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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14
S#1. 쌍리 앞 (밤)
리온 : (가게 문을 열고 나오며) 옷 갈아입고 내려오라고 했더니, 어디로 간 거야? 대체. (뜰로 내려오는데)
도현 : (E) 남은 2개월 동안만 제가...
리온 : ! (순간 멈칫 서고)
도현 : (E) 남자면 안 되겠습니까?
리온 : !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는데서)
S#2. 쌍리 / 뒤뜰 (13부 70씬에서 연결)
긴장된 표정으로 도현을 바라보고 있는 리진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리진을 바라보고 있는 도현.
리진 : (긴장된 숨을 꿀꺽 삼키고) 계약서 1조 1항, 을은 갑을 비롯한 다른 인격들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도현 : (리진을 향해 다가오며) 그럼 명시된 위약금을 지불하고, 제가 계약을 위반하겠습니다.
리진 : (떨려서 뒷걸음치며) 뭐....뭐하려는 거예요?
도현 : (다가가며) 미리 입을 맞춰놔야 한다면서요.
리진 : (떨려서 뒷걸음치며) 아니, 그건, 그런 뜻이 아니지, 내 말은,
도현 : (다가가다가 어쩐 일인지 멈칫 선다)
리진 : ? (해서 도현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타다 만 민서연의 사진!
도현 : (주저앉아 사진을 주워서 보고는 충격으로 멍해지는 표정)
리진 : 왜....그래요?
도현 : 이 사진이....이 사진이 대체 왜 여기에....
리진 :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도현 : (멍....한 채로) 제 호적상의 어머니이십니다.
리진 : !!! (보고)
의문과 혼란으로 흔들리는 도현.
그런 도현을 옆에서 바라보는 리진! (13부 엔딩점)
리온 : (E) 그 사진 제겁니다.
도,리 : !!! (보면)
리온 : (담담한 표정으로 다가와 서며) 그 사진...제꺼라구요.
도현 : (의혹이 담긴 눈빛이 흔들리며, 리온을 바라보고)
리진 : (멍해져서) 리온이 니가....왜 차도현씨 어머니 사진을....
리온 : (담담히 도현을 바라보는데서)
S#3. 서태임의 저택 / 와인창고 (밤)
신화란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계단에 걸터앉아 와인을 마시며 지하실을 바라보고 있다. 그 위로,
도현(E) : 예전에 승진가 저택에 제 또래 아이가 있었나요?
S#4. 플래시백 (13부 54씬)
신화란 : (급 당황) 뭐? 아, 아이? (눈빛이 흔들리며) 그 집에 아이는 너 하나였어. 다른 아이가 어떻게 있어.
도현 : (OL) 어머니께서 그 아이를 찾고 있다는 거 다 알고 왔습니다.
신화란 : !!! (경악하는 위로)
도현 : 대체 그 아이가 누구의 아입니까?
신화란 : (하얗게 질린 채로) 나, 나는 모른다니까?
도현 : 그럼, 아버지가 저를 학대한 이유는 뭡니까?
신화란 : !!! (경악) 무, 무슨 소리야? (펄쩍 뛰며) 얘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빠가 널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도현 : (OL) 그럼 제가 아닌 그 아이한테는요? 친절하셨나요?
신화란 : (얼른) 물론이지! 걔한테도 무지 잘했지! 워낙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어, 니 아빠가.
S#5. 서태임의 저택 / 와인창고 (밤)
신화란 : !!!! (그제야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경악하는) 미쳤어. 미쳤어. 아이는 없는데 아이한테 무지 잘했다니.
내가 돌아 진짜. (퍼뜩) 설마...눈치 못 챘겠지? 못 챘을 거야. 챘으면 당장에 물어봤겠지.....
신화란 불안하게 눈빛 흔들리다가 이내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의 단축키를 누른다.
신화란 : (착신되면, 초조한 마음에 앙칼지게 꽥)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대체! 착수금 가져간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애 하나를 못 찾아! 돈을 받아 처먹었으면 돈값을 해야 될 거 아니야, 돈값을!!!!
사내 : (F) 걱정 마십시오. 거의 근접했습니다.
신화란 : 근접했단 지가 언제야 벌써! 근접이란 말 뜻 몰라?
사내 : (F) 저택에 화재가 있던 날 밤, 아이를 데려간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습니다. 찾는 건 시간문젭니다.
신화란 : !!! (긴장하는 표정에서)
S#6.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밤)
서태임, 애증이 서린 눈빛으로 차건호 회장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서있다. 그 위로,
도현 : (E-12부 59씬) 제 마음이 왜 산산조각이 나야만 했는지, 그 조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찾을 생각입니다.
서태임 : ......(승진가의 추악한 과거사가 드러날까 불안해지는데)
이때 벌컥 문이 열리며 신화란이 사나운 기세로 들어선다.
신화란 : 이게 다 어머님 때문이에요! 우리 도현이가 변한 건 다 어머님 때문이라구요!
서태임 : (술 냄새에 두 눈 감으며 고개 돌리고) 나가. 도현이 따라 미국 나가 살아.
거기서 술을 마시든, 노래를 부르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신화란 : 조금만 살갑게 대해주셨으면 좋았잖아요. 손주대접, 사람대접 해줬으면 좋았잖아요!
그랬으면 우리 도현이 지금처럼 안 변했어요! 엄말 협박하고, 지 아버질 위협하고, 그렇게 안 변했을 거라구요!
서태임 : 술 냄새 풍기지 말고 나가. 아직 할 말 남았어?
신화란 : 민서연 그 여자랑 이혼 결심하고 집 나와 떠돌 때, 준표씨 붙잡은 거 저예요. 어머님 아들 이 세상 뜰 작정으로 방황할 때,
이승에 붙잡아 둔 게 저라구요!
서태임 : 그 역사 말고는 내세울게 없어? 도대체 언제까지 울겨먹을 생각이야!
신화란 : 도현이가 저지른 일이 정 용서가 안 되시거든, 저한테 보은한 셈 치세요.
그이 저 아니었으면 그때 이미 죽고 없는 사람이니까.
서태임 : (한심하고)
신화란 : 어머님이 뭘 어쩌셔도 바꿀 수 없는 게 있어요. 우리 도현이가 준표씨의 유일한 혈육이라는 거.
아무리 세상이 열두 번 변해도 그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도현이 다시 불러들이세요!
애 더 망가지기 전에 당장이요, 당장!!!!
서태임 : (골치를 싸잡으며 의자에 털썩 앉는 위로)
도현 : (E) 말씀해보세요.
S#7. 쌍리 / 뒤뜰 (밤)
도현 : 이 사진이 왜 오리온씨 건지.
리온 : ......(다가와 도현의 손에서 사진을 뺏으며, 피식) 이렇게 들키게 될지는 몰랐네요.
도현 : 뭘 말입니까?
리온 : 죄송하게 됐습니다. 실은 제가 재벌가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를 준비 중이었는데, 승진그룹의 가족사를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리진 : (저도 모르게 도현에게 꾸벅) 죄송합니다.
리온 : 리진이에게 들켜 파렴치한 취급 받고, 포기한다는 의미로 그간 모은 자료를 전부 태웠는데,
이렇게 증거가 남게 될지 몰랐습니다.
도현 : (의혹의 눈길로 보며) 사실입니까?
리온 : 그럼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도현 : 정말...그게 전부입니까?
리온 : 뭐라 변명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도현 : ......(의혹의 눈길 거두지 않고 보다가) 잠깐 저랑 얘기 좀 하시죠. (먼저 가고)
리온 : ......(보다가, 따르려는데)
리진 : (리온을 잡으며, 소리죽여 잡아먹을 듯이) 야, 너 진짜, 남의 가족사를,
리온 : (OL) 따라올 생각하지 마. (리진의 손 잡아떼고는 가고)
리진 :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보다가 따라가는)
S#8. 리온의 방문 앞 (밤)
리진 사지를 방문에 딱 붙인 채 ‘뭐라도 들릴래나...’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잘 안 들리는지 안타까운 표정.
S#9. 쌍리 / 리온의 방 (밤)
마주보며 서서 이야기 중인 도현과 리온.
도현 : (경계심을 품은 채) 승진가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뭡니까.
리온 : 작가적 호기심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도현 : 저희 집안의 가족사 어느 부분이 그렇게 작가적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습니까.
리온 : 차도현씨. (그만 하자고)
도현 : 어느 부분에 그렇게 흥미를 가지셨습니까.
리온 : ......(보다가) 차도현씨의 친부인 차준표씨와, 호적상 어머니인 민서연씨, 그리고 생모인 신화란씨 사이에 얽힌 서사입니다.
도현 : ......! 그래서....뭘 알아내셨습니까.
리온 : 중도에 포기했습니다. 하도 베일에 싸여있어서.
도현 : 흥미를 가진 이유가 뭡니까.
리온 : (한숨 내쉬며) 그만 하죠 이제. 집필 안 합니다. 고로 출판도 안 합니다. 그러니까....없었던 일로 해주세요. (방문으로 향하고)
도현 : (의혹의 눈길 거두지 않고 보며) ...
S#10. 리온의 방문 앞 (밤)
방문이 열림과 동시에 나가떨어질 뻔하는 리진.
