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나 압력이 다차원,입체적으로 전해지는지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시간을 끄는 것뿐이었습니다.우군 하나 없이 고립됐습니다.
도봉산으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 붐비는 도봉산역보다는 한가한 회룡역이 나을 듯합니다.
민의를 수렴하여 집결시간을 앞당깁니다.
5월15일 오전 8시 30분 회룡역
김밥 지겹습니다.각자 성의 있는 도시락을 싸오시기 바랍니다.
설악의 손사래를 뿌리치고 더욱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산행을 결정했습니다.부디 많이 참여해 윗선의 결정이 옳았음을 입증해 주소서.
아래 산행기는 지난달 정기산행 직후 10분의 9를 써놓았던 것입니다.산악회가 웬 바닷길만 걸었으니 산행기 쓸 필요 있나 하는 생각들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저보다 다른 분이 쓰신 글을 보자는 생각에 올리지 않고 기다렸더니 끝까지 아무도 쓰지 않으시더군요.해서 저도 묵혀뒀다가 오늘 아침 마지막 10분의 1를 덧붙였습니다.혹시 부부 사이에,친구 사이에 뭔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느낄 때 함께 걸으면 좋은 길이었습니다.
이 계절은 산행을 계획하는 대장으로선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계절입니다.큰 산들은 대개 산불조심 기간이라 출입이 여의치 않고 꽃 보러 가는 것은 개화 시기를 잘 택일해야 합니다.특히 올해는 이상하게 춥고 눈 내린 날이 많아 개화 시기를 정확히 점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차에 강화 고려산은 그나마 가깝고 꽃 구경에 좋은 점,서해 낙조를 즐길 수 있는 점,먹거리도 괜찮은 점 등 장점들이 많은 산입니다.
그런데 구제역 때문에,사실 구제역의 직접적 영향보다 정성껏 기르던 소와 돼지 등을 살처분한 이들의 눈망울에 꽃나들이 나선 속 없는 사람들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선후배들의 다사로운 마음 씀씀이 때문에 전북 부안의 마실길로 행선지를 급히 바꾸게 됐던 것입니다.
23일 아침 신문에 한 농민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오죽했으면 하는 생각,삶의 끈을 놓을 만큼 그가 절절이 마음 아파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살고 있던 집에 불이 나는 등 그의 좌절을 부채질한 것이 충분히 내재돼 있었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쯤 배경 설명은 치우고 고려산 공지할 때부터 4월 산행은 많은 머리 채우기가 쉽지 않으리란 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모두가 여의치 않은 경제 환경 때문입니다.고려산이나 마실길,어느 좋은 산행지를 골랐더라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아침 7시10분쯤 잠실역에 나가 신문을 보고 읽자니 회장님 모습이 나타났고 그린랜드,멍게,컴불 그리고 맨마지막으로 약속시간보다 10분에 살짝 뒤처진 상태에서 마포나루 형이 도착해 버스가 떠났다.중부고속도로 음성 휴게소에서 아침을 간단히 때우고 달려 달려 부안읍 지나 계화 간척지가 보일 쯤부터 갯벌 전문가 그린랜드 형님의 설명이 시작됐습니다.새만금 계획이 처음에 입안된 배경과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려 완공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중간에 새만금 계획이 중단돼 잘못을 뒤늦게 시정할 기회를 놓친 과정 등을 꼼꼼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새만금 전시관에 차가 멈추자 화장실 다녀오라 하더군요.컴불 형이 이런 데 무지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멍게와 저에게 자꾸 방조제 길이를 묻더군요.나중에 보니 버스가 하남을 떠나자마자 미투리 산악회가 미리 나눠준 마실길 홍보 리플렛에 적혀 있었는데 셋 다 건성으로 본 듯했습니다.33km가 조금 넘습니다요.헹님~.
볼 일 마친 분들과 저희처럼 전시관 안 전망대까지 올라 망원경 등으로 날이 흐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선유도 등을 조망하고 내려온 이들이 합류해 전시관 부지 밖으로 다시 나와 방조제 남쪽 바닷가에 따라 붙었습니다.사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마이크를 잡은 최 대장은 아무래도 산은 포기해야겠다고 했습니다.일행 중에 한두번 가본 이들이 많고 하니 부안군이 정성껏 만들어 개장한 마실길만 온전히 즐기고 가자는 것이었습니다.그나마 3코스까지 다해서 17.6km인가 하는데 홍보 리플렛에는 이 세코스를 다해도 3시간 얼마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1,2코스 하는 데 5시간 정도 잡고 있다고 했습니다.그 이유는 바닷물이 다 들어왔을 때의 편한 마실길 기준으로 하면 그렇고 우리처럼 최대한 해안선에 붙거나 아예 백사장을 내려 걸으면 훨씬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고 했습니다.
