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어원(ㅅ자 어원)
석류황과 성냥, 내종과 나중
성냥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원래 성냥은 석류황의 줄임이다. 유황인데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말에서는 흔히 이와 같이 말뜻을 잃어버리고 줄여서 바꾸어 버리는 사례가 많다. 이는 우리말 단어가 원래 1음절어에서 출발한 데도 약간의 원인이 있다. 1음절어에 한, 두 마디의 지소사 혹은 접미사를 붙여 일컬어진 단어들이 의외로 많다.
그럼 나중은 왜 나중일까? 이 말은 한자어 내종(乃終)이 변한 말이다. 나중이라면 원래 우리말 같지만 역시 차용한 낱말이 의미를 잃어 버리고 모습이 바뀌었다. 순라꾼의 순라(巡邏)가 어려운 한자말 뜻을 잊고 발음이 어려우니 술래로 둔갑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새우와 사비성
새우는 원래 백제말 '삽'(삳=해의 변이형)이 그 출발로 보아야 한다. 흰 것이란 뜻이다. 백제의 마지막 성을 사비성이라고 한자로 표기한다. 이도 역시 '새 성'을 한자를 빌어 표기한 것이다. 우리말 사위(사우)도 역시 '새 것'이란 뜻이다. ‘삽’ + 이(접미사)가 사비>사위처럼 변한 것이다. 이처럼 말은 화석처럼 뿌리를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삽사리(삽살개)란 이름도 흰 빛 털이 섞여서 붙은 이름이다. 누렁이가 노랗다고 붙은 이름이듯, 삽사리도 흰 빛을 띠어 그리 불렀다. 불 사르면 하얗게 재만 남는다. 이때의 ‘사르다’도 ‘삳(해)’ + 우(사동형 어미) + 다 로 분석될 수 있으니 하얗게 만드는 것이다. ‘사위다’는 ‘삽’ + 이(피동형) + 다 이니 ‘하얗게 되다’, 즉 타서 재가 되다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결정적 쐐기를 박아주는 말이 '사뢰다'이다. 이 말의 원래 모습은 '�다(白, 밝히다 또는 말하다. 현대어의 사뢰다)'인데 여기서 ㄹ이 탈락하면 삽이 되는 것을 보면 어떻게 삽과 白이 관련을 맺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삳>살>�>삽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이런 증거는 백제어에서 나온다. 백강(白江)을 살비가람>사비가람이라 한 예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삭다'를 살펴보자. 삭는 것은 하얗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얗게 푸슬푸슬 부서져 내리는 것이 삭는 것이다. 곰팡이가 하얗게 �는 것이 삭는 것이다. 삳>살>삵>삭>썩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썩다'는 물론 '삭다'에서 나온 것이다. ‘�다’도 모음만 약간 변했을 뿐, ‘삭다’, ‘썩다’와 형제지간이라고 본다.
사케(酒)와 삭히다
우리말에 '삭다', '삭히다'란 말이 있다. 이 '삭'은 해라는 의미의 '삳(�)'이 변해서 '삽(삽살개, 삽다리의 삽)', '삭'이 된 것이다. '삭다'는 원래 허연 곰팡이가 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얼굴이 삭았다고 할 때는 노인네처럼 피부가 허옇게 푸석푸석해 지는 것을 말하지 않는가? 이 '삭다'가 '썩다'와 어원이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우습게 들리나?
우리 전통 음식 중에 삭혀 먹는 대표적인 것으로 식해(食해)와 식혜(食醯)가 있다. 중국에서 전래됐다는 기록도 없고 중국에서 이런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좀체로 보기 어려운 한자를 달고 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두 음식 모두 삭힌다는 공통점을 같고 있다.
일본말로 술을 가리키는 사케(酒)를 보자. 식혜를 단술이라고 하듯, 사케와 식혜는 만드는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삭혀서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이들이 한 뿌리임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식해나 식혜는 이 음식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고 싶었던 조상들이 이 발음과 유사한 글자를 끄집어 내서 붙여 만든 이름일 뿐이고,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가 '사케'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