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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101회>
씬 1 철원 저가 거리(낮)
사람들 사이로 두어 필의 말이 달려와 지나쳐 간다. 그들은 나주 오씨 다련군 집안의 집사장들이다.
그렇게 카메라 앞을 지나쳐 사라져 가면...
씬 2 황궁 외경
씬 3 동 황궁 시중부
시중 왕건이 앉아서 시무를 보고 있다.
높고 낮은 관리들이 여럿 곳곳에서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태평도 왕건의 옆에서 많은 서류들을 넘기고 있다.
그러면서 고개를 끄떡이고 한숨을 짓는다.
태평 주군,
왕건 왜 그러는가?
태평 그 동안 여러 가지 많은 상황들을 점검해 보았사옵니다만은 아지태가 역모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할 것 같사옵니다. 여기 강장자도 그렇고.... 또 청주출신들의 많은 인사들도 그렇고.... 조사를 하면 할 수록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사옵니다.
왕건 .......(한숨, 고민이 많다)
태평 왜 그러시옵니까?
왕건 아지태의 역모는 이미 내원도 그 세부 사실을 다 밝혀 냈네. 결정적인 것은 아지태와 함께 변을 꾸미려던 일당들이 마음을 바꾸고 모든 전모를 털어놓았다는 것이야.
태평 그렇사옵니다. 꼼짝달싹 할 수 없게 되었사옵니다.
왕건 헌데, 일이 그렇지가 않게 되었어.
태평 무엇이 말이옵니까?
왕건 폐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이 사건을 해결해야한단 말일세. 폐하께서는 아지태를 당분간 살려두시기를 원하시네.
태평 말도 아니되옵니다. 어떻게 그런...? 아지태는 폐하를 시해하려던 자이옵니다. 그런데 살려두기를 원하시다니요?
왕건 아지태를 처벌하면 폐하께서 지금까지 모든 정책을 잘못해왔다는 것을 또한 인정하는 결과가 되네. 시간이 필요하겠어. (한숨) 시간 말이야.
태평 (끄떡인다) 정주의 유장자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참으로 일이 어렵고도 묘하게 되었사옵니다.
왕건 어쨌든 아지태를 만나볼 필요가 있네. 다음에 그 자와 한 번 만날 것이니 조치를 해 놓게.
태평 알겠사옵니다, 주군.
왕건이 뒷짐을 지고 그렇게 생각에 잠긴다.
머리가 아픈 것이다.
그렇게 서성거리는데 철원시가지를 지나 온 다련군의 집사장이 밖에서 들어와
왕건 앞에 이르러 예를
올린다.
왕건 아니, 그대는 누구인가? 집사장이 아닌가?
집사장 예, 서방님. 지금 나주에서 올라오는 길이옵니다.
왕건 허, 나주에서 말인가? 그래, 한동안 소식이 뜸했었지. 해가 바뀌는 동안 통 정신이 없어서 말이야. 하하하. 무슨 일인가?
집사장 기뻐하시오소서, 서방님. 서방님께서 떠나신 직후 마님께오서 산기가 있으시더니....
왕건 오, 그래서?
집사장 곧바로 아드님을 생산하셨사옵니다.
왕건 뭐라고?
태평 세상에..... 주군께서 떠나신 바로 다음에 말인가?
집사장 그러하옵니다. 아드님이시옵니다. 곧 선편을 보내어 알려드리려고 하였사오나 바다 날씨가 계속해 궂었사옵니다. 또한 마님께서 기왕에 늦었으니 삼칠일을 경과한 후 전해 드리라 하여 지금에 이르렀사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서방님.
태평 감축드리옵니다. 아드님이시라 하옵니다, 주군.
왕건 허허, 세상에....아들이라.... 아들이야. 그예 아들을 낳았단 말이지. 아들을 낳았어?
집사장 여기 마님의 서찰도 가져왔사옵니다.
왕건 오, 그래....그래....
태평 오늘은 이미 하루해가 다 갔사옵니다. 그만 퇴청하시지요, 주군.
왕건 그러세. 허허허... 아들이라..... 아들이라네.... 이제서야 돌아가신 아버님께 면목이 서네 그려. 허허허, 아들이라......
해설 왕건이 아들을 보았다. 드디어,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오씨가 왕건의 첫아들을 출산했던 것이다. 왕건이 시중이 되기 바로 직전의 일이었으니, 서기 912년 말의 일이었다.
씬 4 나주 관아 외경
씬 5 동 관아 안 마당
하녀들과 머슴들이 부산하게 이리저리 오고간다.
아기 울음소리가 계속해
들려오고 있다.
다련군이 하녀, 하인들에게 고 있다.
씬 6 동 집 방 안
오씨가 아이를 안고 있다. 이제 막 출산한 듯 초췌한 모습으로 아이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그 아기의 얼굴 위로......
해설 (계속) 오씨가 낳은 왕건의 첫아들, 훗날 고려 제2대 황제 혜종이 되는 이가 바로 이 사람이다. 혜종은 9년 후인 921년에 정윤, 즉 황태자로 봉해졌다가 943년 아버지, 태조왕건의 뒤를 이어 많은 태자들을 제치고 황제로 등극하게 되는 인물이다. 물론 거기에는 훗날의 장화황후로 불리 우는 오씨의 눈부신 노력이 있었으나 일단 여기서는 너무 앞선 감이 있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오씨는 만족한 표정이다. 아이가 귀여운 듯 계속해 들여다보고 있다.
그 충만한 기쁨의 표정에서 디졸브.........
씬 7 왕건의 집 외경
씬 8 동 집 사랑
두 유씨와 왕식렴 형제,
유금필, 능산, 태평, 장수장 그리고 왕건이 함께 해
있다.
왕건이 막 서찰 보기를
끝냈다.
왕건 하늘이 도왔구먼. 산모와 아기 모두 무사하고, 집안도 편안하다니 다행이구먼. 모든 것이 다 하늘의 도우심이야.
왕식렴 감축드리옵니다, 형님.
