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목요일 맑음.
전자렌지와 유리용기를 이용해서 라면을 끓여 아침을 먹는다. 여행자의 식사는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고,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먹을 수 있는 것을 먼저 먹는 것이 아닐까? 괜히 다른 것을 기웃거리다가 가지고 있는 것도 버리게 되고, 시간도 낭비하게 된다. 열심히 먹다보면 건강도 지켜지고 때로는 별미도 만나게 된다. 가져왔으니 기회가 될 때 먹어야 짐이 준다. Idaho주의 Montpelier 마을을 출발하여 가는데 도로가 공사중이다. 한참을 달려가는데느낌이 이상해서 차를 멈췄다.89번 도로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뒤로 돌렸다. 미국에서 차량운전을 할 때 길을 잘못 들면 한참을 달린 후에야 잘못된 방향으로 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서 30km를 달린 후에야 우리도 알게 되었다. 다시 마을 입구의 공사중인 현장까지 차를 돌려 달려갔다. 거기에서 1차선의 작은 도로로 접어들었다. 조금 달려 우리는 Wyoming주에 들어섰다. 처음 사람 사는 곳에 도착한 곳이 Afton 마을 이다. 길가에 줄지어 상점이 있는데 서부영화에서 나옴직한 오래되 보이는 마을이다. 특이한 것은 사슴뿔을 모아서 도로 중앙에 아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 위에 사슴두마리가 뿔을 맞대고 서 있는 모습이다. 차를 도로가에 세우고 도로 중앙에 서서 이 기념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엄청난 녹각이다.
이 마을 을 지나니 계곡물을 오른쪽으로 끼고 산을 올라간다. 계곡물 이름이 지도에 보니 Snake River다. 계곡물은 점점 넓어지고 수량도 많다. 미국에서 급류타기로 유명한 강이란다. 스릴과 낭만을, 멋진 경치와 더불어서 한여름을 즐기는 곳이다. 차를 주차하고 강물을 내려다 보니 노란 보트에 10여명이 타고서 고함을 치며 급류를 내려가고 있다. 보는것 만으로도 스릴이 있고, 흥미와 낭만이 그리고 힘이 느껴진다.
차를 몰아 계속달려 산을 넘어가니 제법 큰 마을이 나온다. 리조트가 많은 Jackson마을 이다. 주변에 큰 스키장과 국립공원, 주립공원이 있어 찾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대형 슈퍼와 식당, 모텔 등이 많고, 찾아온 차량도 많다. Grand Titon 방향으로 차를 몰다가Jackson마을 끝 정도에 주차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델리 퀸 매장으로 들어가 햄버거를 시켜서 하나씩 입에 물었다. 행복한 순간이다. 매장의 실내도 예쁘다. 벽에는 옛날 영화 ‘쉐인’의 낡은 포스터가 걸려 있다. 점심을 해결하고 밖으로 나오니 예쁜 호수와 늪지가 펼쳐져 있다. 연못에는 물오리떼가 한가롭게 놀고 있고, 멀리보이는 초록산에는 스키장이 보인다. 도로변에는 National Elk Refuge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엘크 서식지 인가보다.
티톤 방향으로 도로가 뻥 뚫려있다. 차들이 쏜살같이 달려간다. 우리도 차를 몰고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Grand Titon National Park)으로 달려간다. 시원하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 간판이 있는 곳에 차를 세워 사진을 찍었다. 영화에서 보던 낯익은 , 멋진 티톤 산맥이 흰 눈을 듬성듬성 얹고서 줄지어 나타난다. 정말 멋진 모습이다. 미국의 또 다른 모습에 감동된다. 다시 차를 타고 신나게 달려가니 입구가 나온다. 두 개의 통나무집으로 만들어져 출입하는 차들을 관리한다. 에뉴얼 패스로 지도를 받고 통과한다.
먼저 Craig Thomas Discovery and Visitor Center로 갔다. 방문자 센터는 견고하고 넓게 지어져 있는데 통나무와 어울려 멋지게 이어졌다. 겨울을 대비한듯한 모양새다. 안으로 들어가니 티톤의 전반적인 모습을 잘 안내해 놓았다. 역사적인 자료, 자연적인 자산들, 지리적인 특징등을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 잘 만들어 놓았다. 개척당시 사용하던 수레도 있고 엘크, 곰 등 동물모형들, 개척자들의 삶의 모습도 잘 만들어 놓았다. 대형 유리창으로 되어있어 창밖으로 보이는 멋진 산들이 시야에 들어오게 하였다.
우리가 방문하고 싶은 곳은 두 곳이다. 그중에 하나가 통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교회다. 네모난 창문에 십자가와 더불어 티톤의 거친 산이 보이는 풍경이다. 그리고 또하나는 영화 쉐인의 녹화현장이다. 먼저 지도를 보고 교회를 찾아 나섰다.
