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피트니스] 어느 정신과 의사의 20년된 ‘ABC 일기수첩’ (下)
"매일 당신의 '마음밭'을 갈아라"
ABC 일기수첩에는 매일 ▲A(Appreciation・감사), ▲B(Better & Better・더 좋은), ▲C(Care & Connection・배려와 연결)와 관련된 실천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다. /함영준
# 채 교수가 환자들을 ‘지금 여기’에 집중시키기 위해 권유하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 물론 약, 심리치료, 상담 등의 의료서비스는 기본이다.
아울러 운동, 친구관계, 취미활동, 명상, 종교활동 등 각자 ‘지금 여기’에 몰두해 즐거워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주는 게 정신과 의사의 책무다. 그들이 삶에서 기쁨을 찾고 자신을 돌아보고, 건강한 심리적 자원을 강화시키도록 말이다.
과연 각자 자기 삶에 좋은 것들은 어떻게 찾아야 하나. 그는 페이지마다 펜글씨로 빼곡히 적힌 자신의 수첩노트를 꺼내 보여주었다. 20년째 매일 쓰고 있는 ‘ABC 일기수첩’이란다.
▲A(Appreciation・감사)=매일 감사해야 할 일 5가지
▲B(Better & Better・더 좋은)=어제나 과거보다 나아진 일 한가지
▲C(Care & Connection・배려와 연결)=남에 대해 배려한 일 3가지
그는 밤에 자기 전 일기노트에다가 그날 실행한 일들을 적어 넣는다. 만약 부득이 할당량을 다 못했을 경우 다음날 반드시 채워 넣는다. 따라서 평소에 늘 의식하며 살아간다.
예컨대 오늘 C(배려)가 하나 부족했다면 집에 들어갈 때 경비원 아저씨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고생하신다”고 위로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야말로 스스로 ‘마음밭’을 가는 일이다. 마음이 힘든 환자들을 대하려면 자신부터 마음이 건강하고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의사 스스로 매일 마음훈련・긍정훈련을 실천하는 것이다.
책장 한귀퉁이에 보관돼 있는 채교수의 ABC 일기수첩. 하루 5건씩 줄잡아 일년 1800건씩 감사할 일만 따져보면 20년 동안 3만건이 넘는다. 이러면 마음이 풍요롭지 않을 수 있을까. /함영준
교회 장로인 채 교수는 동료 의사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만나 명상도 하며, 아예 대한명상의학회를 만들어 함께 공부도 한다.
환자들을 위한 치료로도 좋지만 명상을 하면 우선 의사들 본인에게 매우 유익하다는 것이다. “의사들 심신 컨디션이 좋아지면 당연히 환자들 치료에 도움이 되죠.”
글 |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