왕신 감축드리옵니다.
두부인 감축드리옵니다, 서방님.
왕건 내가 축하를 받을 일이 아니오. 이것은 집안의 문제올시다. 사실 손을 잇는 것이 많이 늦었습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대를 잇게 해주시니 참으로 하늘이 고마울 밖에.....
유금필 아드님 이름을 지어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왕건 허허, 그래야겠지.
능산 생각해두신 것이 있사옵니까?
왕건 있기는 있었네만은.....
태평 이름이 무엇이옵니까?
왕건 허허, 나는 무(武)자를 쓰고 싶었네. 무 말일세.
모두들 무......?
수인 무슨 뜻이 있사옵니까?
왕건 그렇소이다. 저 백제국의 견훤왕은 자식들의 이름에 모두 검(劍)자를 붙였소이다. 나는 그것이 늘 참으로 대견해 보였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뛰어 넘는 이름을 붙이고 싶었어요. 무란 굳센 힘을 상징하는 것이오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나이의 힘 말이오. 무... 어떻소이까, 무...?
유씨 과연 그 의미가 참으로 깊사옵니다, 서방님.
왕식렴 과연 형님이시옵니다. 말씀만 들어도 힘이 나옵니다.
수인 정말 나주형님께서 참으로 큰 일을 해주셨사옵니다. 집안의 근심이 모두 눈 녹듯 녹아 버린 것 같사옵니다. 그 동안 말을 아니해서 그렇지 큰형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셨사옵니다.
유씨 허, 이 사람이 왜 또 나를 끌어들이는고? 이 집안의 여인치고 그런 걱정 안하는 사람이 누가 있었겠는가? 그건 그렇고, 이보게, 아우.
수인 예, 형님.
유씨 집안에 경사가 전해져 온 날일세. 잔치를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랫것들에게 일러 준비하도록 하게.
수인 예, 형님.
왕식렴 이보게, 장수장. 오늘 조촐하게 집안 사람들에게 한상 내리고 싶네 그려. 자네가 수하에 일러 푸짐히 준비좀 해보게나.
장수장 예, 공자님.
왕건 허허, 다시 생각해봐도 좋은 이름입니다. 무라, 무라........ 허허허...
씬 9 의형대 외경(밤)
씬 10 동 옥사 안
강장자가 눈을 크게 뜨고, 아지태를 보며 말하고
있다.
임춘길과 능달, 기전이
보고 있다.
강장자 밖에서 소식이 들어왔소이다. 아주 불길한 소식이올시다.
아지태 무엇이 말씀이오이까?
강장자 왕건이가 왔답니다. 와서 시중이 되었답니다. 북벌 계획이 중단되었고.....
아지태 뭐라고, 뭐가 중단돼?
강장자 그리고, 그 왕건이가 모든 세금을 감면하고 부역을 중지시키고 거기다가 법봉을 내려 받았답니다.
임춘길 법봉이 무엇이옵니까?
강장자 사람 죽이는 그 쇠방망이를 법봉이라고 한다 하더군. 황제가 늘 가지고 다니는 그 쇠방망이 말이야.
모두들 ..........(극도로 불안한 표정이다)
아지태 그럴리가요.....? 어떻게 황제의 쇠방망이를 왕건이가.....?
강장자 우리 사건을 지금 왕건이가 조사하고 있답니다. 내원에서 모든 것을 가져다가 다시 조사하고 있다는 거예요.
임춘길 아학사어른,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어렵게 되는 것이 아니옵니까?
아지태 (입술을 깨물며) 그럴 수는 없지. 절대로 그럴 수는 없어. 헌데, 뭐라 북벌을 중단해? 황제가 그것을 허락했단 말인가? 아니, 그리고 뭐라? 시중도 부족해서 모든 권력을 송두리째 내려 줘?
씬 11 황궁 어느 곳
종간과 은부가 보고 있다. 법당에서 그 도인이 단을 세우고 동남동녀를 늘어놓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
은부 내원어른, 과연 저 도인이 지난 번 그 설도인처럼 기적을 가져오겠사옵니까?
종간 도인들은 나름대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신비한 그들만의 세계가 있네. 북방의 태수가 추천을 하고 또 그 자신이 백두산에서 왔다 하니 믿어 볼 수밖에....
은부 폐하께는 말씀드렸사옵니까?
종간 (도리질) 잘못하면 역효과가 날까봐 아직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일세.
그들 둘이 그렇게 그곳을 벗어난다.
중문을 지나 전각 사이로 걸어가며 말한다.
은부 내원어른, 저는 이번에 왕시중의 일을 보니 도무지 모든 것이 혼란 투성이옵니다.
종간 뭐가 말인가?
은부 왕시중은 북벌 계획을 중단시키면서 백성들에 대한 구휼책을 내놓았사옵니다.
종간 그랬지.
은부 듣자하니, 세금을 파격적으로 감해주고 부역에 동원되는 것을 없앴다 하옵니다.
종간 그랬어.
은부 그런 조치가 발표되자, 성안밖의 모든 백성들이 춤을 추고 왕건이를 칭송했다 하옵니다.
종간 폐하이겠지, 왜 왕건이겠는가?
은부 왕건이었사옵니다. 왕건이 말이옵니다.
종간 ........?
은부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그런 일들은 황제폐하나 하실 수 있는 일들이옵니다. 어디 감히 시중이라는 자가 국가의 백년 목표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흔들어 놓사옵니까? 도저히 이해가 안가옵니다. 그토록 무서우신 폐하께오서 어째서 왕건이에게는 이렇게 많은 것을 양보하실 수가 있단 말이옵니까?
종간 ........... 폐하께서는 지금 지치신 게야. 뭔가 대변혁을 노리시고 계신 것 같네. 어쩌면 왕건이가 잘 왔는지도 몰라.
은부 예?
종간 폐하께서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시점에 와 계시네. 환후도 깊으시고, 북벌을 비롯하여 크게 추진하셨던 많은 일들이 수포로 돌아갔네. 사실 지금의 정국을 추스릴 사람은 왕건이 밖에는 없어.