리진 : (얼른 추스르고, 따라가며) 야, 너 무슨 말 했어?
리온 : (대답 없이, 리진을 옆으로 치우고는 굳은 표정으로 가고)
도현 : (뒤이어 나와, 리진을 옆으로 치우고 리온을 쫓으며) 잠깐만요, 오리온씨. 제 말 아직 안 끝났습니다. 잠깐만요.
리진 : 뭐, 뭐야. 나 지금 두 남자한테 버림받은 거야? 허! (황당한)
S#11. 쌍리 홀 (밤)
리온, 굳은 표정으로 걸어 나오다가 그대로 오대오에게 귀를 잡힌다.
리온 : 아아아아아! 아빠! 아부지!
도현 : (뒤이어 나오며) 오리온씨 잠깐만, (하다가 역시 그대로 오대오에게 귀를 잡힌다) 아아아아---!
오대오 : (두 남자의 귀를 양손으로 잡고 서서) 이것들이 근데, 오늘 단체석 손님이 두 팀이라,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국이구만, 어디서 농땡이야!
리진 : (뒤이어 나오다가, 보고, 놀라) 아빠! 뼈대 없는 집안처럼 왜 이래, 손님한테? 알바들 있잖아, 알바들.
오대오 : (OL, 두 남자 끌고 가며, 두 남자는 아아아...신음) 아, 어제 명절 휴가 보냈잖아! 그리고, 친구가 손님이야?
리진이 너도 주방 가서 엄마 좀 돕고, 페리도 온 김에 손 좀 보태!
리진 : (말리려 따라가며) 아빠! 아빠!
S#12. 쌍리 일각 (밤)
도현과 리온, 힙합가수들처럼 머리에 수건 두르고, 목욕탕 의자 위에 앉아 양파를 까고 있다.
진지한 대화 내용에 비해 심히 짜친 모습. 그러나 표정과 말투만큼은 메소드급.
도현 : 그럼, 지하실의 아이도, 승진가와 관련이 있습니까?
리온 : (양파를 까던 손이 멈칫) 무슨....의밉니까?
도현 : 승진가의 아들인 저를....모티브로 삼은 게 아닙니까?
리온 : (영문을 몰라, 보며)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도현 : 저 역시....지하실 공포증이 있기 때문입니다.
리온 : ......! (양파가 매워서 눈물을 주욱 흘리며) 모, 몰랐던 사실입니다.
도현 : (눈물 고이며) 정말입니까?
리온 : (눈가 붉어지며) 정말입니다.
붉어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데, 두 사람의 뒤통수를 팍 치는 손!
악, 뒤통수 감싸 쥐고 돌아보면,
오대오 : 이 자식들이 여태 양파를 까고 있으면 어떡해! 손님상에 올릴 오리는 언제 잡아 올 거야!
S#13. 쌍리 뜰 일각 (밤)
품에 오리 한 마리씩을 안고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도현과 리온.
몹시 서정적인 모습이지만, 역시 표정과 말투는 메소드급.
도현 : 그럼 지하실의 아이는 어디서 모티브를 삼은 겁니까?
리온 : 차도현씨. (그만 좀 하자고)
도현 : 혹시, 오리진씨와 오리온씨의 이야기입니까?
리온 : (멈칫 서는)
도현 : (함께 멈추고 보며) 오리진씨에게도 지하실 공포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리온씨도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그 소설은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까?
리온 : (보고) ......
도현 : (보는데) ......
오대오 : (매의 눈으로 발견하고 다가오며) 이 자식들이, 멜러 찍냐? 멜러 찍어? 오리 구울 장작은 언제 팰 거야!!!
S#14. 쌍리 / 뒤뜰 (밤)
퍽!! 내려쳐지는 도끼와 함께 정확히 두 쪽으로 갈라지는 장작! 도현이었고.
도끼를 쥐고 나란히 서서 장작을 패고 있는 도현과 리온.
심히 변강쇠스러운 모습이지만, 표정과 말투는 메소드급.
리온 : 맞습니다. 지하실의 아이는, 저와 리진이의 어린 시절에서 모티브를 따온 소설입니다.
도현 : ......(보다가) 그럼....두 사람은 친 남매가 아니시군요.
리온 : ......! (보면)
도현 : (보며) 남자 아이가 지하실을 무서워했던 이유는.... 사랑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리온 : (보고)......!
도현 : (보며)......
오대오 : (지나가다 매의 눈으로 보고, 다가와 두 사람 머리를 맞부딪히며/도현과 리온은 아파서 아!)
이 자식들이 오늘 하루 종일 멜러를 찍네? (버럭) 아, 장작을 팼으면 옮겨놔야 될 거 아니야!
S#15. 쌍리 / 앞뜰 (밤)
장작이 쌓인 지게를 지고 막대기로 땅을 짚으며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도현과 리온.
심히 머슴스러운 모습이지만, 표정과 말투는.
도현 : 그래서, 오리진씨가 지하실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찾았(습니까?),
리온 : (OL, 기어이 터지며 버럭) 아, 그만 좀 하세욧!
도현 : ! (움찔)
리온 : 보자보자 하니까 끝이 없네 끝이 없어. 뭐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요! 나한테 관심 있어요?
(하고는, 앞서 걸어가며, 중얼중얼) 쯧! 요나가 괜히 나온 게 아냐 괜히....
도현 : (쩝... 따라가는 데서)
S#16. 쌍리 외경 (밤)
문 앞에 ‘Closed’ 팻말이 걸려있고. 그 위로,
일동 : (E)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17. 쌍리 홀 (밤)
쌍리가족들 건배한 술잔을 쭈욱 들이켜고 있고, 도현은 먹는 시늉만.
일동 : (동시에) 캬~ (하고는, 술잔도 동시에 탕! 내려놓는)
오대오 : 페리 오늘 수고 많았다.
지순영 : 그르게. 오늘 페리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어. 일도 어찌나 꼼꼼하게 잘하는지, 당장 아들 삼고 싶더라니까, 하하하하!
오대오 : 그르게 말이야. 리온이 전석(저 녀석)은 백 트럭을 갖다 준대도, 트럭이나 탐이 날까, 노 땡큔데 말이야. 하하하하!
리온 : (발끈해서) 아버지, 아무리 농담이래도 그렇지, 그게 지금 아들한테 할 소리예요!
오대오 : (웃으며) 응. (하고는, 지갑에서 오만 원 권 네댓 장 꺼내 척 내밀며) 페리 오늘 고생 많았다. 용돈 써.
도현 : !!! (당황해서 손까지 저으며)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오대오 : 받아 인마, 아버지가 주면 받는 거야.
도현 : (아버지? 멍해져서 보면)
리온 : (받으라고 툭 치는)
도현 : (어쩔 수 없이 받으며) 감사합니다....
오대오 : 짜식...좋으면서 괜히....
도현 : (손에 쥔 용돈을 보는데, 좋다, 미소가 생기며, 왠지 찡...해진다)
리진 : ......(그런 도현을 보며, 짠해지고)
리온 : ......(언제부턴가 그런 리진을 바라보고 있는데)
오대오 : (맥주 마시다가 급 생각난 듯) 야, 새해 기념으로다가 사진 한 방 박자.
셀카봉 가져와봐. 얼굴 좀 작게 나오게 1미터짜리로다가.
리온 : 그런 셀카봉이 어딨어요? 그게 셀카봉이에요, 낚싯대지?
오대오 : 이 자식은 무슨 말을 못하게 해.
리진 : (OL) 자자, (휴대폰 카메라 꺼내들고, 와이드 셀프 샷으로 양옆을 조정하고는) 여기 보세요, 찍습니다.
오,리온 : (티격태격하다가, 얼른 카메라를 보며, 급방긋하고)
리진 : (어색한 도현의 표정을 보고) 아, 차도현씨 좀 웃으세요. 어디 상갓집 왔어요?
도현 :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향해 어색하게 미소 지으면)
리진 : 기억하세요. 2015년. 2월 19일. 우리가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
일동 닭살 돋는다는 듯이, 아으으으으--- 몸서리치는 순간, 찰칵하고 사진이 찍힌다.
“야, 지금 찍으면 어떡해!” “가져와봐, 확인해 보게”
사진을 확인해보고는 “으아아아— 다시 찍어, 다시!” 항의하는 가족들.
다시 사진을 찍는 리진.
이하, 찰칵찰칵 다양하게 찍히는 가족들의 모습들.
때론 엽기적이고, 때론 패션모델들처럼 허세 쩔고, 때론 스냅사진처럼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들이 차례로 카메라에 담긴다.
함께하는 도현의 표정도 점점 밝아진다.
S#18. 쌍리 뜰 (밤)
리나가 밤하늘에 뜬 달을 향해 아오오오~~ 짓는다. (또는 졸다가 퍼뜩 깬다. 등등... 어쨌든 브릿지 씬으로 한 컷)
S#19. 쌍리 홀 (밤)
빈 맥주잔이 테이블 위에 늘어 서있고, 지순영, 도현을 빼고는 모두들 알딸딸하게 취했다.
오대오가 제일 많이 취했고,
아버지 대작해주느라 함께 취한 리진,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몸을 흔들흔들하고 있다.
