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무말랭이 같은 담배꽁초들이 널브러져 있다. 밤사이 젊은이들은 삶을 토해냈을 것이다. 극장은 운영했지만, 매표소에 사람 그림자 하나 없고, 그 자리에는 공룡 같은 거대한 게임기만 왕왕거리고 있다. 혼란스러운 불빛만 사람을 현혹하고 있는 극장 주변이다. 중독성이 강한 게임기가 박힌 돌을 빼버리고 떡 버티고 있다.
매표소 앞에는 각종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들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고, 최선을 다해 일하는 생기발랄한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이들은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아침이면 출근하는 기쁨과 저녁이면 퇴근하는 즐거움으로 집에 돌아갔던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점점 자동주문기가 매점마다, 가게들마다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자동주문기가 젊은이들의 일을 대신하고 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기계들이 설치되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이들은 어디선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각종 정보지를 뒤지면서 ‘알바’자리를 찾아다닐 것이다 목자를 잃은 양 떼처럼 말이다.
시내를 걷다 보면 ‘점포임대’라는 글씨가 유리 벽에서 일인 시위를 하듯이 서 있다 삯풍이 부는 겨울에 맨몸으로 홀로 선 나무 같다. 들풀을 보노라면 겨울인데도 악착같이 생명을 부여잡고 있는 풀들을 본다. 마치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같다. 어떤 난관에도 끝끝내 살아남는 들의 풀이 서민들과 다름이 없다. 작은 토끼풀이 한 겹인데도 추운 겨울에 가장 오래 버티며 살아있다고 한다. 가을 김장이 끝나는 들판에 배추는 겹겹이 옷을 입은 탓인지 영하 6도에도 동사되지 않았다. 하물면 사람인데 일자리를 잃었다고 하여 낙심하고 절망하는 일에서 씩씩하게 일어서지 않겠는가! 밤사이 담배꽁초가 무말랭이처럼 구부러진 채 버려질 때는 젊은이들의 실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이 아닐까?
겨울인데 일자리를 잃고 사기를 잃은 젊은이들에게 길가에 피어나는 풀처럼 씩씩하게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디를 가나 자동주문기가 판을 치고 로봇이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기계는 먹지 않아도 되겠지만 사람은 노동하는 즐거움으로 돈을 벌고 소비하고 먹어야 하지 않는가! 먹지 않아도 되는 자동주문기와 로봇 때문에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지만, 직원이 사라진 극장에서 우리는 티켓을 사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마음은 무거웠다. 스크린에서는 ‘서울의 봄’을 찾겠다며 긴장된 12⋅12가 관중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그들도 치열한 긴장 속에서 승리하여 ‘서울의 봄’을 맞이했다. 오늘 내가 보지 못한 매표소 젊은이들은 어디서 봄을 찾고 있을까?
영화가 끝나고 극장 옆에 커피집엘 들어갔는데 거기도 키오스크가 사람 노릇을 하고 있었다. 기계치들은 돈이 있어도 주문을 못 하고 망설이다 나오고 만다. 물어보는 것이 창피하기보다는 많은 것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 같아 돌아서고 말았다. 쓴 커피처럼 내 마음도 씁쓸하여 마시고 싶은 마음이 달아나버렸다.
시급은 올라가고 인건비 줄이겠다며 업주들은 직원을 나뭇가지 쳐내듯이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무엇으로 봄을 기대하고 내일에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아주 사소한 일자리마저 잃어버리니 소도시를 떠나 대도시로 연어 떼처럼 떠나간다. 소도시를 떠난 사람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연어들이 귀어하듯이 말이다.
한겨울을 이기고 모진 추위에도 풀들이 돋아나듯이 제 자리로 돌아와 희망찬 미래로 달려가는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밤사이 극장 앞에서 하얀 담배꽁초를 마구마구 버리는 것은 하나의 반항일 것이다. 청춘은 아름답다고 한다.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들은 그야말로 풋풋하다. 언제나 파릇파릇했으면 좋겠다. 일자리가 보장되는 사람들도 많지만 바람 앞에 촛불처럼 언제 잃을지 모르는 비정규직 사람들도 안전하게 살아가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덴마크 나라는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다름없이 같은 임금을 보장받고 있다고 한다. 정규직이면 어떻고, 비정규직이면 어떤가! 임금이 같다면 자존감도 떨어질 일이 없지 않은가 키오스크가 많아지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까 봐 걱정이다. 극장에 매표소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요란한 불빛에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게임기들이 마치 전투장 같았다. 키오스크 만드는 공장으로 젊은이들을 데려갔을까? 조용한 거리를 걸으면서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동화 속 얘기를 떠올렸다.
첫댓글 그러게요. 이러다 아기도 매점에서 자동주문기에서 나오게 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젊은이들 일자리는 점점 줄어드는데 가는 곳마다 자동판매기가 판을 치는 걸 보면 그냥 웃을 수만 없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