은부 내원어른까지 그리 말씀하시니 참으로 당혹스럽사옵니다. 이렇게되면 왕건이는 만인의 추앙을 받는 실세 중에 가장 실세가 되는 것이 아니옵니까?
종간 (큰 한숨) 인정하기는 싫지만 사실일세. 허나, 말일세. 그렇다고 그것이 영원한 것이 아닐세. 이 종간이와 자네가 있는 한은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게야. 아니 그런가, 은장군? 절대로 그렇게는 못할 게야.
씬 12 황궁 대전
궁예가 생각에 잠겨 있다. 손은 자꾸 떨리고 있다.
최응이 말없이 보고 있다. 떨리는 손을 보다가 다시 그 손으로 경전을 넘긴다.
궁예 최응아?
최응 예, 폐하.
궁예 나는 말이다. 지난 날 스무권의 경전을 지어서 우매한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혹시 보았느냐?
최응 예, 폐하. 보았사옵니다.
궁예 나는 이 경전에서 신료들과 백성들이 다같이 제국의 길에 참여하고 다같이 나누고 다같이 복을 누리자고 하였다. 옴마니반메홈..... 옴마니반메홈.....옴마니반메홈을 외우면서 말이다.
감정이 복받치는 듯 궁예는 한숨을 쉬며 하늘을 본다.
궁예 헌데, 백성들은 게을러서 이 경전을 싫어하였다. 나는 몽둥이를 들었고, 혼을 내기 시작했지. 그러자, 마군이들이 나에게 달라붙었어. 마군이가 무엇인 줄 아느냐? 수도를 방해하는 모든 장애를 다 마군이라고 한단다.
최응 예, 폐하.
궁예 마군이들은 지금도 내 몸뚱이를 파먹고 있어. 그 석총이 놈은 죽지 않고 계속 내 옆에 붙어서 내 목숨을 달라고 하는 구나.
최응 ........(취한 궁예를 보고 있다)
궁예 어림도 없지. 이제 왕건아우가 왔단 말이다. 그 아우가 다 일으켜 줄 것이다. 모두다 말이다. 그리고, 제국의 길을 활짝 열 것이야. 그래서, 내가 그 법봉을 빌려주었다. 쇠방망이 말이다. 헌데, 말이다. 최응아?
최응 예, 폐하, 말씀하시오소서.
궁예 저 왕건시중이 대단하기는 참 대단해, 그렇지? (사이) 다른 사람들은 말만 꺼내도 내 관심법에 죽어 나갔어. 저 북벌 이야기 말이야. 헌데, 왕건이는 하루아침에 그걸 중지시켜 버렸어. (섭섭한 듯) 아주 중지를 시켰어. 그렇게 안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리 실패한 계획이라도 너무 일찍 자른 것 같아....
최응 .........(눈치만 본다)
궁예 백성들이 모두 좋아하였다고 했느냐? 그 북벌 훈련이 중단되고, 부역을 없앤 것 말이다?
최응 예, 폐하. 모두들 폐하께 칭송을 드리고 기뻐들 하였다 들었사옵니다.
궁예 그랬어?
그러나, 그런 궁예의 모습은 별로 달갑지가 않다.
쓸쓸해 보인다.
씬 13 황후전
연화가 생각에 잠겨 있다. 슬이, 제조, 진내관이 모여 있다.
연화 (끄떡이며) 백성들이 거리로 나와 춤을 추었다지?
진내관 예, 황후마마. 어찌 아니 그렇겠사옵니까? 많은 고통과 굶주림들이 해결되고 있사옵니다.
연화 맞는 말이네. 힘겨운 부역도 없어지고 배고픈 자들에게 곡식을 나누어주고 훈련마저 면해주었네.
제조 왕건시중의 이름이 거리마다 넘쳐난다 하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왕시중 이야기라 하옵니다.
연화 (한숨) 충분히 그럴 법한 일이다. 헌데, 아지태의 그 사건은 도대체 어찌 처리할 것인고?
슬이 왕건시중께서 맡으셨다하오니 기다려보시오소서. 절대로 황후마마께 아픈 일은 못하실 분이시옵니다.
연화 하지만....대역사건이 아니냐? 듣자하니, 폐하를 시해하려고 했다는 구나. 어떻게 이런 사건에서 무사히 빠져 나올 수가 있겠느냐? 아버님이 원망스럽구나. 참으로 원망스러워.....
씬 14 어느 들판 군영(낮)
군사들의 훈련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환선길, 이흔암, 홍유,
김락, 유금필, 능산, 복지겸, 왕식렴, 배현경, 천부장들이 군영 앞에서 웃고 있다.
그 앞으로 군사들의 대열이 오가는 것이 보인다.
환선길 이제 아주 봄날인 것 같습니다. 날씨도 따뜻하고 훈련 여건도 또한 넉넉한 것이 말이올시다.
이흔암 아, 왜 아니옵니까? 사실 그동안 말은 못했지만 북벌 이야기만 나오면 그냥 가슴이 덜컹덜컹 내려앉았사옵니다. 되는 것은 없지, 자꾸 하라고는 하지.....
배현경 그 심정 충분히 이해를 하오리다. 아, 오죽하면 우리는 자원을 하여 지금 시중이 되신 왕장군님 밑에 가있었겠습니까?
홍유 암요, 과부 심정 홀아비가 안다고 환장군과 이장군께서는 그동안 이곳에서 고생들 참 많으셨소이다.
김락 하하하, 그러길래 우리와 함께 전쟁터로 가실 것 그랬습니다.
복지겸 듣고보니 그렇습니다. 이 사람 또한 그동안 실속없는 병부령 자리에서 간이 많이 탔습니다. 허허허. 이제 마군장군으로 되돌아오니, 아주 날개를 단 것 같소이다.
모두들 하하하.......
환선길 (유금필에게) 아무튼 유장군과 거기 능산 장군, 감축드립니다. 왕건장군께서 시중을 맡으셨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우리 군도 활기를 띄게 되었습니다.