오대오 : (혀 약간 꼬인) 페리 너 인마, 왜 아버지가 뽑은 맥주 안 마셔. (시비 걸 듯) 맛이 없다 이거야? 질이 떨어진다 이거야?
도현 : (당황해서)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지순영 : 그래에, 한 모금 마셔봐. (한 잔 마셔주고 빨리 끝내라고, 도현에게 찡긋찡긋 눈짓하며) 비행기에선 잘 마셨다며.
도현 : (난처한) 아니 제가 주사가 좀 있어서... 혹시라도 분위기 망칠까봐.
리온 : 그러지 말고 한 잔 해요? (아버지 쪽 눈짓하며, 얼른 끝내자고) 노동 후에 마시는 맥주가 얼마나 꿀맛인데요.
도현 : 아니, 정말 저한테 사정이 좀 있어서,
리진 : (OL, 벌떡 일어나며, 투사처럼) 내 남자 좀 그만 괴롭히라고 다들!!!!
지순영 : !!! (내 남자? 경악하며 리진을 보고)
오대오 : !!! (내 남자? 술이 팍 깨서 리진을 보고)
리온 : !!!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도현 : !!! (당황스럽고)
리진 : (민족투사처럼) 내 남자가 싫다잖아! 안 마시겠다잖아! 이 나라는 자유도 없나? 인권도 없어?
민주주의가 살아있긴 한 거냐고!
오대오 : !!! (술이 팍 깨서) 저 금사빠가 지금, 우리 앞에서 커밍아웃한 거야?
리온 : (얼른 잡아 앉히며) 씨스털? 부모 앞에서 술주정하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
리진 : (도현을 툭툭 치며) 마이 맨? 돈 워리. 내가 블랙로즈, 그니까 뭐냐, 응. 그렇지. 흑장미 해줄게.
(하더니, 도현 앞에 놓인 맥주잔을 들어 벌컥벌컥 마신다)
일동 : !!! (헉해서 보고)
리진, 다 마신 잔을 호기롭게 탕! 내려놓고는 씨익— 웃더니, 그대로 이마를 테이블 위로 쾅! 찧으며 쓰러진다.
지순영 : (헐...해서 보고 있다가) 나갔네. 퓨즈 나갔어. 저게 아버지 대작해주느라 고생했다.
(누구에게랄 것 없이) 데려다가 좀 눕혀.
순간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리진의 팔을 하나씩 잡는 도현과 리온!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친다.
리온 : 제가 업겠습니다.
도현 : 아닙니다. 저 때문에 생긴 일이니 제가 하겠습니다.
리온 : 됐습니다. 제가,
오대오 : 아니, 전석들이 아까부터 왜 저래? (일어나 리진 앞으로 오며) 아, 저리들 가. 내가 업어, 내가.
(하며 리진을 업다가 그대로 바닥에 넙치처럼 깔리는) 얘가 생각보다 무게가....
지순영 : (한심하게 보다가) 니 아빠도 옮겨!
S#20. 쌍리 / 리진의 방 (밤)
결국 리온이 리진을 업고 들어온다.
뒤따라 들어오는 도현, 침대의 이불을 젖혀준다.
리온 그런 도현을 힐끔 봤다가, 리진을 침대 위에 내려놓는다.
도현 리진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덮어주며 잠든 리진을 바라보는 도현. 그 위로,
리진 : (E) 내 남자 좀 그만 괴롭히라고 다들!!!!
도현 : ......(피식 미소가 생기는데)
리온 : (보고 있다가, 불을 탁 꺼버린다) 나오세요. 엄마가 제 방에 이불 깔아놨네요.
(하며, 어서 나오라는 듯, 발로 방문을 활짝 연다)
S#21. 쌍리 / 리온의 방 (밤)
도현 샤워를 끝내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들어온다.
침대 위에서 스탠드 켜놓고 책을 읽고 있던 리온, 불을 탁 끄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등 돌려 눕는다.
바닥에는 도현을 위한 이불이 깔려있다.
도현 : (보다가) 오리온씨.
리온 : 잡니다.
도현 : 고맙습니다.
리온 : ......(가만 눈을 뜬다)
도현 : 오리온씨 덕분에 좋은 분들, 좋은 사람, 좋은 친구... 만날 수 있었습니다.
리온 : 좋은 친구가 나를 말하는 거라면....잘못 보셨습니다. 나...차도현씨한테 좋은 친구 아니에요. (실은 연적이지)
도현 : (보며) .....
리온 : 나쁜 친구라도 괜찮다면....해드리겠습니다, 친구.
도현 : ......(보며 서서히 미소)
S#22. 쌍리 / 리진의 방 (새벽)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리진. 반대로 몸을 뒤집다가 그대로 바닥에 쿵 떨어진다.
주섬주섬 일어나 침대 위로 다시 기어 올라가려다가 멈칫하는 리진. 그 위로 떠오르는,
(F.C) 내 남자가 싫다잖아! 안 마시겠다잖아!
리진 : ......(떠올리고는, 침대 옆구리에 콩콩 머리 박으며, 울먹울먹) 이번 생은 망했어. 망했어. 망했다고.
S#23. 쌍리 일각 (새벽)
리나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 리진.
리진 : 리나야, 언니는 다음 생엔 말 못 하는 짐승으로 태어나지 싶어. 환생하면 만나자?
나는 리트리버가 되고, 너는 시추가 되어 이번 생에 못다 한 대화를 나눠보자? 시추 싫어? 그럼 말티즈 해.
리온 : (E) 쯔쯔쯔. 내가 너 여기서 이러고 있을 줄 알았다.
리진 : ! (홱 돌아보면)
리온 : 술도 잘 못 마시는 게 아버지랑 대작은 무슨. 너 이럴 때마다 리나는 무슨 개고생이냐!
(약 봉투 홱 던져주며) 먹어! 숙취해소제야!
리진 : (받고는, 면목 없는 와중에도) 나이스 캐치.....
S#24. 쌍리 / 리온의 방 (새벽)
선잠을 자는지 계속 몸을 뒤척이는 도현. 그러다 결국 일어나 앉고 만다.
문득 옆을 보면, 비어있는 리온의 침대.
도현 : ......? (해서 보다가, 일어나 나간다)
S#25. 쌍리 홀 (밤)
도현 : (홀로 들어서려는데)
리온 : (E) 그러니까 뭐야, 꿈속에서 어떤 남자아이랑 놀고 있었는데,
도현 : (멈칫, 저도 모르게 몸을 숨기고 듣는다)
보면, 화목난로 앞에서 갓 구워낸 고구마를 까먹으며 꿈 해몽을 하고 있는 리온과 리진.
리온 : 니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남자아이가 널 일으켜 세워줬다. 그때 검은 그림자가 너를 덮쳤고, 너는 무서워서 주저앉았다?
리진 : (끄덕끄덕)
리온 : 별로 안 무서운데?
리진 : (답답) 누가 너보고 무서우래? 꿈을 꾸는 내가 무서웠다니까?
리온 : 흐음....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표정이었다가) 그거 나네.
리진 : (의심스런 표정으로) 진짜야?
리온 : 나 맞아. 그리고 그 어두운 그림자는, 이거. (하고는 갑자기 흐느적흐느적 양팔을 흔들어 보이는)
리진 : 뭐야 그게? 사다코야?
리온 : (답답아) 홍보용 대형풍선! 그 당시 우리 집 앞에 대형 슈퍼마켓이 생겨서 홍보용 풍선이 서있었거든.
리진 : 아아...홍보용 대형풍선?
리온 : 니가 얼마나 띨띨했는지 그걸 굉장히 무서워했어.
리진 : 그랬구나... (납득하고는) 역시, 너랑 얘기하는 게 제일 편해. (척! 고구마를 내밀면)
리온 : (척! 들고 있던 고구마로 건배하고는 먹는)
도현, 나 하고는 안 하는 얘기를 저 사람과는 하는구나...싶어 어쩐지 좀 서운해진다.
이때 누군가 도현의 어깨를 톡톡 친다.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서있는 지순영. 검지로 쉿! 하고는,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주방 쪽으로 간다.
?해서 따라가는 도현.
S#26. 쌍리 / 주방 (새벽)
도현 앞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릇이 놓인다.
맑은 국물에 정갈하게 담긴 국수. 그 위에 단정하게 놓인 고명.
지순영 : (도현 맞은편에 앉으며) 먹어봐. 가끔 밤참으로 해먹는 거야.
도현 : 잘 먹겠습니다. (하고는, 국물 먼저 마셔본다, 맛있다, 놀란 눈으로 지순영을 본다)
지순영 : (웃으며) 우리 애들도 잘 먹어. (이르듯) 주로 해장용으로.
도현 : (웃고는 젓가락 들고 면을 먹는데)
지순영 : (슬슬 탐색전 시작하는) 근데...실례되는 질문이지만 직업이 뭐야?
도현 : 네? 아....얼마 전까지 직장에 다녔는데, 짤렸습니다.
지순영 : (낭패인 표정) 짤렸어? 저런....어쩌다가.
도현 : (피식) 상사가 자꾸 절 개 취급하길래, 홧김에 손등을 물었습니다.
지순영 : 어머, 보기랑 다르게 성깔도 좀 있나보다.
