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있어? 분위기가 왜 이래?" K리그 경기가 있는 날, 2군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과 찾은 선수 식당 분위기가 영 어수선했다. 고참인 내가 운을 떼지 않으면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아 후배들에게 무슨 상황인지 물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영양사의 민망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수량 착오가 있어서… 식은 밥만 남았어요."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프로 축구팀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신경이 곤두선다.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한 만큼 모든 관심이 선수들에게 집중된다. 특히나 1군 선수들에게. 1군 선수들이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1군과 2군 선수들의 식사 시간을 달리하기도 한다. 이날도 1군 선수들이 먼저 식사를 마쳤다. 원래대로라면 2군 선수들이 먹을 밥과 반찬이 새로 들어와야 했지만 식당 실수로 먹다 남은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분위기는 식은 밥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싸늘했다. 경기 날은 유독 조심해야 하니 다들 '그럴 수 있지.' 하며 유야무야 넘기긴 했지만 나는 내심 큰 충격과 수치심을 느꼈다. 이날의 일을 동료들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은 이유 역시 그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껴서였을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열세 살에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이유는 재능이 있어서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수모를 겪은 원인 역시 축구 실력에 있었다.
그날 이후, 축구에 매진하는 삶의 의미를 잃었다. 지독한 패배감이었다. 이기고, 지는 것만 중요한 지금의 삶에는 승패가 아닌 다른 가치가 들어설 공간이 없었다. 돌아서면 사라지는 가치가 아니라 가슴속에서 변하지 않고 살아 숨 쉬는 나만의 무언가를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휴가를 얻어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행님, 부산 왔으면 애들이랑 한번 놀아 줘야지." 부산에서 축구 교실을 운영하는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후배의 기도 살려 줄 겸 축구 교실에 방문해 아이들과 뛰어 놀았다. 아이들은 명색이 프로 선수라고 나를 무척이나 반겼다. '이거네, 내가 축구를 하는 이유!' 밀린 방학 숙제를 끝낸 것 같은 행복감이 몰려왔다. 내가 어릴 적 선배들을 보며 꿈을 키워 온 것처럼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는 사람이 되면 내 축구 인생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소명 의식을 찾은 뒤로는 고된 2군 생활도 버틸 만했다. 세상이 정한 기준이 아닌 나만의 가치를 실천하면, 꼭 축구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나의 철학을 실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18년간 축구만 바라보며 이어온 선수 생활을 정리할 시점이었다. 2024년 3월 1일, 나는 서른 살의 나이로 이른 은퇴를 선언했다. 2017년 프로 구단에 입단했으니 8년 차 되는 해였다.
보통 서른 살 후반, 체력이 될 때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운동하는 사람들의 목표다. 불러 주는 팀도 있고 특별한 부상도 없는데 자발적으로 은퇴하는 경우는 드물다. 회사 생활로 따지면 정년이 보장된 사람이 갑자기 퇴사를 하거나 다른 일에 뛰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세상은 왜 날 알아봐 주지 않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뒤따른다.
결과가 따라오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의미나 가치를 찾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극히도 자발적인 은퇴였다. 많은 사람이 내 선택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신기하게도 내 안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있으니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날 다짐했다. 앞으로도 그 진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노라고.
임민혁 전 축구 선수
https://sports.khan.co.kr/sports/sk_index.html?art_id=202403071524003&sec_id=520101
혼자가 아닌
10살의 라이언 네이버스는 척추이분증을 앓고 있는 4학년 학생인데, 그의 하루는 학교 선생님의 친절한 행동으로 인해 행복했습니다.
미국 켄터키주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소녀 네이버스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현장 체험 학습이나 수학여행을 꺼려했다. 선천적 척추 질환으로 잘 걷지 못해 움직임이 많은 활동에는 참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폭포가 있는 오하이오 주립 공원 현장 체험 학습을 앞두고 있을 때, 네이버스는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해했다. 크고 높은 바위가 늘어선 폭포 공원이라면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기 더욱 힘들 터였다. 그러던 중 네이버스의 집으로 생각지 못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그녀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 짐 프리먼이었다. 그는 네이버스의 부모에게 아이가 현장 체험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네이버스와 교류가 거의 없었지만 25킬로그램에 달하는 그녀를 업은 채 높고 험한 바위를 넘나들며 폭포를 구경시켜 주고, 화석 지대를 탐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네이버스는 프리먼의 등에서 3억 9000만 년 전 화석을 눈에 담는 등 곧은 척추와 두 다리로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을 경험했다. 네이버스의 어머니는 이 이야기를 전하며 휠체어 때문에 지체장애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다고 했다. "아무것도 당신을 멈출 수 없게 하세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을 돕고 싶어 하는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습니다."
김지민 기자
오하이오 주립 공원 화석 지대
|
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고운 멘트로
공유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
동트는아침 님 !
조석으로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 쪼금은 지내기가
편해졌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건강하게 지내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좋은 글 고맙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좋은 공감 멘트로
공유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핑크하트 님 !
더울 때일수록 감기
조심하라던 옛사람들의
말이 떠오르는 늦더위입니다
오늘도
건강하게 지내시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