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 임보
종이의 발명이 인쇄술을 불러오고 놀라운 책의 문화를 이룩하게 되었다.
필기도구도 붓 펜 연필 볼펜 등으로부터 타자기로 옮겨가고 다시 컴퓨터의 자판기를 이용하면서 기록의 속도가 급진적으로 향상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젠 글을 종이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파일에 담게 되어 글을 쓰고 지우기가 아주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한편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컴퓨터 속에 저장된 텍스트들이 자유스럽게 유통되는 정보의 공유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필요한 지식이나 생활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때그때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젠 컴퓨터 없이는 한시도 답답해서 살기 어려운 그런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 시대의 특성을 정보화 시대라고 칭하기도 한다.
인터넷 곧 온라인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문학계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누구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글이나 음성 혹은 영상에 담아 쉽게 발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표현의 주체들이 많아지고 또한 표현의 형식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개인의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많은 카페와 블로그 등을 통해 표현의 주체 곧 글 쓰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문학인과 비문학인의 한계가 모호해져 가고 있다.
말하자면 전문적인 문학인이 아니더라도 많은 팬들을 확보한 아마추어 문인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문학의 전문성이 약화되고 기존의 문단과는 다른 글쓰기의 집단들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라는 장르의 문학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문자 매체를 이용해서 표현되던 시가 책이 아닌 인터넷 윈도우에 등장하면서 음향과 영상효과를 노리게 된다.
그리하여 ‘영상시映像詩’라는 이미지와 음악을 거느린 새로운 시 장르가 등장한 것이다.
영상시는 문자 매체만으로 표현되던 단일 예술인 시를 음악과 미술까지를 끌어들여 종합예술화 한 새로운 장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영상시는 음악, 이미지와 더불어 표현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문학의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무슨 말인고 하면, 음악과 이미지가 시의 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살리기 위해 동원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감상자의 입장에서 보면 감각이 분산되어 시의 내용을 골똘히 음미할 여유를 가지기 어렵게 되었다.
말하자면 심오한 의미나 복잡한 시적 장치를 지닌 작품은 영상시로 표현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어쩌면 시가 지니고 있는 따분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한 수단으로 영상시가 등장한 것이라면, 사유를 강요하는 시 작품은 영상시에서 거부당할 것이 예상된다.
그래서 인터넷 문학으로서의 영상시는 보통의 일반 시와는 다른 특성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특성을 갖게 될 것인가? 아니, 효율적인 영상시는 어떠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보도록 하자.
첫째, 문자 매체의 특성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영상시는 네티즌들에게 용이하게 수용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난해하지 않고 또한 분량이 많지 않은 것이 좋다.
그 동안 시 텍스트의 표현 기법들을 보면 문자가 움직이는 동적 영상, 문자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명별 기법, 고정된 박스 속에 담긴 액자형 등 다양하다.
어떠한 기법이 효율적인가는 텍스트의 내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므로 일률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텍스트를 움직이게 하는 기법보다는 고정시키는 편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미지 매체의 특성
시 작품의 배경으로 제시된 이미지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림이나 사진 등 정적인 것을 이용하는가 하면 플래시나 동영상 등을 동원하기도 한다.
정적인 단면적 배경보다는 역시 움직이는 입체적 영상이 보다 화려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움직이는 배경이 모든 경우에 능률적이라고는 일괄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
시의 내용에 따라 정적인 배경이 더 어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의 이해를 방해하는 과도한 치장의 배경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셋째, 청각적 매체의 특성
청각적 매체란 배경 음악이나 효과음 혹은 시낭송을 뜻한다.
대개의 영상시에서는 시 텍스트가 문자로 표기되지만, 텍스트가 음성으로 낭송되는 경우는 낭송시라고 하여 영상시와 구분하기도 한다.
낭송시인 경우도 문자 매체와 더불어 표현된다.
그러므로 시를 청각과 시각으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낭송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상시는 어디까지나 시각적 매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므로 영상시에서의 청각적 매체는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의 영상시는 대개가 그야말로 즉흥적인 감각에 의해 조립된 아마추어적인 작품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상시가 종합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하나의 시 작품을 영상 예술화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전문적인 기획자에 의해 이상적인 콘티가 제작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영상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미술가와 음악가들이 동원되어 하모니를 이루면서 종합적인 작업이 수행되어야 하리라 본다.
그래야만 산문문학을 대신한 영화 예술처럼 운문문학을 대신한 영상시 예술작품으로 떳떳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시 2007. 10.)
첫댓글 가슴이 뜨끔합니다
아무런 시를 퍼나가 제 맘데로 막 남용을 했습니다
시인님들께 미안한 마음을 주체할길이 없네요.
그러셨어요? 적어도 허락을 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퍼다가 쓰는건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경적 님만의 일이 아닌걸 어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