도현 : (그저 피식 웃는데)
지순영 : 우리 리진이...어때?
도현 : (당황) 네?
지순영 : 아까 많이 당황했지? 애가 술이 좀 약해. 너무 맘에 담아 두진 말고, 남자가 보기에 어떠냐고 우리 리진이. (슬쩍) 좀...그래?
도현 : (미소로) 아닙니다. 귀엽습니다.
지순영 : (순간 눈빛 반짝!) 귀여워? 정말? (자신감을 얻은) 내가 엄마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애 진짜 괜찮아,
사람 진국에, 유능하고, 당당하고, 우리한텐 넘치는 자식이지 뭐.
도현 : 네. (쑥스러워서 말 돌리듯) 근데 남매 사이가 아주 좋네요?
지순영 : 아이구, 좋기는 무슨. 만나기만 하면 서열 싸움하는 수캐들처럼 으르렁거리는데.
둘 다 지나치게 씩씩해서 키울 때 애 좀 먹었어.
도현 : (재밌어서 웃는) 저는 형제가 없이 자라서 그런지 부럽습니다.
지순영 : 우리 애들 어릴 적 사진 보여줄까? (벌써 움직이고 있고)
도현 : (바라보며 웃는 위로)
리진 : (E) 나는 왜 어린 시절 기억이 없을까?
S#27. 쌍리 홀 (새벽)
고구마를 먹다가 멈칫하는 리온.
리진 : 넌 나랑 동갑인데도 어릴 적 일 선명하게 다 기억하잖아.
리온 : 아, 엄마가 말해줬잖아. 옛날 우리 집에 큰 불이 났을 때, 너만 유독가스를 마시는 바람에 기억에 손상이 왔다고.
리진 : 알아. 아마도 그래서...차군이 더 이해가 됐던 거 같아.
리온 : (보며)......
리진 : 나야 너랑 엄마 아빠가 비어있는 기억을 매일매일 채워줬지만, 차군의 가족들은 숨기려고만 하고 있거든.
리온 : ......
리진 : 과거의 고통을 덮거나, 미화시키는 것은 상처 치유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데 말이지....
리온 : ......(뭔가 켕기는 표정인데)
리진 : 근데, 나 모든 기억이 다 없는 건 아니다? 기억하는 것도 있어.
리온 : ! (긴장하는) 뭔데 그게?
리진 : 너랑 나랑 쌍둥이 남매 되던 날.
리온 : !!!
# 인서트 (8부 29씬)
지순영 : 이제부터 니네 둘이 오빠, 동생이라니까? 쌍둥이 남매야. 좋지? 재밌겠지? 그치?
리온 : 너....알고 있었어?
리진 : (웃고는, 말 돌리듯) 어? 이거 무슨 냄새야? 엄마 국수냄새 아니야?
쌍리 : ? (주방 쪽을 보는데서)
S#28. 쌍리 / 주방 (새벽)
도현과 지순영, 낡은 앨범을 펼쳐놓고 앉아 쌍리 남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있다.
지순영 : 요건 우리 애들 여덟 살 때 생일날. 귀엽지?
도현 : (보며, 미소로) 그러고 보니 쌍둥이니까 생일이 같겠군요.
지순영 : 그렇지. 아, 요건 우리 리진이 영어 발표회 날, 예쁘지?
도현 미소 지으며 어린 리진의 사진을 바라보는데, 순간 가볍게 지잉-- 느껴지는 두통. 그 위로 짧게,
어린 리진 : (E) 너... 이름이 뭐야?
도현 : ......! (뭐지? 누구 목소리지? 하는데, 또다시 지잉— 두통)
지순영 : (모른 채) 근데 미국이름이 페리박이면, 한국 이름은 뭐야?
도현 : (찌푸리고 있다가, 퍼뜩) 아, 제 한국이름은 차, (하는 순간) (*지순영 앞에서 차도현이라는 이름 말하면 안 됩니다)
주방 안으로 들이닥치는 리진과 리온!
리온 : 뭐야, 두 사람만 밤참 먹는 거야? 이런 법이 어디 있어?
지순영 : 아, 니들은 니들끼리만 몰래 고구마 먹었잖아.
리진 : ......(슬쩍 도현 쪽을 봤다가 눈이 마주치면, 헉! 쪽팔려서 얼른 시선 피하는)
도현 : ......(피식 웃고)
리온 : 안 그래도 속 쓰려서 국물이 시급했는데, 엄마, 나도 말아줘.
리진 : 엄마, 나도, 나도!
지순영 : 알았어. 알았어. (쿠커 쪽으로 움직이고)
엄마 뒤를 따르며, 엄마 난 면은 한 주먹만, 난 국물 많이, 비빔도 되나? 등등 떠들썩한 남매.
그 틈을 타 어린 리진의 사진을 몰래 한 장 주머니에 집어넣는 도현.
훔치다가... 친구처럼 투탁거리는 지순영과 남매를 바라보는 도현. 바라보다가... 따뜻해지는 도현.
부러워지는 도현. 그 위로,
도현 : (E) 안실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셨습니까?
S#29. 도현의 집 상황실 + 쌍리 뜰 (새벽)
안실장 : (상황실 화면을 모니터하고 있던 중) 지금 어디에 계신 겁니까?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셔서 혹시나 싶어
지금 집에 와 있습니다.
도현 : 아, 어쩌다보니 오리진씨 집에 와 있습니다.
안실장 : 예? 아니 어쩌다가 거기까지....
도현 : (피식 웃으며) 요나 덕분이네요. 일단은...
안실장 : ! (심장 쿵해서) 요, 요, 요나....! (다급히) 괜찮습니까? 아무 일도 없었습니까? 제가 안 가 봐도 되겠습니까?
도현 : 아무 일 없었고, 안 오셔도 되고, 전 지금 너무나 괜찮습니다. 아주 편하고....따뜻합니다.
아, 오늘 용돈도 받았습니다. 용돈은 처음 받아보는 거라서, 그걸로 뭘 살까 행복한 고민 중입니다.
안실장 : ......
도현 : (감상에 젖다가, 퍼뜩) 아,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안실장 : 아, 21년 전에 있었던 저택 화재사고를 목격한 사람을 한 명 확보했습니다.
도현 : (!!!) 그게 누굽니까?
안실장 : 화재가 있던 날, 저택에는 차준표 사장님의 회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한 가든파티가 있었는데,
그때 외식업체 직원으로 출입을 했던 사람입니다.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S#30. 쌍리 뜰 (새벽)
도현 : (!!!) 누군가 본가에 머물렀던 고용인들의 신원을 베일에 감싸놨다면, 외부인을 조사해보는 것도 방법이겠군요.
어쨌든, 좀 더 알아봐주세요. 저도 돌아가는 즉시 합류하겠습니다.
휴대폰을 끊고는, 잠시 깊은 호흡을 하는 도현. 다시 현실로 돌아온 느낌인데...어쩐지 뒤가 쎄...하다.
도현 : ......(돌아보지 않고도 알겠는, 피식 웃으며) 오리진씨, 거기서 뭐하십니까?
리진 : ! (나무 뒤에 숨어 보고 있다가, 헉! 해서 얼른 다시 몸을 숨기고는 살살 도망가려는데)
도현 : (여유 있게 다가와 리진의 손을 잡고는 끌고 간다)
리진 : (끌려가며) 어, 어, 어디 가는 건데요?
도현 : (끌고 가며) 입을 맞춰놔야 할 거 같아서요.
리진 : (!!!) 서, 설마, 그 입이, 그 입은....아니겠죠?
도현 : 궁금하면 따라오세요.
리진 : 어, 어디 가는 건데요, 그러니까.
도현 : (우뚝 멈춰서더니, 리진을 향해 확 돌아선다)
리진 : (움찔 긴장한다)
도현 : 제가, (열쇠 하나를 눈앞에 꺼내 보이며) 어디로 갈 것 같습니까?
리진 : (!!!) 그....그 열쇤 언제 훔쳤어요??! (놀라는데서)
S#31. 쌍리 / 지하 창고 (새벽)
지하실 문이 열리고 리진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도현.
리진의 손을 놔주고, 불을 켜고, 나무로 문을 고이고는, 지하실 안으로 들어가,
언젠가(5부 55씬에서) 리진과 나란히 앉았던 자리로 가더니 털썩 앉는다.
리진에게 어서 오라는 듯,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탁탁 치는 도현.
리진 : ......(긴장 되서 머뭇머뭇)
도현 : ......(다시 한 번 자신의 옆자리를 탁탁)
리진 : ......(보다가, 새침하게 표정 바꾸고는 다가와, 불쌍해서 앉아준다는 듯이 도현 옆에 와 털썩 앉는)
아까 제 술주정 때문에 당황하셨다면 죄송해요. 뭐 깊은 뜻은 없었고, 막말로 차도현씨가 남자지 여잔 아니잖아요?
도현 : (OL) 오리진씨.
리진 : (알아서 기는) 네. 죄송합니다. 가족들 앞에서 많이 당황하셨죠?
도현 : 오리진씨는 왜 저한테......본인의 이야기를 안 들려줍니까?
리진 : 네?
도현 : 왜 다른 사람한테만 오리진씨의 이야기를 합니까?
리진 : 그, 그건....