밀물이 빠져나간 바다는 마치 미국 서부의 어느 곳을 옮겨놓은 듯 이국적이고 황량한 느낌의 척박한 환경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바다도 많이 다녀보고 섬들도 웬만큼 다녀봤다고 생각하는데 데스 밸리나 브라이스 캐니언-사실 둘다 가보지 못하고 사진이나 영화 등에서 보았던 그 느낌만 새롭다-같은 이미지를 뿜어내고 있더군요.
미투리 산악회 털보-최효범 아찌- 대장은 예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바닷물이 금방 빠져나가 약간 미끄러울 법한 바위에 '쩍쩍 달라붙더군요'.저런 분은 저런 식으로라도 산에 가고픈 욕망을 드러내는구나 싶더군요.
바닷물이 빠져 드러난 백사장을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바닷바람 맞으며 걷는데도 최 대장은 한사코 손짓을 해댑니다.4m는 넉넉히 될 법한 바위를 약간 위헙스럽게 올라 내려오곤 했고 바위에 붙은 굴 등을 연신 손가락질하며 캐보라고 권했지요.
그렇게 한 시간쯤 걸으니 변산 해수욕장 끝쪽에 있는 팔각정이 나타나길래 거기서 한 번 휙 고개 돌려 멀리 고군산열도를 조망했습니다.한 시간 전 전시관에서 보던 것보다 날이 많이 맑아져 있더군요.해서 선유도를 보고 내년 이맘때 선유도 한번 들어가는 가족 단위 행사를 기획해볼까 마음 먹었습니다.막걸리 곁들여 점심 먹고 변산 해수욕장 내려 활달하게 걸었습니다.
그렇게 비슷한 방식으로 해안선이 가깝거나 해안선을 굽어 보며 걷는 마을길 걷다가 좋은 바위 길 나오면 내려가고 하면서 변화를 주었습니다.서해 물이 시나브로 들어오는 것이 그렇게 빠르고 놀랄 만큼 힘 있다는 것을 재삼 확인하고는 놀라고 반가웠습니다.이렇게 넘나드는 게 바다인데 그 바다를 억지로 메워 농지를 확보하고 그것이 웬만큼 되자 특별법이란 이름으로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만 만들 수 있는 간척 사업을 공업단지 부지로 전락시키려는 뻔한 재개발 논리가 숨어들고 있는 데 안타까움을 함께 했습니다.
경치는 큰 산의 장쾌한 조망에 견주면 초라하다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면 색다른 맛을 보여주긴 하더군요.기깔난 맛보다는 아기자기하고 부부가 손잡고 가볼 만 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바닷가 풍경 뭐 다 그렇지 하실 분들은 안 가셔도 좋고요.
봄날 넉넉한 마음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 맞으며 여유롭게 거닌다 생각하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듯.
마포나루 형님이 중간에 '너네들과 함께 하기 싫다.' '해안선 따라붙는 것도 지겹네.' 하시면서 일탈하는 바람에 여러 함께 했던 분들에게 겸연쩍은 상황이 연출됐습니다.우리보다 한참 뒤에 처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형은 나름대로 민폐 안 끼치려고 죽을 힘을 다해 거닐었고 그 결과 서로 만날 수 있는 위치를 한참 벗어난 지점에서 형의 반가운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여하튼 교훈 하나 얻었다면 마포나루 형 스스로 고백했지만 일행과 떨어져 행복할 이유 하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안읍으로 들어가 정말로 가격이 궁금해지는 백반정식을 들었습니다.아무래도 변산 마실길을 처음 들른 서울의 막강 산악회 '미투리'의 위세에 눌린 부안군청 사람들이 싼 가격에 괜찮은 상을 차리라고 압력을 넣었던 것 같았습니다.우리가 낸 회비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고 주인 아자씨는 그런 상황이 못내 화가 났는지 "술은 사먹어야지" 하면서 소주 박스를 반입해오는 산악회 회장님을 타박했습니다.찬 좀 더 달라고 하면 입이 대빨이나 튀어나오고요.생각보다 맛은 별로 없었던 건 단지 이 식당의 실력 탓만은 아닌 듯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얼콰해 깜빡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평택쯤이었습니다.전용차선을 신나게 달리고 있더군요.잠실에 내리니 밤 9시,다들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가보자 하는 표정들이었는데 컴불 형이 마구 채근했습니다.잠실의 한 맥주집에서 배불리 먹고 집에 들어가니 11시쯤이었던 것 같습니다.괜찮은 산행,아니 괜찮은 바다 트레킹이었습니다.
첫댓글 지각+ 미안함+ 독자행동+ 아니 이렇수가+미안+후회+교훈
알아,니가 여러모로 고생이 많다.토욜에 보자.
총무에게.이번 산행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단순히 문자만 보내지 마시고 전화 걸어 무슨 사정이 있는지 들어보시고 반드시 참석해달라고 부탁합시다.혼자 힘으로 벅차면 멍게와 제게 이렇게 나눠서 전화 걸어보자 제안하세요.멍게는 기동민 수배하고.정말 많은 사람이 참여해 동민이도 격려했으면 합니다.