유금필 허허허, 왜 제가 감축을 받아야 하오이까?
이흔암 아니올시다. 받아야 마땅하지요. 여기 왕식렴공하고 모두들 우리 왕시중의 식구들이 아니오이까? 좋은 칭찬은 나누어 받아야지요, 암요.
능산 하하하하. 그렇게들 생각해주시니 저희가 오히려 민망합니다. 모두들 좋게 말씀하시니 어떻습니까? 오늘 훈련이 끝나고 소장이 한 잔 사겠소이다.
홍유 좋지요. 한 번 사보시오, 능산장군. 한 잔 마셔 봅시다.
모두들 와~ 웃는다.
그 웃음소리에서......
씬 15 유천궁의 집
씬 16 동 집 사랑
문신들이 모여 있다.
유천궁, 박지윤 부자와
원극유, 박질 들이다.
이들도 웃으며 다과를 들고 있다.
박지윤 세상이 모처럼 살 맛 나는 것 같습니다. 거리에 나가보면 금방 느낄 수가 있어요.
유천궁 그렇습니다.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 동안 신료들이나 백성들이나 참으로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맸지요.
원극유 헌데, 시중자리를 왕건장군에게 넘겨주셔서 아주 섭섭하시겠습니다?
박질 무슨 말씀을....? 그것도 시중 나름이지요. 내가 어디 재목이나 되었습니까? 지나가는 길에 잠시 앉으라 하니 앉았다가 일어난 것이지요.
모두들 하하하...
박수문 이번에 폐하께서 관심법 때 들고 다니시는 그 법봉이라는 것을 왕시중께 내린 것은 참으로 의외였사옵니다.
박수경 그러게 말이옵니다. 그야말로 그것은 황제폐하의 위엄과 대 미륵의 힘을 고스란히 맡긴다는 뜻이 아니옵니까?
박지윤 왜 아니겠니? 그만큼 강력한 시중이 된 것이지. 대단했어요. 참으로 대단했어. 아니 누가 감히 그 북벌 계획을 끌어내려서 중단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누가 말이예요?
유천궁 (끄떡이며) 허나, 좋은 일만 있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황제께서 과연 어디까지 양보를 하실 지 그게 문제가 아니겠소이까? 그렇게 많이 그리고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소이다.
박질 우선 발등의 불이 저 아지태 사건 아니겠습니까? 폐하께서는 아지태의 모반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씀하고 싶어하십니다.
원극유 그 위엄을 지키고 싶으신 것입니다. 더군다나 아지태의 일입니다. 가장 가까웠던 아지태였어요. 그걸 세상에 드러내고 싶으시겠습니까? (도리질하며) 이해가 갑니다. 암요...
씬 17 의형대 외경(석양)
씬 18 옥사 안(밤)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태평이 서있고, 군사들이 태평의 지시에 의해 아지태를 끌어낸다.
아지태 나를 어디로 데려 가는 것이냐? 그대는 태평이 아닌가? 나를 어디로 데려 가는 것이야?
태평 시중께서 계시는 시중부로 갑니다. 어서 뫼시어라!
강장자 이보시게, 이보시게.... 아,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보시게, 왕시중 좀 보자 해주시게. 이보시게.....
그러나, 태평과 아지태들은 그렇게 휑하니 옥사 밖
복도로 사라져버린다.
벙쪄서 바라보는 강장자의 그 위로 임춘길이 말한다.
임춘길 어떻게 된 일일까요? 왜 이 밤중에 아학사 어른만 데려가는 것일까요? 왕시중이 데려가는 것이 아닙니까?
강장자 그런 것 같네 그려.
씬 19 내원
종간이 놀라서 금대에게
묻고 있다.
종간 뭐라고? 이 밤중에 죄인인 아지태를 시중부로 데리고 갔어?
금대 예, 내원어른. 방금전 확인한 일이옵니다.
종간 아니, 왕건이가 왜 아지태만 몰래 이 밤중에 데리고 갔단 말인가? 좀 더 뒤를 알아보게.
금대 예, 내원어른.
종간 아지태만을 데리고 갔다. 왕건이가....?
씬 20 시중부 밖
태평과 군사들이 서 있다.
씬 21 동 시중 안
왕건과 아지태가 마주해
있다.
둘 다 녹녹치 않다.
아지태는 웃고 있다.
아지태 왕시중, 감축드리오이다. 드디어 시중자리에 오르셨습니다 그려.
왕건 ........ (그저 보고만 있고)
아지태 그러나, 그 자리보다 더 좋은 것이 옥좌올시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것인데 안타깝소이다, 허허허.
왕건 긴말은 하고 싶지 않소이다. 죄상은 이미 다 드러났고, 역모를 고변해 온 증인들에 이어서 구체적인 역모의 증거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소이다.
아지태 글세올시다. 법이라는 게 원래 갖은 자의 것이 아니오이까?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고.... 아니 그렇소이까?
왕건 (사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이다. 약간의 실수만 인정을 한다면 살려주겠소이다. 조용한 시골에 가서 살게 해 주겠다는 것이외다.
태평 ........?
아지태 하하하, 그래요? 거참 고맙소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실수를 인정하라는 것이오이까?
왕건 처음부터 북벌의 계획은 잘못되었으며 모두가 그대의 죄라는 것을 인정해주었으면 하오.
아지태 허, 그래요? 알겠소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모든 결과에 대한 것을 내가 뒤집어쓰고 폐하께서는 전혀 관계가 없으심을 증명하라 이런 말씀이 아니오?
왕건 그렇소이다.
아지태 (한참 생각한다) 그렇게는 아니되겠소이다.
왕건 아니되겠다?
아지태 이보시오, 왕시중. 내가 사리사욕으로 북벌을 추진한 줄 아시오? 나 또한 지금은 실성해 버린 저 폐하와 더불어 진정으로 대륙을 도모하고 싶었던 사람이오. 내가 지금 북벌이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면 다시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오. 그렇다면 이 아지태의 존재는 없소이다.
