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간 금요일
1독서: 1코린 9,16-19.22ㄴ-27 <나는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복음: 루카 6,39-42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제목: 내 눈의 들보부터
1. 타인을 재는 잣대
세상에는 남의 잘못을 유독 빠르고 날카롭게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조언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내가 남보다 낫다는 교만함이 깔려 있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남을 함부로 비판하다가 스스로 위선자가 될 수 있다고 엄하게 경고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루카 6,41-42)
2. 비참한 영적 비대칭
말씀에 나오는 '들보'는 우리 눈을 가리고 있는 큰 교만과 남을 탓하는 마음을 뜻합니다. 우리는 남의 작은 잘못인 '티'는 참 예리하게 찾아내면서도, 정작 내 눈을 가린 커다란 '들보'에는 무감각할 때가 많습니다. 내 잘못은 깨닫지 못하고 남을 고치려 드는 것은 분명한 위선입니다. 사랑으로 이웃을 바른길로 이끌어야 할 행동이, 어느새 나를 내세우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흉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잘못을 피하려면, 나 역시 부족한 죄인임을 깊이 깨닫는 겸손한 마음부터 가져야 합니다.
3. 스스로 종이 된 삶
이렇게 내 눈의 들보를 빼낸 사람은 더 이상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그 위에 서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이웃 곁에 머뭅니다. 참된 자유인이었던 바오로 사도 역시 복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낮추며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이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1코린 9,19.22ㄴ)
4. 위대한 사목적 수용
바오로 사도는 유다인에게는 유다인처럼, 약한 이들에게는 약한 이들처럼 자신을 철저히 낮추어 맞추었습니다. 상대방의 처지와 형편에 눈높이를 맞추며 다가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훌륭한 사목적 겸손이자 깊은 사랑입니다. 이는 훗날 가톨릭교회의 대표적인 선교 정신이자 여러 교구장 및 수도회의 사목 표어로 이어질 만큼 위대한 발자취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은 단순히 교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함께하는 겸손한 봉사입니다. 우리도 내 눈에 있는 교만이라는 들보부터 빼내고, 이웃 곁으로 기꺼이 다가가는 참된 신앙의 길을 걸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