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만큼 가을이 온다 / 청향 : 정정숙
비 스친 들녘마다 촉촉한 가을 냄새가 탈력을 잃은 오감을 자극하며 안겨온다.
소슬바람에 사각거리는 옥수수 대의 흔들림 - 마디마다 크고 작은 열매를 잉태한 호박 넝쿨,
조석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줄기와 잎 새, 마지막 남은 싱그러움조차 빼앗고 사라져 간다.
해마다 계절이 교차하는 환절기를 보내고 맞이하면서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과거에서 현제로 그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은 나이가 들어가는 아쉬움과 허전함 때문일까,
올해도 내게 주어진 삶의 색깔들이 또 한 겹 나이테를 두르듯 이끼가 쌓이는 계절 길목에서
가을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허허로운 회한은 짙어지고 설렘으로 보름달 결실을 갈망하게 된다.
지나온 세월만큼 드리워질 그림자 나이만큼 그리움이 온다는 뜻을 이해하게 되는 것인가,
오늘 마음속에 담았던 기억들이 언제인양 이미 어제가 되어 또 다른 추억으로 일렁인다.
살아온 발자국마다 피 맺힌 사연들 깊은 계곡을 이룬 그 추억 속을 헤집으며 오늘을 산다.
'혼자 버려진 듯' 오기를 부리던 자아의 투쟁도 이제는 모두가 삶의 그림자 되어 멀어져간다.
세월은 짙어질수록 그리움으로 승화되는 요술쟁이 방망이 마음을 신은 선물로 준 걸까,
고독을 물레질 하던 마음의 오솔 길에서 문득! 스치는 눈물 한 자락 비치는 일 잦아지고
모진세월, 건널 수 없는 강가에서 그리도 의지하던 첫사랑 님은 우주가 되어 나를 지켜줄까.
내 엄마는 내 나이쯤 얼마나 쓸쓸하셨을까, 살이 섞어가는 골수염 발목통증을 어찌 견디셨을까.
“삶이란 ... 저지른 이의 가슴이라 하던가요. 순응해야 하는 삶이 가슴 아리는 때가 많았습니다.
이젠,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눈부신 천 연계 속에서 주변 사람들의 평온을 빌고 있는 자신을 봅니다.
들춰서 헐어내고 불평하는 마음보다 감사하는 마음, 환절기의 아픔조차 고운 빛깔로 채색될
황혼의 저 노을 빛, 아아 가을이 저만치 이별을 고하는 작은 흔들림도 간지럽고 따가운 햇살도
소중하기에 더없이 단내가 나는 향기로운 것들만 '첫사랑님'을 위해 채우렵니다. 내 어머님... ”
나이만큼 가을이 온다. 온통 나의 삶 자체가 의미심장한 많은 여운을 주었다.
문제는 나이보다도 더 성숙된 그리움을 어떻게 숙성시키고 갈무리를 잘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황혼은 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내 사랑하는 소중한 인연들 주변 이웃의 평온을 비는
온유한 마음을 간직하는 한 '징계와 연단'으로 얼룩진 삶은 풍요로운 가을이 될 것이다.
바위틈을 비집고 다시 피어난 구절초의 향기를 내 작은 글로서 첫사랑님께 찬양할 수 있을까.//
가을, 바위를 뚫고나온 구절초의 미소
첫댓글 가을 과일이 탐스럽게 익어 갑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가슴을 펴고 가을 향기 뿜으며 첫수필을 올렸습니다
글사랑으로 상처받은 '영과 육' 위로받고 나이만큼 깊어지는 그리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인생의 무게를 둘려야 할
터인데, 시간을 쫓았다는 삶이 부끄럽지 않게 바쁜 일상이지만 하늘빛처럼 맑은 가을맞이 하세요. 님들 감사합니다.
구절초향님...
이렇게 고운글 올려 주심에 감사합니다
늘 궁금하기도하고 보고싶기도 했었는데.. ㅎ
가을은 점점더 짙어져가고... 나이하나 더 추가 되겠지요?
구절초청향님 늘 건강 유의 하시구요
알찬 가을 보내시어요... *^^*
구절초님 반가워요
글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보았어요
음악도 넘 좋고 자주 글을 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감기조심하세요..
참 좋은 수필입니다. 자주 글을 올려주세요
반갑습니다. 좋은글 많이 올려 주시어 삶의 갈무리를 잘 할수 있는 길로 안내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