왕건 .........?
아지태 나는 적지 않은 공부를 했소이다. 그러면서 보았소이다. 이 삼한의 작은 땅덩어리에서 서로 물고 뜯는 것이 싫었소이다. 그러다가, 폐하를 만났소이다. 북벌이 잘못 되었다구? 그건 그렇지가 않아요. 잘못된 것은 폐하이지, 북벌이 아니라 그런 말이오, 왕시중.
왕건 다시 말하오. 지금 괴변을 계속 듣자는 것이 아니오. 내 제의를 받겠소이까, 말겠소이까?
아지태 ...(도리질).......?
왕건 철원을 떠나시오. 마지막 호의요. 그리고, 북벌에 관한 모든 잘못을 인정하시오. 역모의 죄는 묻지 않겠소이다. 더불어, 강장자와 순군부의 임춘길은 가볍게 다스릴 것이외다.
아지태 천만에...... 강장자고 임춘길이고 나는 그런 것들 중요하지 않아. 내가 중요한 것은 아지태라는 이 인간이 세상에 나와서 제가 하고싶었던 일을 하고 가느냐 못하고 가느냐 그것이오.
왕건 사람이 자신의 욕심을 다 이룰 수는 없는 법이오.
아지태 천만에.. 무료하게 백년을 사는 것보다 의미있는 하루가 중요한 것이오. 나 아지태는 그런 사람이오. 또 그렇게 죽기로 작정한 사람이오. 저 미쳐버린 황제를 감싸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모양인데... 쉽게는 아니될 것이야.
왕건 허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한 아니되오. 그렇게 안되면 당신은 죽어.
아지태 나는 안 죽어. 만약에 내가 죽는다면 그냥은 안 죽어. 당신과 함께 죽을 것이야. 아니, 당신은 물론이고 황제도 함께 갈 것이야. 또 있어. 황후도 죽게 될 것이고, 어린 태자들도 죽을 것이고.... 태봉이라는 이 나라 전체를 짊어지고 함께 불 속으로 들어갈 것이야.
왕건 지금 누구를 협박하는 겐가? 죽고 사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야. 결정은 그대에게 달렸어. 죽느냐, 사느냐....? 죽느냐, 사느냐 말이야! 수삼일 내에 이 사건을 종결지을 것이오. 그때 생사를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있소. 밖에 태평이 있는가?
태평 (E) 예, 시중어른. (문이 열린다)
왕건 죄인을 다시 끌고 가라.
태평 예.... 군사들은 무엇 하느냐? 죄인을 다시 끌고가 하옥하라.
군사들이 대답하며 아지태를 끌고 간다.
아지태가 가며 다시 소리친다.
아지태 나는 이대로 놓아주는 게 좋아. 북벌은 포기 못해. 절대로....
왕건 ..........!
태평 (조용히 다가와) 의외로 아지태의 저항이 완강하지 않사옵니까?
왕건 그러게 말일세. 그래도 나름대로 소신이 있고 글줄께나 읽었다는 사람일세. 저 정도의 고집은 당연한 것이겠지.
태평 만약에 끝까지 주군의 말을 듣지 아니하면,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왕건 마지막 방법을 써야겠지.
태평 예?
왕건 이 삼일 시간을 주었네. 기다려 보세. (길게 한숨을 쉰다)
씬 22 왕건의 집 외경
시끄럽다.
장수장과 가솔들이 몰려오는 사람들을 밀어내느라 정신이 없다.
장수장 오늘 시중께서는 일이 바빠 아직도 퇴청을 못하셨소이다. 돌아들 가시오.
사내1 먼 곳에서 왔소이다. 아, 중요한 선물을 가지고 왔소이다. 나는 송악 사람이예요.
장수장 송악에서 뭣하는 사람이오.
사내1 아, 왕시중께서 말씀드려서 작은 벼슬이라도 하나 하려고 왔소이다. 좀 만나게 해주시구료.
장수장 돌아가시오. 시중께서는 바쁘시오.
사내2 나도 좀 보게 해주시구료. 벌써 이틀째 이러고 있소이다. 나는 멀리 명주에서 태수어른의 심부름으로 온 사람이오. 이 비단 좀 받아주시구료. 벌써 이틀째요.... 이틀째요....
장수장 물러들 가라니까, 그러시네? 뭣들 하느냐, 모두 이 사람들을 밀어내라.
아우성이다.
사람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씬 23 동 집 사랑
두 유씨가 바느질을 하고 있다.
수인은 물끄러미 보고
있고, 바늘을 움직이던
유씨가 한숨을 짓는다.
수인 형님, 힘이 드시나 보옵니다?
유씨 힘은 무슨....
수인 말씀 안하셔도 아옵니다. 섭섭해서 그러시는 것이 아니옵니까?
유씨 섭섭하다니 뭐가?
수인 내가 낳은 아이의 옷은 짓지 못하고 나주형님의 아이 옷을 지으니 말이옵니다.
유씨 그게 무슨 말인가? 나주형님의 아이라니? 우리 모두의 아이일세.
수인 그렇기는 하옵니다만은 사실은 엄연히 우리가 낳은 아이는 아니지 않사옵니까?
유씨 그야.... 그렇기는 하네만은....
수인 (한숨) 허지만, 그 동안 아이가 없었던 것이 어디 형님이나 제 탓이옵니까? 하늘의 봐야 별을 딸 것이 아니옵니까?
유씨 호호호, 사람하고는....
수인 이제부터는 많은 기회를 찾아 보시오소서. 서방님께서는 조정에서 으뜸인 시중벼슬을 살고 계시옵니다. 이 철원에 한동안 계시지 않겠사옵니까? 그 기회를 놓치지 마시오소서.
유씨 그만 하세. 남 들을까 두렵네 그려.
수인 호호호, 뭘 그리 부끄러워하시옵니까? (하다가) 아기 옷이 아주 예뻐 보이옵니다. 어떻게 생겼을꼬? 참으로 보고 싶사옵니다.