拈華微笑.....그렇잖아도 전체회원을 대상으로, 목요일쯤 전화드릴려구 맘묵고 있었는데용....모 벅찰 거까지야 있겠습니까...일단 제가 하는 걸로 하지요...
긴급 제안!!! 전화하기 전에.. 도대체 토요일 10시까지 뭐하고 있다가 만나냐? 나는 오전 8시 만남으로 했으면 한다. 뭐땀시 그렇게 늦게 만나느냐구...빨랑 산에 올라가면 사람도 적고 빨리 돌아서 내려오면 편하게 밥도 먹고, 행동식으로 김밥 사올 필요도 없이 그냥 점심을 내려와서 먹자고... 그라믄 집에도 일찍 가서 오후 일도 보고 여러모로 좋자녀...자꾸 대장이 하는 일에 '게찌'를 붙는 겨? 암튼 내 생각은 그런데...다들 원하면 할 수 없고... 그래도 10시는 너무 했다 쯥...
그리고 알의 산행기에 대한 댓글도 써야재. 사실 마실길이라서 안쓰나 했지...역시 알이 써야하긴 하나 보다. 나도 처음 가본 마실길 괜찮았어. 근데 부안의 식당에서 먹은 정식은 굉장히 맛이 있었는데.. 넌 있는 집 자식 티내느라고 그러는 거지? 나는 된장도 맛있고 엄청 맛나기만 하던데...근데 다른 야그로 난 늙어서 그런지 아침잠이 업서야...
오전 8시 또는 9시로 만나는 시간 앞 땡기는거 찬성합니다.
사람 붐비기 전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점심먹는게 좋을 것 같음.8시 콜!!!
총무 일 하나 덜어볼 겸 몇자 적습니다...요양병원에 모셨던 우리 엄마, 사흘만에 처음 계셨던 병원에 재입원 하셨습니다...재미없는 얘기 길게 할 순 없고...증세가 더 악화되신건 아니고...재활병원에 문제가 많았습니다...성질 같아서는 공론화해버리고 싶었지마는 내 코가 석자라 ...아서라 말어라 ,못본척 하고 말았습니다...내 코 석자 타령하다 언젠가 내가 늙어 그런 재활병원에 쑤셔박힌다 해도 할말 없게 됐습니다...입원비에 간병비에 돈생각만 하고 있습니다...아무튼 산행은 당분간 힘들듯 합니다...모두 건강들 조심하시고요...즐겁게 다녀오신 산 이야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언니도 팔 아파 병원 간다더니....진단은 나왔어요?
사니형 손전화는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네요. 형, 참가 댓글 이곳에 남겨 주셔요오~
우보 형, 왕눈형, 파리투 형, 토요일날 뵈어요.^^
그리고 독짱 형, 희망과용기 형, 규갑 형 (약속하신 거처럼^^) 뒤풀이서라도 얼굴 뵐 수 있길요....
참, 뜬구름은 '노력해서' 그날 얼굴 함 보자고요
가상 아줌마 토욜날, 늦잠 자면 알제? ^^
나는 살면서 어떤 사람이 생기는 거 없이 열심히 하는 거 보기 무쟈게 좋더라. 근데, 사실 본인이 그 주역이었을 때는 글쎄라~~~암튼 오솔길, 너!!! 비겁하게 꼭 여기에다가 지가 저질른(?) 일에 대한 흔적을 남기겠다는 거지? 킁 & 끄응 의성어로 모든 맘을 대신하고프다. 그래 그냥 그렇게 가자!!! 그날 보자. 진짜 기대 만빵!!! 난 행복하니까~~~사랑하니까~~~알라들 말대로 졸라?? 몰러!! 잠깐 근데, 이것이 왜 나에겐 아무 연락이 없는겨? 원천 무효!!! 근데 잘 안들리재?? ㅋㅋ
어제 제가 전화드리지 않은 분들은 '운수 대통하신'^^ 날입니다. ㅋㅋ 산행 참가 댓글 안 다신 죄(?)로 제게 심문당하신(?) 분들은 '운수 사나운 날'이 되셨겠고요.^^ 집안 일로 못 오신다는 그린랜드 형, 회사업무차 못오신다는 그냥 형도 예외 없이 그 사유를 설명하시느라 진땀흘리셨을 테고요^^....댕기 님은 '비수기'인 6월엔 필참한답니다. 또 15일 피치못할 점심 선약이 있다는 '지리산'은 "저도, 산에 가고 싶어요!!!"라며 수화기에 대고, 5차례 복창해야 했습니다. 글고 애덥은, 토욜 근무해제를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고요....참, 재로는 현재 절반만 손든 상탭니다.
산행에 참석합니다.
며칠 전부터 집사람이 독감에 몸살에 기침에...고생하고 있는데 토요일 아침 나몰라라 하고 집을 나서려니 미안한 마음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꼭 가고 싶었는데...참석 못해 미안합니다. 집안 청소 도와주고 오후 늦게 우면산 한바퀴 돌고 왔습니다. 1.2.3.4월 모두 개근 했는데 아쉽습니다. 즐겁게 다녀 오셨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