거대한 Jackson Lake옆에 있는 Chapel of the Sacred Heart교회를 찾아 갔다. 주변에는 사람도 없고 조용하다. 조그만 교회가 있어 사진과 비교해보니 다르다. 호숫가에 예쁜 통나무로 지어진 교회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창문이 둥글다. 밖으로 나와 호수를 보니 너무 멋지다. 물이 맑아 밑에 자갈들이 깨끗하게 보인다. 사람손이 미치지 않는 원시적인 호수다. 다시 지도를 펴고 교회를 찾아 가기로 했다. 방문자 센터에서 미리 사진을 보여주며 도움을 청했다면 쉬웠을텐데....... Jackson Lake Junction에서 차를 돌려 다시 처음 입구를 향해 차를 몰았다. Glacier View에 차들이 몇대 주차해 있고 사람들이 뭔가를 가리키며 구경하고 있다. 우리도 차를 세웠다. 검은 버팔로 한 마리가 저멀리 벌판에서 이리로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도 버팔로를 구경하러 뛰어가는데 버팔로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WARNING) Many visitors have been gored by Buffalo. 라는 노란색 찌라시가 생각나서 뛰던 걸음을 멈추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이제는 느린 걸음으로 우리쪽으로 걸어온다. 정말 볼만하다. 버팔로는 무게가 2000파운드(약 4400kg)정도 나가는 것도 있고 한시간에 30마일(약48km)을 달려 사람보다 3배는 빠르단다. 거친 버팔로의 외형을 가까이서 보니 겁난다. 와!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이 구경하니 이놈도 무서운지 아니면 귀찮아서인지 도로를 건너 어슬렁어슬렁 멀어져 간다. 다시 차를 타고 버팔로를 구경하며 달려간다.
우리는 다시 입구에 와서 처음 방문자처럼 에뉴얼패스를 보여주며 또 지도를 한장 받고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 우회전하여 좁은 길로 들어섰다. 우리가 찾던 교회(Chapel of the transfiguration)를 발견했다. 사진에서 보던 정겨운 풍경이다. 대문에 매달린 종을 쳐본다. 좁은 길 끝에 작은 교회가 통나무로 지어져 있다. 밖에는 예배시간표가 걸려있다. 오전 8시, 10시 주일날 두 번 예배를 드린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약간 어둡고 정면 직사각형 창문 앞에 십자가가 있고, 그 창문 밖으로 멋진 티톤산맥이 그림처럼 들어있다. 긴 의자는 거칠게 통나무를 잘라 가죽으로(나무줄기?) 묶어 만들어져 있다. 30명이 앉으면 터질 것 같은 작은 교회다. 정말 소박한 분위기다. 비록 일상의 삶이 이렇게 소박할지라도 우리의 꿈은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살아야 할 텐데....... 교회입구에는 겨울 모습이 그려져 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모두 멋질 것 같다. 정말 감동적이고 멋지고 예쁜 보석 같은 교회다.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아쉽지만 발길을 돌린다.
다음 목적지 Cunningham Cabin을 찾아간다. 차로공원을 반바퀴 돌았다. 이곳은 영화 ‘쉐인’을 촬영한 곳이다. 1953년도 작품인 ‘쉐인(Shane)'은 조지 스티븐스 감독으로 여자 주인공 진아더, 남자주인공 알랜라드가 출연하여 만들어진 서부영화의 고전이다. 1890년대를 배경으로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이곳이 배경이다.(한국에 돌아와 2번이나 이영화를 봤다. 봐도 봐도 멋진 풍경과 남자 주인공의 단정한 차림과 침착한 태도, 온화한 눈매가 기억에 남는 영화다) 지금은 그당시 주인공이 살았던 통나무집이 불타버려 사라졌고 허허벌판에 예쁜 들꽃들만 넓게 피어있다. 당시와 비슷한 통나무 흙집이 두 채 폐허로 남아 있다.
여기서 보니 그랜드 티톤은 장엄한 자연의 파노라마다. ‘그랜드 티톤’이라는 말은 여자의 유방이라는 뜻이란다. 전체적인 경관은 거친 산맥으로 여성스러움보다는 남성적이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일렬로 서있는 12000피트가 넘는 준봉들의 위세가 당당하고 중압감과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로키산맥의 줄기 속에 포함되어있는 그랜드 티톤은 높은 고봉들로 또 하나의 미국의 다양성을 보여 준다. 특히나 수많은 호수들의 맑고 깨끗한 옥수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의 정감, 이름도 모를 꽃들과 드넓은 목초밭, 그위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과 말들을 보노라면 그 풍광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흐믓하게 하고 평온하게 한다. 이러한 모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는 평화로움에서 여자의 풍만한 가슴이라는 말도 맞는것 같다. 수많은 생명들, 인간을 포한해 동물과 식물들을 품어 키우는 이곳이야말로 ‘여자의 유방’이 아닐까?
그러나 이곳에서도 인간의 속도가 곰, 엘크, 들소(bison), 사슴, 무스, 여우 등을 일 년에 100마리 넘게 죽이고 있단다. ‘속도를 낮추어 생명을 살려라’ 오늘도 우리에게 경고한다. 1년에 방문객이 500만명 이상 모여드는 붐비는 곳이란다. 애초에 예로우 스톤에 포함시키자는 의견과 분리하자는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국 상원에서 분리하는 쪽으로 결정하여 1929년 31만 에이커의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으로 이름을 얻게 되었단다.
국립 공원 내 가장 높은 산이 13770피트(4197m)의 그랜드 티톤이고 공원안의 포장 도로가 100마일, 등산도로는 200마일이란다. 이곳 산들의 정상을 오르는 것은 모든 코스가 험하단다. 스위스의 알프스산과 비교되는 멋진 곳이다. 공원 안에는 호수가 8개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잭슨호수의 동쪽에 있는 2314m의 시그날산(Singal M)에 오르면 그랜드 티톤의 거봉들과 그림 같은 호수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데....... 가장높은 그랜드 티톤, 오른쪽에 오웬산(3940m), 왼쪽에 미들티톤(3902m),그 아래 사우스티톤(3814m)이 형제처럼 어깨를 맞대고 버티고 있다. 눈이 아프도록 장관인 전경을 뒤로하고 차를 돌렸다.
이제는 옐로우 스톤을 향해 북쪽으로 달린다. |
첫댓글 생생한 여행 체험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