씬 24 나주관아 외경(낮)
씬 25 동 관아 안
오씨가 앉아 아이를 어르고 있다.
그 옆에서 다련군이 보고 있다.
다련군 아이가 그렇게 건강하니 참으로 좋구나.
오씨 그러게 말이옵니다. 서방님을 꼭 닮았사옵니다.
다련군 그렇구나. 볼수록 그래. 아무튼 네가 왕씨 집안의 대를 잇는 제일 첫아이를 낳았다는 것이 기쁘구나. 이 애비가 재물 아끼지 않고 너를 위해 그동안 일해 온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오씨 헛되다니요, 아버님? 서방님께서는 지금 저 태봉국의 시중이십니다. 황제폐하 다음의 벼슬이옵니다. 뿌듯하지 않으시옵니까?
다련군 왜 아니 그렇겠느냐? 너는 시중의 부인이 되는 것이고, 나는 또한 시중의 장인이 되는 것이 아니냐? 하하하... 그래, 이럴 때 일수록 모두가 조심해야 한다. 경거망동을 해서는 아니되지.
오씨 이를 말이옵니까?
다련군 그나저나 이제 아이를 낳은지도 꽤 되었으니 그만 황도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오씨 황도라니요, 아버님? 거기는 왜 가옵니까?
다련군 왜라니? 왕시중이 그곳에 있지 않느냐?
오씨 (웃으며) 그렇다고 그곳을 따라 가옵니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옵니다.
다련군 그럴 때가 아니라니?
오씨 나라 사정이 좋지 않을 때에 시중으로 가셨사옵니다. 얼마나 더 그 자리에 계실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옵니다. 저는 이곳에 있다가 그 분의 사정을 살펴드려야 하옵니다. 그 시중자리, 결코 그리 오래 계시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그 때를 준비해야 하옵니다.
다련군 .........?
씬 26 동 관아 어느 곳
(회의실)
김언과 전이갑, 윤신달이 차를 마시고 있다.
윤신달 이거 이제는 무료해서 견디기가 어렵소이다.
전이갑 그러게 말입니다. 백제가 아주 이곳을 포기한 모양이옵니다. 전혀 움직임이 없어요.
김언 포기야 하였겠습니까만은 어쨌든 당분간은 전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윤신달 장수들에게 있어서 전쟁이 없다는 것은 못할 짓입니다. 위에 주청을 하여 다른 전선으로 보내달라고 해야겠소이다.
김언 하하하, 그렇게 하시지요. 그 위라는 곳이 어디겠소이까? 바로 왕건시중이 계시는 곳이 아닙니까?
전이갑 왜 아닙니까? 암요, 이제는 왕시중께서 말씀 한마디만 하시면 그것으로 다 끝이 나는 것이지요. 옛날의 시중들과는 다른다고 들었습니다.
김언 아, 다르다 마다요. 그야말로 왕건시중께서는 문무를 통달한 분이외다. 폐하께서 그걸 인정하시고 부르시어 전권을 맡기셨습니다.
윤신달 암요.... 북벌을 없앤 것을 보십시요. 부역도 없애고, 백성들을 구휼하는 것을 보세요. 역시 왕시중이십니다.
전이갑 윤장군께서 다른 전선으로 가실 요량이면 나도 함께 청해주시구료. 나도 지루한 것은 딱 질색이외다.
김언 허허, 이거 모두들 이곳 나주에서는 전쟁이 아주 끝난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끝난 것은 아니올시다. 견훤왕이 어떤 사람입니까? 지금은 저러고 있어서 절대로 포기할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고 말고요.
씬 27 백제 완산주 황궁
마당
문무신료들이 모두 들고
있다.
최승우, 능환, 능애, 추허조, 공직, 박영규, 김총, 지훤, 애술, 최필, 신덕들이 보인다. 그들 조당 쪽으로 향하면서.......
씬 28 동 황후전
박씨와 고비가 마주해
있다.
박씨 신료들을 또 부르셨다지?
고비 예, 황후마마.
박씨 한동안 조용하시더니 또 무슨 일이신고?
고비 다시 또 전쟁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사옵니다.
박씨 또? 그렇게 당하시고도 또?
고비 매번 당하시기만 하겠사옵니까? 이기기 위해서 회의를 하시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박씨 그런 소리 말게. 온 평생을 전쟁으로 살아 오셨네. 이제 곧 오십이 되시네. 도대체 그 전쟁 소리는 언제나 듣지 않을 수 있을꼬?
씬 29 동 조당 안
견훤과 모든 신료들이 함께 해 있다.
위에 열거한 인물들 외에 더 많은 장수들과 신검의 모습도 보인다.
견훤 그 동안 우리는 적지 않은 세월을 정중동으로 보내왔어. 그 부끄러운 금성전투 이후 우리는 울분을 다지고 또 다지면서 군비를 축적하고 전선을 다시 점검하였어. 허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오늘 그걸 의논하자고 모두들 불렀어.
추허조 신 추허조 아뢰옵니다.
견훤 말해보아.
추허조 폐하께오서는 그 금성에서 최선을 다하셨사옵니다만은 결과는 그렇게 좋지는 못하였사옵니다. 그것은 모두 신들이 폐하를 올바로 보필하지 못한 탓이옵니다.
견훤 아아, 뭐 그렇게까지 말할 것이 있는가? 다 짐이 부덕한 탓이야.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프고 참으로 답답해.
추허조 지금부터는 금성 일은 잠시 덮어 두시오소서. 더 많은 전선과 광활한 땅들이 폐하를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최승우 옳은 말이옵니다. 추장군의 말이 당연하옵니다. 폐하, 이제부터는 신라 쪽으로 눈을 돌리시오소서.
견훤 신라라...?
능애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이옵니다. 신라는 지금 지난 해에 왕이 바뀌고 김씨 대신 박씨 성의 왕이 앉았다 하옵니다. 이는 필시 나라 안의 사정이 복잡하다는 것이니 노려볼만 하옵니다.
