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 하루 연기한 휴가를 떠났다.
자동차 엔진오일을 교환하고, 브레이크 패드도 갈았다.
장거리 운전을 하기 전 차량 점검은 필수이다.
타이어 공기압도 점검 ㅡ
드디어 떠난다.
조수석에 앉은 아내 ㅡ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오르자 아내 손을 살며시 잡는다.
가까운 곳은 여러 번 다녔지만, 2박~3박을 예정하고 떠난 여행이 없었다.
결혼한 지 40년만의 여행이다.
그동안 수고했고 고마웠다면 잡은 손을 꼬옥 쥐었다.
아내가 감동을 먹은 듯했다.
아들 녀석이 100만 원을 줬다.
며느리가 '인생은 70부터 ㅡ 할아버지 청춘을 응원합니다.'라며 케이크 상자에 현금 70만 원을 넣어보냈다.
두루말이처럼 말아 케이크 둘레에 빼곡히 울타리처럼 두른 현금 ㅡ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인 선물을 받는 것도 내 인생의 처음이다.
헤아려보지 않았지만, 큰손주 녀석이 엄마가 은행에서 70만 원을 찾아왔다고 이른다.
나이 70이라서일까?
손주 세 녀석 사진, 환히 웃는 세 녀석 모습을 보니 감동이 물밀듯 밀려온다.
아! 이게 사는 낙인 듯했다.
늘그막에 누리는 행복이 이런 것인가?
용돈도 두둑히 받았겠다, 나보다 아내를 위해 아끼지 않고 쓰리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을 만한 음식이 없다.
당진 신평에서 내려 국도를 탔다.
주차장이 있는 음식점 ㅡ
생태찌개가 15,000원 ㅡ
아내에게는 몸통을 주고, 나는 머리와 꼬리를 먹었다.
한사코 아내는 몸통을 먹으라며 넘긴다.
나는 다시 넘기며 꼬리는 정력에 좋고 머리는 '어두일미'라며 내가 먹는다고 했다.
동태와는 맛이 천지차이이다.
다시 당진에서 올라타고 목포를 향한다.
고속도로로 가니 바다를 보기 어렵다.
정읍에서 내려 함평으로 가는 국도를 탔다.
함평에 소고기가 맛있다는 곳을 찾아간다.
구이를 먹으려다 술 생각이 날 듯해 비빔밥을 서둘러 먹고 목포에서 잘 먹자고 한다.
다시 고속도로를 올라 목포에 당도했다.
일단, 목포역을 찍고 갔고 그곳에서 정차 후 주변 모텔을 검색한다.
"당신 좋아하는 곳에 왔네!"
와! 눈이 휘둥그레진다.
온통 야할 듯한 술집이며, 모텔이라고는 그곳에서 윤락이나 하는 여자와 드나들 분위기다.
다시 검색을 하니 그곳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멀리 호텔이란 불빛이 보인다.
주차장도 넓고 괜찮은 곳이다.
그런데 주변에 음식점이 없다.
아내에게 올라가라고 말하고 편의점에 술을 사러 가려고 했다.
"안 돼! 같이 올라가! 무서워!"
젠장할!
호텔이 왜 무섭단 말인가!
입실 시킨 뒤 어두운 거리로 나온다.
24시 편의점이 멀다.
이튿날 아침, 일찍 나와 유달산을 향한다.
케이블카를 탔다.
우리 둘은 크리스탈이란 비싼 것으로 탄다.
다시 그곳을 나와 여수로 향한다.
오동도 근처의 식당에서 모듬생선구이를 먹는다.
다시 그곳을 나와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ㅡ
남해바다를 보려고 했지만, 거제도 바람의 언덕에 오니 드디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해저터널로 부산의 명물이란 자갈치 시장으로 왔다.
주차할 곳이 마땅찮은 모텔을 포기하고 15만 원짜리 호텔을 잡는다.
그리고 보따리를 두고 자갈치 시장 안을 둘러보고 횟집으로 들어갔다.
동네 횟집보다 못하다.
부산 사람들은 통이 큰 줄 알았는데, 회를 보니 좁쌀처럼 잘게 썬다.
채소도 시들고 맛이 엉망이다.