도현 : 오리진씨가 힘든 일이 있거나, 궁금한 것이 있거나, 함께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제가 되면 안 되겠습니까?
리진 : ......!
도현 : 지하실이 무서워서 누군가 함께 가줬으면 싶을 때, 그 만큼 피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보다 더 힘든 일이 있을 때...
저를 불러주면 안 되겠습니까?
리진 : ......!
도현 : 오리진씨처럼 저도.... 지하실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유년시절의 일로 그 원인을 찾고 있는 중이고, 또 하난 최근의 일로,
#인서트 (6부 1씬)
리진 : (도현의 멱살 바싹 움켜쥐며, 위협적으로, OL) 왜 하다 말아요?
도현 : (못 알아듣고) 예?
리진 :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끝을 봐야지, 왜 이렇게 패기가 없어요?
리진 : ! (감추고 싶은 흑역사! 부끄러워서 고개를 홱 돌리고)
도현 : 뭐가 됐든 저는.... 모두 오리진씨와 함께 극복하고 싶습니다. 안 좋았던 기억을, 오리진씨와의 좋은 추억으로 지우고 싶습니다.
그러니까......(리진의 얼굴을 자신의 쪽으로 돌려놓고는) 협조해주세요. (하고는, 리진에게 입을 맞춘다)
리진 : ! (당황했다가, 눈을 감는다)
그렇게 두 사람에게 가장 아픈 기억이 새겨진 지하실이라는 공간에서 연인이 되는 두 사람.
잠시 후... 두 사람의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
그러더니 벽 위에 크레파스 낙서가 생긴다. 두 사람 주변에 장난감 기차 레일이 생긴다.
그 위로 장난감 기차가 생겨나더니,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카메라 그 기차를 따라 움직인다.
그렇게 현재의 지하실이 과거의 지하실로 디졸브 되면,
S#32. 과거의 지하실
기차가 자신의 앞에 도착하면, 집어 올려 멈추게 하는 손. 어린 도현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장난감 기차를 앞으로 내밀면, 받아드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한 아이의 뒷모습!!!
(*이 씬에서는 아직 아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도현 : (E) 또 같은 꿈이다....
이때, 구석에 처박혀있던 낡은 뻐꾸기시계가 고개를 내밀며 소리를 내는. 밤 12시.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는 어린 도현.
그러자, 얼른 어린 도현을 붙잡은 지하실의 아이!
도현 : (의아한, E) 아니야...틀려...가지 말라고 한 건 나였어. 붙잡은 건 언제나 나였다고....!
여자 아이 : 가지 마....(손 붙잡은 채로 간절한) 나랑 놀자.....
도현 : (충격의, E) 여자....아이....?
어린 도현 : (미안한 표정으로) 미안. 내일 또 몰래 올게.
여자 아이 : (간절한)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돼? 대신 내가 멋진 거 보여줄게.
어린 도현 : (호기심) 멋진 거 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시 자리에 앉는 어린 도현.
옷 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펜던트 목걸이를 꺼내 보이는 지하실의 아이.
딸깍 펜던트를 열면, 펜던트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의 사진. 바로 민서연이다!
도현 : (충격의, E)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
여자 아이 : 우리 엄마야. 예쁘지? 세 밤만 자면 나 데리러 온다고 했어.
어린 도현 : (안타깝고 미안한) 못 올지도 몰라....
여자 아이 : (울먹이며) 아냐! 온댔어! 꼭 온댔어!
어린 도현 : (안타까운) 못 와. 니네 엄만....죽었어.
여자 아이 : 아니야! 안 죽었어! 안 죽었단 말이야! (엉엉 울음 터지는 순간)
S#33. 서태임의 저택 / 와인창고 (현재 / 아침)
팟! 눈을 뜨는 도현! 꿈의 충격으로 멍.... 하니 있다가
문득 어떤 느낌에 멈칫 시선을 내려 보면, 품에 꼭 안고 있는 곰인형!
소스라치듯 놀라 벌레 털듯이 바닥에 던져버리면, 잠시 후.... 가만히 곰 인형을 주워가는 어린 아이의 손!
도현 : !!! (놀라 옆을 돌아보면)
꿈에서 나왔던 지하실의 아이가 곰인형을 가져다 품에 안는. (*이 씬에서도 아직 아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현 : (충격으로 바라보다가, 긴장된 표정으로) 너....누...누구야....?
여자 아이 : 나나.
도현 : !!! (이 여자 아이가 나의 새 인격? 충격으로 보는데) 니가...나나?
여자 아이 : (품에 안은 곰인형의 손을 들어 인사하듯 하며) 얘 이름이 나나.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이건 내가 그린 나나. 귀엽지?
여자아이의 손가락을 따라가 보면 곰 인형 그림 밑에 I’M NANA 라고 쓰여 있는.
(4부에 나왔던 그림, 5부에서 신화란이 지웠던 그림)
도현 : 그....그럼, 곰 인형 이름 말고 니 이름은 뭐야?
여자 아이 : 내 이름은....
하는 순간, 와인창고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S#34. 다시 과거의 지하실
열린 문으로 차준표가 들어와 두 아이에게로 다가오는.
순간 공포에 질리는 어린 도현.
어린 도현 : 아빠 잘못했어요. 다신 지하실에 안 놀러올게요.
차준표 : 니가 잘못하면 누가 혼이 난다고 했지? 누가 아프다고 했지?
어린 도현 : (울음이 터지면서 손을 싹싹 비는데)
어린 도현을 향해 오던 차준표, 몸을 틀어 옆의 여자아이 쪽으로 움직인다.
그 모습에 경악하는 어린 도현!
어린 도현 : (울음이 터지며, 손을 더 싹싹 빌고) 아빠.. 그러지 마세요! 제발 쟤 때리지 마세요!
차라리 절 때리세요! 제가 맞을게요! 제가 맞을게요----!!!!
일각에서 그 모습 지켜보며 충격으로 멍해지는 도현에서!!!
S#35. 쌍리 / 2층 복도 (아침)
리진, 리온의 방문 앞에 와서 선다. 머리를 양쪽 귀 뒤로 야무지게 넘기고는 조신하게 방문을 노크한다. 반응 없는.
리진 : (여성스럽게) 오빠, 차도현씨. 일어나 식사하래요.
그래도 반응 없는. 조용히 방문을 여는 리진.
S#36. 쌍리 / 리온의 방 (아침)
리진 여자흉내 내며 조신하게 들어와 보면,
도현의 이부자리는 비어있고, 리온만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리진 : !!! (원래 성격으로 돌아와, 리온을 흔들어 깨우는) 야, 야, 야!
리온 : (잠결에 성가신) 아, 왜.... 또오오..
리진 : (빈 이부자리를 가리키며) 차군, 차군 어디 갔어?
리온 : (머리에 까치둥지 이고 일어나 앉아 목덜미 긁으며) 글쎄? 아침에 잠깐 인기척이 나긴 했는데...집에 갔나?
리진 : (기막힌) 인사도 없이? (하는데)
지순영 : (열린 방문으로 보며) 리진아, 내려와 봐. 교수님 오셨다.
리진 : ? (돌아보는 위로)
석호필 : (E) 하하하하! 이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S#37. 쌍리 홀 (아침)
석호필 쌍리 가족들과 함께 탁자에 앉아있다.
지순영 특대형 대접에 떡국을 퍼서 옆에 앉은 오대오에게 건네면, 전달 전달해서 제일 먼저 석호필 앞에 놓이고.
석호필 : 기러기 아빠 신세라, 설날 아침부터 즉석식품으로 때우나 어쩌나 했는데, 올해 대박 날 운센가 봅니다.
오대오 : 밥하기 귀찮으시면 아무 때나 오세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지순영 : 근데, 페리는 아직도 씻고 있는 거야?
리온 : 집에 간 거 같던데요? 옷까지 싹 갈아입고 나간 거 보면?
리진 : ......(시무룩한 표정 위로)
오대오 : (E) 온다간다 말도 없이? 니들 어제 뭐 서운하게 한 거 있냐?
지순영 : (E) 페리만 쏙 빼놓고 지들끼리 고구마 먹고 있드라구.
오대오 : 저런, 인색한 놈들. 고구마가 얼마나 한다고, 사람을 왕따 시켜?
석호필 : 페리라니 누구....? (하며 리진을 보면)
리진 : (입모양으로만 몰래, 차도현씨요)
석호필 : !!! (놀라, 입모양으로만, 차군이 여긴 왜?)
지순영 : 식기 전에 어서 드세요 교수님.
석호필 : (화들짝 놀라) 아, 예. (국물 맛 보고는) 캬~ 제가 입이 짧은 편인데 이건 진짜 맛있네요.
오대오 : 하하하. 입이 셀카봉보다 길 거 같으신데, 의외시,
지순영 : (OL, 남편을 툭, 치고)
리온 : ......(떡국을 먹다가 리진을 보면)
리진 : ......(도현 생각에 떡국을 내려다보며 시무룩한)
S#38. 서태임의 저택 / 다이닝 룸 (낮)
텅 비어 있는 긴 식탁의 끝 상석에 홀로 앉아 있는 서태임.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떡국과 깔끔한 밑반찬 몇 가지.