공직 폐하, 신라의 전선은 지금 우리 백제와 태봉국에 좌우되고 있사옵니다. 이미 태봉국과는 전선이 일단락 되었으니, 신라로 가는 것은 당연하옵니다. 영을 내리시오소서, 폐하.
모두들 영을 내리시오소서, 폐하.
견훤 그래, 그래. 이제는 움직일 때가 되었어. 신라의 땅을 좀 더 도모한 뒤에 태봉을 다시 도리도록 해야겠어.
박영규 폐하, 하오나 태봉국 또한 나라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 하옵니다. 금성에 있던 왕건이 시중으로 갔다 하옵니다.
신덕 그러나, 왕건이가 시중이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태봉국이 언제 어디서 우리를 노리냐 하는 것이 중요하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볼 때 저 금성은 물론이고 아자개님께서 계시는 사벌주 또한 안심할 곳은 못되옵니다.
능환 그러하옵니다, 폐하. 신라의 전선도 중요하지만 저 사벌주를 저대로 두어서는 아니되옵니다. 모종의 결단이 필요할 때가 되었사옵니다.
견훤 아, 아, (손을 저으며) 그 사벌주 이야기는 왜 또 하는 게야? 그 얘기는 좀 덮어둬.
김총 신 김총아뢰옵니다. 이찬 어른의 말씀이 일리가 있사옵니다. 신라와 더불어 사벌주도 다시 도모하시오소서.
최필 그리하시오오서, 폐하. 사벌주를 저렇게 놓아두어서는 아니되옵니다.
지훤 신 또한 동감이옵니다.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애술 폐하, 사벌주는 신이 선봉을 서고 싶사옵니다. 신에게 영을 내려주시오소서, 폐하. 반드시 도모하겠사옵니다.
신검 아니되옵니다, 폐하. 사벌주를 도모하다니요? 그곳을 할바마마께서 계시는 곳이옵니다. 지금까지 잘 참아 오셨사옵니다. 이제와서 공격을 한다면 명분도 약하거니와 먼 장래를 보아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옵니다. 통촉하오소서, 폐하.
견훤 에잉...쯧쯧...맞아. 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사벌주 얘기는 그만 해. 아직은 때가 아니야. 신라의 전선이나 잘 연구들 해보세. 어디를 취하고 어디로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부터 세부적인 방향들을 만들어봐, 알겠는가?
신료들 예, 폐하......
견훤 서둘 것은 없어. 전쟁이란 서둘러서 되는 것이 아니야. 치밀한 전략 최선을 다하는 준비와 첩보에 달려 있어. 치밀하게들 준비해 봐. 침체되어 있는 우리 백제국에 신나는 승전보를 전해줄 수 있는 기가 막힌 전략 말이야.
신료들 망극하옵니다, 폐하.
씬 30 철원 황궁 외경
부감
씬 31 동 조당 밖
태봉국의 문무신료들이
모두 모여 있다.
황제와 황후의 자리가 비어 있고, 그 아래로 왕건이 서 있다.
왕건 옆으로 태평과 군사들이 서있다.
태평의 앞에는 그 법봉이 놓여 있다.
그리고, 또 그 앞으로 아지태와 강장자, 임춘길,
능달, 기전이 대령해 있고, 입전, 신방이 증인으로
나와 있다. 길게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E) 황제폐하, 납시오.
사람들이 갈라서며 그 사이로 궁예와 연화가 상궁 나인들을 대동하고 오고 있다.
그리고, 아지태를 한 번 본 후 서서히 그 앞을 지나쳐 자신의 자리에 가 앉는다. 한동안 좌중을 돌아본다. 모두들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다.
궁예 (하늘을 보며) 오늘 참 날씨 한 번 화창하구료. 이보시오, 왕시중.
왕건 예, 폐하.
궁예 보시오, 날이 얼마나 좋은가? 하필이면 이런 날 역모 사건이니 뭐니 모두들 모이게 하였으니 딱하게 되었구료.
모두들 .....
궁예 그래, 결론은 났소이까, 왕시중?
왕건 예, 폐하. 이미 조사가 끝나 오늘 폐하를 뫼시고 그 전모를 공표하고 그에 상응하는 법을 펴려 하옵니다.
궁예 암,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이야. 참, 법봉은 갖고 계시는가?
왕건 예, 폐하. 여기 뫼셔 놓았사옵니다.
궁예 허면, 시작하오.
왕건 예, 폐하.
왕건이 돌아선다.
또, 긴장된 침묵이 흐른다. 강장자는 어쩔 줄 모르고, 연화를 보았다가 궁예를
보았다가 왕건을 본다.
초조한 것이다.
그러나, 아지태는 똑바로 왕건만을 보고 있다.
아무도 묶여 있는 이는 없다.
왕건 폐하께서 납시셨느니라 이미 조사는 끝났고, 죄인들의 죄는 모두 여기에 수록되어 있느니라. 평결을 내리기 전에 죄인들에게 자복할 기회를 줄 것이니라. 자, 말하라.
아지태들 .........
왕건 아지태는 말하라. 이것이 역모사건인가, 아닌가? 아니면, 그대가 북벌 계획을 잘못 시행하여 폐하를 욕되게 하고 나라에 근심을 끼치다 못해 다른 사람들이 그대를 모함한 것인가?
입전,신방 .........?(당황하고)
궁예 ........(만족한다, 끄떡인다)
왕건 역모사건이라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할 말이 있으면 하라.
아지태 폐하, 신 아지태가 한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궁예 말하라.
아지태 분명히 말씀드리옵니다. 이번 일은 신과 폐하를 갈라놓기 위하여 꾸민 저 왕건이의 모함이옵니다.
궁예 모함이라? 모함...? 왕시중이 말인가?
아지태 그렇사옵니다. 처음부터 이번 사건은 폐하께서 주관하셨어야 했사옵니다.
궁예 ..........
