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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짜 유기(方字 鍮器)/ 이용일
정화수(井華水) 맴도는 바람
징(鉦) 울림 타고 보름달 닿을 즈음
살풀이춤 자락 끝 무수한 선(線)
풀무질로 출렁인다.
즈믄 해, 인고(忍苦)의 두드림
상투 잘리던 손 시린 날
헤파이스토스*는 제철소로 떠났다.
시집살이 지푸라기 엮어
멍든 가슴 기왓장 가루 내어
닦아내던 어머니 곁
돌아앉은 두드림은 멈추지 않았다.
해 오름 유난하던 날
쇳물 내어 빚어내는 태양
영롱한 불빛
멈출 줄 모른다.
* 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 대장간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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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 이용일
별을 본다.
밤하늘 저 끝에는 수백억 광년 은하수
그 강물 따라 수백억 개의 태양이 뜬다는데
파란 눈망울 울타리 안에
수 없이 많은 사람들
겨우 백 년 정해 놓고 홀로서기 한다.
그 중에 하나
그 중에 하나
수백억 종자(種子) 뿌려져
생명 만들기
그 중에 하나
귀한 자식, 귀한 손자로
스무 여 해를 품안에서만 자랐다.
그토록 귀한 생명
나름의 의미(意味) 찾아
부싯돌 불빛도 아껴가며
오늘을 살아 왔는데
오늘을 살아 가는데
책 속을 밤새 걸어 보았다.
참샘(眞水)은 향기가 없다.
소주잔 안에
은하를 담아 보았다.
돈다.
흙에 사는
소도둑놈 하나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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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 이용일
가을엔
가슴에 커다란 호수 하나.
달빛 내리는 밤이면
수면 위
별들의 발자국 소리.
찰랑 이던
그녀의 메밀꽃 눈망울처럼
이슥토록 내리고
가을엔
가슴에 파란하늘 하나.
옹달샘 가 시린 단풍잎
빨갛게 울고 나면
빈 들녘
흰구름 잡아 펼친 도화지에
그녀의 뒷모습도 그려 보고
비 젖은
가을 산사(山寺)에
노을 담은 나뭇잎 하나.
책갈피 속 마른 가슴에
이별가 지어 안기니
어디 선가 달려 온 바람
풍경(風磬) 흔들며 보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