜는 11월 또는 10월로 적혀 있는데, 코카콜라는 지난 3월 러시아에서 생산및 판매를 중단했다.
-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 대변인은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이 신냉전으로 이어지면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새로운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분쟁이 전면전 혹은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계속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방측에 러시아와의 대화를 중단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앙카라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협상 재개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