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론’은 사회의 안정을 위해 각자가 자신의 지위와 역할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유교적 사상으로, “군군 신신 부부 자자”와 같이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살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그러나 나는 과연 정명론을 철저히 지켜야만 사회가 안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뮬란”이 떠올랐다.
애니메이션 속 시대적 배경에서는 여성이 결혼을 통해 가문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의무였다. 뮬란 또한 중매쟁이를 통해 사회가 기대하는 여성의 역할을 다하려 하지만, 중매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이때 훈족이 중국을 침략해, 집안의 유일한 남성인 병약한 아버지가 전쟁에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뮬란은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고, 결국 승리를 이끌어낸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뮬란은 단순히 가족을 보호하려는 책임감뿐 아니라, 사회적 역할에 대한 도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뮬란은 당시 사회가 요구하던 여성의 이름과 역할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자아실현을 통해 새로운 역할을 창출해 냈다. 정명론적 규범에 따르면 이름과 역할을 바르게 지켜야 하지만, 뮬란은 그러한 틀을 깨고도 훈족으로부터 나라를 구해 사회의 안정을 가져왔다. 뮬란의 성장 과정은 전통적인 규범과 도덕적 역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따라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나는 정명론이 무조건적으로 옳다 혹은 그르다는 말이 아니라,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창출하고 따르는 것이 더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도 1학기 때 조별과제 발표를 해야 하는 팀원이 마지막 날 에 결석하면서 모두가 당황했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나는 PPT 제작을 맡았던 역할이었지만, 발표자를 대신해 발표를 하겠다고 나섰고, 내가 만든 PPT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와 질의응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나 또한 정해진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상황에 맞게 나의 능력과 책임감을 발휘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이것은 기존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팀의 안정을 가져다 주었고, 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발표자가 아니었지만, 나는 팀의 일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다했으므로, 이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정명론에 맞는 행동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상황에 따라 개인의 자질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정명론이 강조하는 이름과 역할에 얽매이는 것이 항상 사회적 안정을 가져오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상황에 맞게 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역할을 창출하고,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더 큰 안정과 성취를 가져올 수 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정해진 역할에 따라 행동하는 것 보다, 유연하게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며, 사회와 개인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첫댓글 역할은 사회적 삶(bios)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 삶(zoe)에서는 개인의 생명 유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본인에게 피해가 될만한 것들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삶에서는 개인의 생명유지와 마찬가지로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 곧 의무라고 하는 것이 우선 선택의 문제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적 삶과 생물학적 삶의 관계는 사실 상호 의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가 필요하며, 사회적 삶을 유지하는 데는 생물학적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개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둘을 대립적 관점으로 보기보다는 상호의존적 관계로 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조별 과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할을 하지 못한 발표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 모두가 나쁜 평가를 받는 것을 감수할 것인가, 그 역할을 누가 대리해서 우선 문제해결을 하고 그 뒤에 책임을 물을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이런 상황을 회피하려고 하는 데만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