부산 사람들이 소주를 진로를 주문하여 마신다.
나는 부산 소주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시원소주' '대선소주' 두 병을 달라고 했다.
부산에 왔으면 부산술을 마셔야지!
아내가 취하는 듯했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인데, 이틀 달아 마시니 부담이 되는 듯하다.
먼 길을 가야 하니 일찍 일어나 창밖을 본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걷는다.
아! 빗길 운전이 걱정된다.
동해안을 걸쳐 올라가려면 비가 그쳐야 하는데....!!
"어디를 갈까?"
부산이나 목포나 처음온 우리로서 마땅히 갈 만한 곳을 모른다.
아내가 해운대 해수욕장과 오륙도를 보러 가자고 한다.
오륙도로 내비를 찍으니 바다가 나온다.
배를 타고 가려면 시간이 짧다.
해운대 해수욕장만 보고 가자고 말했다.
드넓은 바다와 긴 모래사장이 깨끗하고 아름답다.
해수욕장 오른쪽을 보니 빗속에 몇 개의 섬이 보인다.
우리는 그 섬을 오륙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동해를 보러 올라간다.
영덕을 가니 동해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린다.
거기까지이다.
3일을 꼬박 운전하니 더는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영덕 위로는 아내와 많이 다닌 곳이다.
동해에는 인척도 있지만, 우한 폐렴 때문에 반길 리 없다.
"집으로 가자!"
아내도 내 뜻대로 하자고 한다.
강구항에서 영덕 대게 두 박스를 샀다.
박스당 5만 원 ㅡ
하나는 며느리에게 보내고 하나는 내 사무실에서 먹겠다는 계산이다.
비가 오락가락한다.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집에 오니 초저녁이다.
6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다.
대게 두 마리를 꺼내 아내와 먹으며 소주잔을 꺾는다.
"즐거웠어?"
아내에게 물었다.
"행복했어!~"
"우리 앞으로 자주 갈까?"
아내가 웃으며 잔을 부딪는다.
솔직히 내게는 운전한 기억뿐이다.
즐겁다거나 행복하지는 않는 듯한 기분이다.
그래도 아내가 행복했다니 은근히 즐거웠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과 며느리 덕분에 비상금이 두둑해졌다.
아직 계산해보지 않았어도 100만 원을 넘지는 않을 듯하다.
케이크에 꼽힌 70만 원은 건드리지 않을 계획이다.
너무 정성을 들인 것이라 평생 보며 감동을 느낄 계획이다.
아들 녀석이 어젯밤 전화를 했다.
동네 사람들과 영덕대게를 먹는 중이다.
아버지와 엄마가 허리가 아프다고 몇 백만 원이 넘는 의료기를 보냈다고 한다.
길이를 말하며 들어갈 장소를 미리 준비하라고 한다.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괜찮다며 취소하라고 해도 이미 돈을 다 치렀다고 한다.
기특한 아들 녀석이다.
신혼 여행을 하며 아버지가 허리 운동을 많이 한 것을 어찌 알았는지!
아내도 나를 대하는 표정이 달라졌다.
아들집으로 향하며 존경스런 표정으로 나를 본다.
신혼여행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미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여편네가~!!
이것으로 띠방 친구들에게 70회 생일을 맞아 떠난 신혼여행 보고를 마친다! (끝)
첫댓글 12년이 지나면 저도 70
그 때 떠날 여행을 상상하며 글을 읽었습니다.
옆지기의 미소가 정작 마도님의 미소 아닐까요.?
70 신혼여행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도 꽃길만 걷길 바랍니다
칠순이 지났으니 이젠 8순 잔치가 남았네요~
시간은 금이니 아껴 쓰시길~~~~~~//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가
마도님께 딱 어울리는 공처가가 아닌 애처가
부럽습니다
칠순여행 축하드리며
그행복 영원하길 바랍니다
마도님요
행복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런 소소한 작은것에
행복 느끼게 하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행복이고 사랑이 아닐까요?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용하는가는 오직 자기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나 주변에나 ''있을때 잘''하셔야하고, 고마움을 느끼셔야 하는것을 다시 새겨봅니다.
마도님요
고희 생신 늦게 나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