서태임 : ......(수저 들 생각 없이, 그저 가만히 내려다보며 앉아있는)
신화란 : (들어와서 컵에 물 따르며, 비꼬는) 작년까지 이 집 문턱이 닿도록 드나들던 사람들은 지금쯤 어느 집 문턱을 넘고 있으려나.
서태임 : (대꾸 않고 조용히 수저 드는데)
신화란 : 하긴, 정승 집 개 죽은 덴 찾아가도, 정승 죽은 덴 안 찾아가더라고,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네.
대 이을 후계자가 없는데 이번 대에만 잘 보여 뭐하겠어?
서태임 : (수저 탁, 내려놓고 노려보면)
신화란 :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지 마세요. 더 늦기 전에 우리 도현이 회사에 단단히 붙들어 매시라구요. (하는데)
도우미 : (들어오며) 회장님 작은댁에서 오셨는데요.
서,신 : (달갑지 않은 표정이 스치는 데서)
S#39.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낮)
서태임 맞이하러 나오면.
차영표와 윤자경, 그 뒤로 기준과 채연 들어온다.
뒤이어 한우 세트니, 과일이니, 선물 바리바리 들고 들어오는 기사 둘,
도우미 손짓에 주방으로 따라 들어가고.
서태임 : (형식적인 예의) 때가 때니만큼 무척 바쁘실 텐데... 아무튼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영표 : (여유 있는 미소로) 별말씀을요. 아무리 바빠도 사람 도리는 해야죠.
그래야 (기준 채연 쪽을 보며) 우리 애들이 보고 배우지 않겠습니까.
윤자경 : 그럼요. 약혼 전에 먼저 인사 여쭙는 게 예의죠.
신화란 : (나오며) 속셈이 빤하네. 결말 다 알구 보는 드라마만큼 재미없는 게 있을까.
윤자경 : (싫증나서 고개 외로 틀고)
신화란 : 동서야 애들 약혼 자랑하러 왔을 테고, 서방님은 우리 도현이 목 잘린 거 확인 사살하러 왔을 테고...
바빠도 와봐야지 그럼. 이런 재미난 구경이 어딨다구.
기준 : (인사하며) 안녕하셨어요?
신화란 : 오랜만이야 차사장. 우리 도현이 안 보이니까 좋지?
기준 : (그 대답은 않고) 저랑 약혼할 사람이에요.
신화란 : 어, 채연이 반갑다. 우리 스파에서 몇 번 봤지?
채연 : 네. 잘 지내셨어요?
신화란 : (피식) 그럴 리가. 근데 너두 별루로 보인다? 표정이 왜 그래? 부잣집에 팔려가는 민며느리처럼.
윤자경 : (더는 못 참고) 이봐요.
신화란 : 뭘 봐요. 댁이랑 나랑 봐서 좋을 게 뭐 있다고. (무시 치고는) 난 귀한 손님 대접할 와인이나 내와야겠네.
(와인창고 쪽으로 가다가 윤자경을 보고 긁는) 오늘은 비싼 걸로 내올 테니까, 괜히 얼굴에 들이붓게 만들지 마, 동서?
아깝잖아. (웃으며 가고)
윤자경 : (부들부들 떠는 데서)
S#40. 서태임의 저택 / 와인창고 (낮)
신화란 통쾌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내려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엄마야! 경기를 일으키듯이 놀라 주저앉는다.
보면, 세운 무릎 위에 길게 뻗은 팔을 걸치고, 고개를 숙인 채로 앉아있는 도현!
신화란 : 누...누구야, 거기? 도둑이야? 강도야?
도현 : ......(천천히 고개를 드는데, 붉게 충혈 된 눈)
신화란 : !!! (놀라) 도.....도현아!
도현 :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신화란 : (왠지 두렵지만 내색 않고) 언제 왔어? 왔으면 들어오지. 왜 여기,
도현 : (OL, 낮은 목소리로) 어머니가 찾고 있는 아이가.... 돌아가신 어머니...민서연씨의 아이가 맞습니까?
신화란 : !!! (순식간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미,미,민서연의 아이라니... 그 여자한테 아이가 있었어?
(웃으려 애쓰며) 엄만 첨 듣는 소린데?
도현 : (상관없이, 신화란을 향해 다가오며) 나와 함께...지하실에 있던 그 아이가 민서연씨의 딸이 맞습니까?
신화란 : !!! (뒤로 조금 물러나며) 며, 몇 번을 물어, 글쎄. 이 집에 너 말고는 다른 아인 없었다니까?
도현 : (터질듯, OL) 학대를 당한 것은 내가 아니라, (울컥해서, 멈췄다가) 그 아이가 맞습니까?
신화란 : !!! (창백해지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대체!! 그 착해빠진 양반이 누굴 학대했다는 거야!
도현 : (기어이 터지며) 봤잖아, 당신은! 쭉 방관해왔잖아! 그걸 무기로 승진가에 살아남았잖아! 그런데 왜 거짓말을 해! 대체 왜!!!!
신화란 : !!! (공포와 두려움에 두 눈이 커지며) 도, 도현아....
도현 : 가해자인 아버지와, 방관자인 어머니가, 나를 가해자이자 방관자로 만들었어!
(절규처럼) 나는 더 이상 피해자일 수가 없다고!!!!
신화란 : (공포심에 부들부들 떨기만)
도현 : (붉어진 눈이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내가 먼저 그 아일 찾을 겁니다. 찾아서 속죄하고, 또 속죄할 겁니다.
그 상처를 보상할 수만 있다면 승진을 팔아서라도 보상할 겁니다.
신화란 : !!!
도현 : (서늘해진 눈빛으로) 알아듣습니까, 어머니? 저는 더 이상 어머니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제가 찾은 진실만, 제가 떠올린 기억만을 믿을 겁니다! (신화란을 툭 치듯이 스쳐 밖으로 나가고)
신화란 : (덜덜덜 떨고 있다가,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데서)
S#41.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낮)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서태임과 차영표 일행.
차영표 : 우리 애 말로는 도현이가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답니다. 할 일이 있다면서요.
혹시 계열사를 만들 생각이십니까?
서태임 : (찻잔 내려놓으며) 아니요, 곧 미국으로 가게 될 겁니다.
일동 : .....!!
서태임 : 경영 전반에서 아직은 경험 부족이라는 게 그간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랬다고, 좀 더 공부가 필요한 아이를 너무 성급히 불러들인 게 아닌가 싶,
하다 말고, 뭔가에 시선이 박혀 그대로 굳어버리는 서태임!
보면, 모두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서태임에게만 시선을 고정한 채 걸어오고 있는 도현.
도현 : (서태임 앞에 딱 와서 멈춰서며) 이십일 년 전, 이 저택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회장님은 알고 계셨습니까?
일동 : ! (저택의 일? 도현을 보고)
서태임 : ! (순식간에 창백해진 얼굴로, 낮게) 입 다물고 조용히 나가.
도현 : (알고 있었구나!) 제가 알아내겠습니다. 이십일 년 전 이 저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일에 회장님이 맡은 역할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전부 밝혀내겠습니다. (몸을 확 돌려 걸어 나가고)
기준,채연 : (놀라서 도현을 보고)
서태임 : (떨려오는 심정을 간신히 붙잡고 있고)
윤자경 : (서태임을 살피듯이 보며) 큰어머님... 괜찮으세요?
차영표 : ......(서태임을 유심히 보는데서)
S#42. 달리는 차영표의 차 안 (낮)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차영표와 윤자경.
윤자경 : 아까 도현이가 한 말, 당신도 들었죠? 당신은 그게 무슨 뜻 같아요?
차영표 : 글쎄... (곰곰이 생각에 잠긴 채로)
윤자경 : 이십 일 년 전이면 저택에 화재가 났던 그 핸데.... 화재 말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지?
(하다가 퍼뜩) 혹시, 그 아이와 무슨 연관이 있는 거 아닐까요?
차영표 : 글쎄....정확히 알 순 없지만...세상 밖에 알려져서는 안 될 비밀이 저택 안에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졌어.
윤자경 : 큰어머님도 무슨 역할을 맡았다고 했는데 대체 그게 뭘까요?
차영표 : 뭐가 됐든, 재밌군. 재밌어지겠어. (피식 입 꼬리가 올라가는 데서)
S#43. 달리는 기준의 차 안 (낮)
운전을 하며 핸즈프리로 통화를 하고 있는 기준.
보조석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채연.
기준 : 네, 어머니. 왜요.
윤자경 : (F) 아버지가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서 들어가 봐야 된다는데, 넌 괜찮은 거야?
기준 : 어떡하죠? 저도 회사 들어가 봐야 될 거 같은데.
윤자경 : (F) 그럼 예약 취소하고 가족식산 다음 기회로 하자.
기준 : 그러지 말고, 채연이랑 둘이 하세요. 이왕 예약한거 아깝잖아요. (하고는, 채연에게) 어머니랑 둘이 식사하는 거 괜찮지?
채연 : (혼자 생각에 잠겨) ......
기준 : 한 채연.
채연 : (퍼뜩) 어?
기준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머니랑만 둘이 식사 괜찮겠냐고. (에서)
S#44. 레스토랑 (낮)
각각 메뉴판을 펼쳐들고 마주 앉아있는 채연과 윤자경.
