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청년 12%, 학업 마치고도 주 36시간 미만 일하고 생활비도 못 번다
부모 품 못 떠나는 청년들
강우량 기자 입력 2023.07.04. 03:00 조선일보
“부모님에게서 독립하면 생활비 부담이 몇 배로 커지잖아요. 정규직 취업을 하지 않는 한 지금처럼 살면서 생활비를 벌어야죠.”
지난달 공공기관에서 단기 일자리를 구해서 연말까지 일한다는 박모(26)씨는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일주일에 10시간 남짓 일하고 월 80만원을 받는다. 독립해 혼자 살았다면 퍽퍽한 벌이지만, 부모와 함께 살고 있어 그 정도 벌이도 생활비로 쓰기에 크게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일주일에 30시간 넘게 일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3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박씨와 같이 학업을 마친 이후 일주일에 36시간보다 적게 일하고 있는 청년은 48만9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청년 취업자(400만5000명) 가운데 12%를 차지한다. 여기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터족’을 비롯해, 취업과 병행해 생활비를 벌거나 근무 시간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프리랜서 등이 포함된다. 통상 주 36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그 이상 근무하면 전일제(풀타임) 근로자로, 그 이하면 단시간 근로자나 시간제 근로자로 판단한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주 36시간 일해 월 140만원... 생활비에 못 미쳐
그런데 주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경우엔 청년들이 생계비조차 제대로 벌어들이기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주 36시간을 일하면 한 주에 34만6000원가량을 벌고, 이를 한 달로 환산하면 140만원 남짓이다. 정부에서 추산하는 청년 1인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 161만원보다 적은 돈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조모(25)씨는 매주 주말 이틀간 카페에서 7시간씩, 수요일에 약국에서 4시간씩 총 18시간을 일하고 번 돈 18만원으로 일주일 생활을 한다. 식비를 제외하면 취업을 위한 스터디 카페 이용료나 책값으로 쓰기에 급급한 수준이다 보니, 자취방 주거비 58만원은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있다고 한다. 그는 “가끔 생활비도 부족해 부모님께 도움을 청한다”며 “아르바이트 자리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 주 14시간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상당수라, 정규 취업이 아닌 한 넉넉히 생활비를 벌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도 풀타임 근로가 아닌 시간제 근로가 많은 이유 중 하나다. 실제 5월 기준으로 구직자가 지원하면 한 달 안에 입사해서 일할 수 있는 ‘빈 일자리’는 21만4000개였던 반면, 청년 중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를 뜻하는 ‘쉬었음’에 응답한 경우는 38만6000명에 달했다. 청년들은 부모 품에서 벗어나 독립할 만한 조건의 일자리를 찾고, 일자리 시장에서는 당장 낮은 조건에 쓸 수 있는 사람을 찾다 보니 이 같은 ‘일자리 미스 매치’가 생기는 것이다.
◇생활비 걱정에 청년 57.5% “부모와 함께 산다”
좁디 좁은 취업문을 뚫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데다, 주 36시간 미만 일자리에 머무르다 보면 부모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실제 청년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통계조사’에 따르면, 현재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청년은 57.5%였고,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청년 중 67.7%는 아예 아직 독립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독립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청년의 56.6%는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독립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생활비 부담마저 커지다 보니 숱한 ‘캥거루족’이 양산되는 셈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 자산 형성 이후나 취업 이후를 적절한 독립 시기라고 응답한 비율은 55%로 절반을 넘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에 진출하기 어려워지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경우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2022년 기준으로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는 은둔형 청년은 전체의 2.4%였다. 은둔 생활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취업이 잘 되지 않아서(35%)였고, 인간 관계의 어려움(10%)이 그 뒤를 따랐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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