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이렇게 화가 많으신 분이셨나?’ 싶을 정도로 23장 본문에서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에 대해 분노를 쏟아내시는데 1절을 보면 이 분노의 말씀을 듣고 있는 청중이 무리와 제자들입니다.
1 이에 예수께서 무리와 제자들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사실 이런 예수님의 분노가 무리와 제자들에게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바리새인에 대한 평가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박하지 않았거든요. 우리는 이미 성경의 내용을 다 알기 때문에 ‘바리새인’ 하면 위선자, 탐욕과 권력욕에 눈먼 자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당시 유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바리새인은 당시 유대 사회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부류였습니다.
바리새파는 권력자의 편에 붙어 엘리트주의, 제사장주의만을 고집했던 사두개파에 대한 반동으로 생겨났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소수의 제사장만이 레위기의 정결 규정과 음식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기존의 생각을 깨뜨리고, 성경의 규례들을 민족 전체의 삶을 위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또 사두개파는 성전 제의(祭儀)만 보장된다면 로마와 손잡는 것도 어렵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와 달리 바리새파는 로마 황제에 대한 충성 사역을 거부하며 신앙적 결기를 지켰습니다. 그러니 많은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했겠죠.
그런데 예수님이 그런 바리새인들을 향해 엄청난 진노와 화를 쏟아내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바리새인들을 향해 지적하신 일곱 가지 화의 이유를 한 문장으로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님의 열심에는 관심이 없고, 하나님께만 열심을 내었던 죄’
‘하나님의 열심’과 ‘하나님께 열심’은 한 글자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 뜻은 전연 다릅니다. ‘하나님께 열심’은 그저 하나님이라는 대상을 설정해 두고, 그 대상을 향해서만 열심을 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나 열심, 관심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열심을 내는 행위 자체에 몰두하는 것으로, 이러한 ‘하나님께 열심’은 자기 의로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열심’은 다르죠. 이것은 하나님께서 무엇에 열심을 내고 계시는지, 하나님의 뜻과 마음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자신의 의를 위한 맹목적인 열심이 아닌, 하나님의 열심을 이루기 위한 완전한 복종과 순종의 삶을 말하는 것이죠.
예수님이 서기관과 바리새인을 향해 화를 내신 것도 이들이 하나님께만 열심을 내며 자신의 의에 취한 채,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열심은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말씀은 지난 22장에서 살펴본 ‘예복’과도 연결됩니다. 혼인 잔치 비유를 통해, 우리가 입어야 할 예복은 ‘하나님과 사람을 존대하는 마음과 태도’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에게 바로 이 예복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옷술이 길게 달린 옷 입는 것에만 급급했지, 지극히 작고 연약한 자를 존귀히 여기는 거룩한 예복을 입지 않았습니다. 16절부터 22절까지의 말씀을 메시지성경은 이렇게 옮기고 있습니다.
너희는 도무지 구제 불능이구나! 얼마나 교만하고 미련하냐! 너희는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성경책에 손을 얹고 맹세하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무슨 무식한 소리냐! 성경책 가죽이 네 손의 살가죽보다 더 중요하단 말이냐?
또 ‘악수하면서 약속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하나님을 증인 삼아 손을 들면 중요하다’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은 어떠냐? 이런 하찮은 것이나 따지고 있으니 얼마나 우스우냐! 악수를 하든 손을 들든,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약속은 약속이다. 예배당 안에서 하든 밖에서 하든,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약속은 약속이다. 하나님은 언제나 그 자리에 계셔서, 너희를 지켜보시며 너희에게 책임을 물으신다. 마 23:16-22, 『메시지』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혹시 하나님께 대한 열심만으로 만족하고 계시진 않나요? 매주 드리는 예배와 헌금, 그리고 때마다 하는 봉사. ‘이 정도 열심이면 괜찮겠지. 이게 다 하나님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하며 안심하셨나요?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리새인이 되어가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께 대한 열심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과연 나의 열심이 ‘하나님의 열심’, ‘하나님의 관심’과 얼마나 닮아있는가를 늘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23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
하나님의 열심과 하나님께 열심. 이 두 가지 중 하나도 버리지 말고 모두 취하는 복된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 보통 목사의 10분 성경, 현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