윤자경 : (메뉴판 보는 채로) 나 요전 날 이 호텔 로비에서 너 봤다.
채연 : (멈칫 보면)
윤자경 : (여전히 시선은 메뉴판) 말도 못하게 취해서는 도현이한테 안겨 나가드라?
채연 : ......!
윤자경 : (그제야 메뉴판 탁 덮고, 채연을 보며) 지선이 맞선 땐 그냥 웃고 넘겼지만 이번 건 죄질이 좀 그렇지 않니?
채연 : (기분 상하며) 죄질이요?
윤자경 : 이 호텔에 우리 누군지 모르는 사람 없구, 니가 누구 피앙센지두 다 알 텐데, 다른 남자랑,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그건 좀 아니지 않니? 아무리 소꿉친구래도, 기준이 육촌동생인데 말이야. 안 그래?
채연 : (질리고 성가신) 기준 오빠가 누굴 닮아 그렇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나 했더니, 오늘 보니까 아줌말 많이 닮았네요.
윤자경 : 조용히 넘어가자. 나 하나 눈 감으면 될 일이구, 너 사리분별 못하는 애 아니니까, 두 번 다신 그런 실수 안 하겠지.
(압박에 가까운) 나, 너 믿는다. (다시 메뉴판 드는데)
채연 : ......(보다가) 아니요, 아줌마. 저 믿지 마세요.
윤자경 : (탁 보며) 뭐?
채연 : (자조적으로) 저도 저를 잘 못 믿겠는데 아줌마가 어떻게 절 믿을 수 있으시겠어요. 믿으신다고 하면, 그건 위선이죠.
윤자경 : (기막힌, 입 좀 벌어져서 보다가) 맹랑하구나, 너.
채연 : 이 문젠 제 식대로 정리할게요. (무릎 냅킨 치워 테이블 위에 올리며) 아줌마도 저랑 같이 식사할 기분 아니실 거 같구...
저 먼저 실례할게요. (백 집어 들고, 목례하고는 나가고)
윤자경 : (허, 기막히고, 어이없고, 괘씸한)
S#45. 채연의 집 / 거실 (낮)
휴대폰을 귀에 붙인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백진숙.
백진숙 : (좋게 좋게) 얘, 니가 잘못 본 거겠지. 아님 둘 사일 오핼 했거나. (휴대폰 귀에서 뗐다가 다시 붙이며) 얘, 소리 지르지 마.
소리 안 질러도 다 들린다구, 글쎄! (좀 오르기 시작하며) 야, 딸을 어떻게 키웠냐니!
딸을 딸로 키우지 그럼, 망아지로 키우냐? 니 아들만 잘났어? 내 딸도 니 아들만큼이나 잘났어,야!
(허! 기막혀서) 그래 깨! 이 약혼 깨구 말자구!!! 나도 아쉬울 거 없어!!! (에서)
S#46. 기준의 사무실 (낮)
소파 테이블 위로 약혼반지를 내려놓고는 기준 앞으로 밀어주는 채연.
기준 : (미간 꿈틀) 뭐 하자는 거야 지금?
채연 : 긴 말 안 할게. 변명도 안 할 거구. (눈가 붉어져서 보며) 우리... 파혼 하자.
기준 : (낮고 서늘하게) 너 자꾸 이러는 이유가 뭐야. (터지며) 이번이 몇 번째냐고 대체! 내가 우스워 보여?
다 받아주니까 재미 들렸어?
채연 : (OL) 갖고 싶은 사람이,
기준 : (멈칫 보면)
채연 : 생겼어.
기준 : ! (굳고)
채연 : (눈물 확 고이며) 내거 만들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두 마음 품고 오빠랑 이러는 거....잘못하는 거잖아.
그러면 오빠한테 너무 미안한 일이잖아.
기준 :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착해졌어? 니가 언제부터 내 걱정을 해줬냐고!
채연 : 면죄부 받을 생각 없어. 오빠까지 껴안구 진흙탕에 빠지는 거 까진, 양심상 못하겠어서 그래. 미안해. (일어나 나가고)
기준 : (쳐다보지도, 붙잡지도 않은 채, 화를 누르며 앉아 있다가, 일어나 약혼반지를 냅다 집어던지고는) 차도현, 이 개자식!
S#47. 서태임의 저택 / 와인창고 (낮)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은 채 불안함에 눈빛이 흔들리고 있는 신화란.
# 인서트 (40씬)
도현 : (붉어진 눈이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내가 먼저 그 아일 찾을 겁니다. 찾아서 속죄하고, 또 속죄할 겁니다.
그 상처를 보상할 수만 있다면 승진을 팔아서라도 보상할 겁니다.
아들과 승진그룹. 평생을 걸고 집착해온 목표가 한순간에 무너질까 두려워 눈앞이 아득해지고, 온몸이 떨려오는 신화란.
신화란 : 안 돼, 도현아...그러면 안 돼...내가 누굴 위해 살았는데.... 내가 뭐 때문에 버텨왔는데.....
이때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경기를 일으키듯 놀라 휴대폰을 집어 드는 신화란. 번호를 확인해보고는, 다급히 휴대폰을 귀에 갖다 붙이고는,
신화란 : 어떻게 됐어?
사내 : (F) 찾았습니다.
신화란 : !!! (순간 눈빛이 다시 돌아오는)
사내 : 방금 휴대폰으로 사진 보내드렸습니다.
신화란 : 알았어, 일단 끊어. (끊고는, 문자 들어오길 기다리는, 이내 문자 알림음 들리고, 서둘러 확인해보다가, 경악하는) !!!!
(INS) 휴대폰 속 사진. 바로 리진이고!!!
신화란 : (충격으로 멍....해지며) 오비서.....? (하는데 퍼뜩 떠오르는)
리진 : (E) 부사장님한테는 일곱 살 때부터 여덟 살 때까지의 기억이 없다고 들었는데,
S#48. 플래시백 (10부 43씬 편집)
리진 : 사실인가요?
리진 : 그럼 혹시 부사장님이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내던 또래 친구가 있었나요?
리진 : 어제....드레스룸에서 쉬실 때 보니까 악몽을 꾸시는 거 같더라구요. 잠꼬대로 계속 어떤 아이를 찾으면서....
S#49. 서태임의 저택 / 와인창고 (낮)
신화란 : (충격으로 멍....한 채로) 오비서가....민서연의 딸이었어? 벌써....우리 도현이한테 접근했던 거야....?
순간 눈빛이 순식간에 서늘해지더니, 휴대폰 단축키를 누르는.
신화란 : (착신되면) 잡아 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잡아와! (거의 광기로) 반항하면 기절을 시켜서라도
내 앞에 끌고 와 당장!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소리치는 데서)
S#50. 쌍리 일각 (또는 리진의 방) (낮)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리진과 석호필.
석호필 : (멈칫, 보며) 차군의 본가에 갔을 때, 기시감을 느꼈다고?
리진 : 네. 그 저택 와인창고에 들어갔을 때, 갑자기 낯선 지하실이 떠오르면서
어릴 때 지하실 벽에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석호필 : (들으며) ......
리진 : 그런데....그게 진짜 제 기억인지, 아니면 차도현씨의 기억을 제 것처럼 착각하는 건지....그걸 잘 모르겠어요.
석호필 : 그래서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던 거구만.
리진 : 실은....저도 지하실 공포증이 있거든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데, 간혹 낯선 지하실에 들어가면 좀 무섭긴 해요....
그래두 이번처럼 구체적인 느낌은 처음이라서....혼란스러워요.
석호필 : (심각한) 차군이 기억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오선생의 기억에 혼선이 생기다니....묘한 일이군.
리진 : 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불완전하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딱히 힘든 적도 불편했던 적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기억이 떠오르는 걸까요?
석호필 : 인간은 때론 편안해지기 위해서 안 좋은 기억을 억압하기도 하잖아. 보통의 경우, 그게 꼭 나쁜 것만도 아니고. 다만....
리진 : (진지하게 듣는 표정, 위로)
석호필 : (E) 기억의 불완전함이, 현재 상황에 혼란과 고통을 야기 시킨다면,
그건 아직 처리되지 않은 감정의 잔해가 남아 있다는 뜻이고.
석호필 : 어쩌면....이제야말로 과거의 상처를 돌아볼 때가 된 것일지도 모르지.
리진 : .....!
S#51. 쌍리 앞 (낮)
리진, 석호필을 배웅하고 있다.
석호필 : 언제 한번 진료실로 와. 가능하다면, 차군과 함께. 만일 오선생의 기억 속에 차군이 있다면,
함께 면담을 하는 것도 방법이니까.
리진 : (웃으며) 네. 생각해볼게요.
석호필 : 어머니가 또 바리바리 싸들고 나오기 전에 튀어야겠다. (작게) 저번에 주신 것도 아직 다 못 먹었거든.
리진 : (웃고)
석호필 차에 오르면, 꾸벅 인사하는 리진.
석호필, 손 한번 들어 답례하고는 차 출발시키는.
석호필의 차가 떠나고 나면, 뒤돌아서 쌍리로 향하는 리진인데,
이때 석호필의 차와 스치듯 들어와 리진 앞에 멈춰서는 검은 승용차 한 대.