아지태 이 일은 북벌 때문에 빚어진 일이 맞사옵니다. 그것은 소신과 폐하께서 사력을 다해 이룬 일이옵니다. 북벌은 잘 될 수 있었사옵니다. 허나, 모두들 처음부터 아니된다고 반대만 하였사옵니다.
궁예 .......?
아지태 하나같이 일이 잘못되기만 모두들 기다렸사옵니다. 왜 그런지 아시옵니까? 저들이 바로 모반을 꾀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종간 .........허허, 저런......
왕건 닥치지 못할까? 어디서 그런 궤변을 늘어놓는고.....
아지태 저 왕건이를 믿으시오이까, 폐하? 저 자는 요망한 중 도선이 예언한 말을 믿고 폐하의 자리를 탐내고 있는 자이옵니다.
신료들 .......?
종간 .........?
아지태 그렇사옵니다. 여기 강장자는 내게 와서 어린 두 태자를 보위에 올려 달라고 했사옵니다.
강장자 아니, 저, 저 내가 언제....아이구, 폐하.....그런 일이 없사옵니다.
궁예 (표정이 굳어진다).........?
연화 ........?
아지태 이미 저 왕건이와 이야기가 다 되어있다고 하였사옵니다.
궁예 계속 해보라.
아지태 지난번에 변을 당하신 것도 그리고 지금 그렇게 독주가 아니시면 견디지 못하시는 것도 다 왕건이 짓이옵니다. 그때 좀더 살폈으면 내원께서는 전모를 밝힐 수 있었사옵니다.
종간 ......(당황한다)
아지태 이 아지태는 폐하와 더불어 오로지 북벌밖에는 모르는 사람이옵니다. 통촉하시오소서, 폐하. 그리고, 속지마시오소서, 폐하.
궁예 ........(흔들린다, 왕건을 본다) 할 말 있으면 더 해보라.
왕건 폐하, 역시 이 자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자이옵니다. 은혜를 베풀지 마시오소서. 지금 살아 남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있사옵니다.
아지태 아니옵니다, 폐하. 드릴 말씀이 더 있사옵니다.
궁예 .......(사이) 계속 하라.
아지태 신은 저 대륙을 도모하는 것이 꿈이었사옵니다. 그 때문에 폐하를 만나 뵈었고 제 꿈이 시작되었사옵니다. 허나, 그 꿈이 점점 무너져갔사옵니다. 폐하를 수없이 원망도 했사옵니다.
궁예 본론만 말하라.
아지태 신은 목숨을 구걸하고 싶은 것이 아니옵니다. 신이 배운 학문과 경륜을 다 쏟아 부어 북쪽에 제국을 건설하고 싶었사옵니다. 지금 저들이 이것을 막고 있사옵니다. 속지마시오소서. 왕건이가 바로 반역자이옵니다. 왕건이가 반역자인 가장 확실한 증거를 말씀드리겠사옵니다.
궁예 말하라.
아지태 지금 그 옆에 계시는 황후마마는 바로 저 왕건이의 정혼녀였사옵니다.
모두들 ......... (충격이다)
아지태 저 비겁한 왕건이는 자신의 정혼녀를 내주면서 혼자만의 입신을 도모했사옵니다. 그리고, 오늘날 시중이 되었사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북벌을 망치게 하고 역모를 꾀한 것이옵니다. 왜, 강장자는 어린 두 태자들을 밀어 올리며 보위를 탐내었는지 생각해 보실 일이옵니다.
왕건 네 이놈..... 그 더러운 입을 닥치지 못할까? 어디서 누굴 모함하는고?
강장자 아이고, 아이고...... 이런 물귀신을 보았는가? 이런 세상에....폐하 믿지 마시오소서, 폐하......... 억울하옵니다.
장내는 바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연화는 떨고 있다.
신료들도 모두 사색이 되었다. 그 시선들이 모두 궁예에게 가 있다.
궁예 더 할 말이 남아 있느냐?
아지태 폐하, 속지 마시오소서. 저들이 결국 폐하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이옵니다. 신에게 북벌을 계속하게 해주시오소서. 할 말은 그것뿐이옵니다.
궁예 (잠시 눈을 감고 있다, 관심법이다)....... 북벌을 계속하게 해달라? 북벌이라.....북벌이라.....좋은 말이지.
아지태 그렇사옵니다, 폐하. 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오소서. 신을 앞세우시면 폐하께서 이루실 수 있사옵니다. 저 간신들을 물리치시고 신의 말씀을 들어주시오소서.
궁예는 아지태를 그렇게
한동안 보다가 왕건을 본다. 그리고, 다시 연화를 본다. 그렇게 뚫어져라 한참을 본다. 연화는 여전히 떨고 있다. 다시 또 눈을 감고 관심법을 한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궁예 이보시게, 왕시중.
왕건 예, 폐하.
궁예 아지태의 자복이 끝났네 그려. 왕시중이 맡은 사건이니 평결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모두들 ........ (그 면면들이 지나간다)
궁예 아, 무엇 하는가? 거기 법봉이 있네 그려. 위엄을 세우게나.
왕건 예, 폐하. (한참만에 결심한다) 죄인은 듣거라.
아지태 ........?
왕건 죄인은 분명 대역을 꾀하였다. 폐하께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에게 은혜를 베풀려 하시었다. 그러나, 이제 그럴 가치가 없음을 네 스스로 증명하였다.
모두들 .........(그 면면들이 지나친다)
왕건 소원대로 될 것이다. 너는 스스로 반역을 꾀하고 그 계획을 짰으며 또한 사람들을 포섭하려 하였다. 어디 그 뿐이랴? 군신간을 이간질 시키고 황후마마를 욕보이려 하였다. 이미 살기를 포기하고 많은 죄 없는 이들을 함께 죽음 속에 끌어들이려 하였으니, 이 얼마나 또한 참담한 죄인가? 시중부의 태평은 듣거라.
태평 예,
왕건 죄인 아지태의 목숨을 거둘 것이니라.
아지태 ........
모두들 ........
왕건 이 자리에서 즉결 처형하라.
<101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