곧이어 차에서 두어 명의 수하들을 거느리고 내리는 사내!
사내 : 오리진씨?
리진 : ? (돌아보고는) 누구시죠?
사내 : 만나 뵙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잠시 저희랑 같이 가주시죠.
리진 : 누가, 무슨 일로 그러시는데요?
사내 : ......
리진 : (수상한) 이름 밝히고 직접 연락하라고 하세요. (돌아서는)
사내 : (수하들에게 턱짓하면)
리진의 뒤에서 입을 막고는, 억지로 리진을 차에 태우는 수하들!
온몸으로 반항하며 입이 막힌 채로 비명을 지르는 리진!!!
S#52. 쌍리 뜰 ~ 쌍리 앞 (낮)
리나를 산책시키기 위해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리온. 갑자기 왈왈왈 짖어대는 리나.
왜 그래, 리나? 하며 보면, 저만치, 검은 승용차에 리진을 억지로 태우고 있는 수하들의 모습!
리온 : !!!! (표정 굳으며) 리진아! 리진아!!!
소리치며 쫓아 달려가는데, 이내 리진을 태우고 먼지를 내뿜으며 출발하는 승용차!
젠장!!! 얼른 달려와 쌍리 앞에 세워진 자신의 차에 급하게 올라타 시동을 거는 리온!
S#53. 도로 + 달리는 리온의 차 안 (낮)
의문의 승용차를 뒤쫓아 달려가는 리온의 차. 도로 위에 추격전이 벌어지고.
리온, 승용차를 따라잡으려 다급한 표정으로 속도를 더 내는데,
리온의 추격을 의식한 듯, 막 바뀌기 시작하는 사거리의 신호를 무시하고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승용차.
동시에 신호 바뀌며 이동하는 다른 차들에 의해 앞이 가로막히고 마는 리온의 차.
끼이이익----! 급브레이크를 밟는 리온, 추격에 실패하고.
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핸들을 내리치는 데서.
S#54. 도현의 집 / 욕실 (낮)
충격과 혼란을 다스리려 찬물로 거칠게 세수를 하고 있는 도현.
수도꼭지를 잠그고 세면대를 양팔로 짚은 채, 감정을 추스르는데.
이때 밖에서 들리는 휴대폰벨소리.
S#55. 도현의 집 / 거실 (낮)
도현, 나와서 거실 탁자 위의 휴대폰을 집어서 보면, 리온이고.
도현 : (받으며) 아침엔 인사도 없이 사라져서 죄송,
리온 : (F) (굳은 얼굴로 운전하며) 리진이가 납치당했어.
도현 : (!!!) 방금...뭐라고 하셨습니까?
S#56. 달리는 리온의 차 안 + 도현의 거실 (낮)
리온 : (운전하며 통화 중) 짐작 가는 바 없어? 뭐 아는 바 없냐고!!!
도현 : 알아듣게 설명을 해주세요! 오리진씨가 갑자기 왜 납치를 당한단 말입니까!
리온 : (OL) 그래서 내가 안 된다고 했잖아! 그만 뒀어야지! 인연의 끈을 잇지 말았어야지!!
도현 : 오리온씨!!!
리온 : 만일 당신 때문이라면 나 당신 가만 안 둬. 아는 바 없으면 됐어. 끊어. (핸즈프리 확 걷어내고는, 속도를 내고)
S#57. 도현의 집 / 거실 (낮)
충격에 휩싸인 채 잠시 굳은 채로 서있던 도현, 이내 눈빛이 돌아오더니, 바로 안실장의 단축키를 누르는.
도현 : (착신되면, 빠르게) 접니다. 안실장님. 오리진씨 휴대폰에 위치추적 칩 심어놨죠? (에서)
S#58. 달리는 리온의 차 안 (낮)
핸즈프리로 통화하며 운전해가고 있는 리온.
리온 : (긴박한) 형님, 저 오메갑니다. 차량넘버 불러줄 테니까, 도로 CC-TV로 이동상황 좀 추적해 주시겠어요?
(사이) 예. 급합니다. 차량 넘버는, (에서)
S#59. 도로 +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낮)
위치추적 된 타겟(리진)의 현 위치를 나타내는 화면을 보며
긴박함과 초조함으로 추적 좌표를 향해 차를 몰아가고 있는 도현! 풀악셀링하는 데서!!
S#60. 신화란의 별장 앞 (낮)
리진을 태우고 온 검은 승용차가 한쪽에 세워져 있고,
사내1은 누군가와 휴대폰으로 통화 중이다. 나머지 사내들 주변을 살피며 경계하고 있다.
사내1 : 별장에 데려다 놨습니다. 네. 미행 없었습니다.
S#61. 별장 안 어느 방 (낮)
암막 커튼이 쳐있어서 몹시 어두운 실내.
별장 바닥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리진!!! 의식이 돌아온 듯 까딱.... 움직이기 시작하는 손가락에서,
S#62. 별장 앞 (낮)
끼이이익---- 별장 앞까지 돌진해 오는 도현의 차!
기습적인 공격에 잠시 별장문 앞에서 흩어지는 사내들!
순간 빠르게 차에서 내려 별장을 향해 걸어가는 도현!
달려와 도현의 앞을 막아서는 사내들!
비켜! 밀치고 들어가려는 도현!
막아서며 공격태세를 갖추는 사내들!
사내들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도현!
도현을 향해 일제히 달려드는 사내들!
수적으로 밀리는 도현, 결국 상대편 사내에게 강하게 한 방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
지이잉..... 이명, 그리고 두통과 함께 시작되는 전조증상!
공격을 멈추고 어리둥절 바라보는 사내들!
세기 : (머릿속에서 들리듯, E) 비켜. 넌 감당 못해!
도현 : (머리를 감싸 쥔 채로 괴로워하며, E) 아니, 내가 해.
세기 : (E) 나한테 맡기면 훨씬 편해질 텐데?
도현 : (E, 이를 악물고 버티는) 아니. 이건 내 싸움이야. 내가 해!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는 도현, 다시 별장을 향해 가는데,
그런 도현의 뒤에서 각목을 휘두르는 사내!
퍽---! 도현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사내의 각목!
헉---! 호흡이 정지되는 순간, 도현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떠오르는,
세기 : (E-1부 59씬) 기억해.
도현 : (E-8부 60씬) 잘 기억해두세요.
세기 : (E-2부 11씬 편집) 니가 나를 불렀잖아,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리진 : (E-3부 34씬) 가지 마....나랑 놀자.....
세기의 목소린지, 도현의 목소린지 알 수 없이 뒤섞인, ‘기억해.....’라는 말만 윙윙대듯 되풀이되는 위로 겹쳐지는,
S#63. 도현의 비전 (도현과 리진의 기억 재구성)
흐릿한 영상....레일 위를 돌고 있는 장난감 기차.
그 앞에 앉아 혼자 놀고 있는 어린 도현.
화면에 지직 노이즈 긋다가 다시 선명해지면, 그 자리에 있는 건 도현이 아닌, 어린 리진(!)이고.
(*처음으로 도현의 시점에서 어린 리진의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성인 도현 : (E) 오리진씨.....?
장난감 기차가 레일을 한 바퀴 빙 돌아서 오면, 장난감 기차를 들어 앞으로 내미는 어린 리진!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기차를 받아들며 미소 짓는 어린 도현!
그때 뻐꾸기시계가 11시를 가리키며 뻐꾹뻐꾹 소리를 내고.
순간 겁에 질려 벌떡 일어나는 어린 도현, 그 손을 붙잡는 어린 리진.
어린 리진 : (헤어지기 싫은) 가지 마....나랑 놀자.... (에서 겹쳐지는)
(F,C-3부 34씬 편집) ‘너, 이름이 뭐야? 가지마. 나랑 놀자.’ 하던 성인 리진.
어린 리진 : 혼자 있음 무섭단 말야....근데 너랑 같이 있으면 안 무서울 거 같아.
(F,C-6부 56씬) ‘나는 이상하게 지하실하고 불은 무섭드라. 근데 너랑 있으면 안 무서울 것 같아.’ 하던 성인 리진.
어린 도현 : 내가 여기 온 거 아빠한테 들키면 니가 혼나. 내일 밤에 다시 올게. 매일 매일 올게.
어린 리진 : 정말 올 거야? 꼭 와야 돼.
어린 도현 : 응. 기억해. 매일 밤 10시. 우리가 약속한 시간.
어린 리진 : (무서움과 아쉬움을 참고,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웃으며, 끄덕이는)
이때, 지하실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차준표!
순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린 리진을 감싸안는 어린 도현!
어린 도현의 뒷덜미를 낚아채는 차준표!
지하실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어린 도현! 그 모습 위로,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잘못했어요...’ 어린 리진의 소리.
(F,C-3부 32씬)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잘못했어요....’ 하던 성인 리진.
S#64. 별장 앞 (낮)
도현 : (E, 충격으로 멍한) 지하실의 그 아이가 오리진씨였어....?
순간 눈가가 확 붉어지는 도현, 그 이마 위로 주욱— 그어지듯 흘러내리는 핏줄기.
그대로 무릎이 꺾이더니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리며 그대로 정신을 잃는 도현의 모습에서.
-<킬미 힐미> 14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