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와 원술이 붙자… 승리는 조조가 챙겼다네
싸움은 남이 하고 먹이는 내가 먹는다
‘어부지리’ 이득도 쉬운 건 아니다
전국시대 일이다, 조(趙)나라가 연(燕)나라를 공격했다. 도저히 조나라의 공격을 막기 힘들었던 연나라가 소대라는 모사에게 구원을
청해왔다. 소대는 조나라의 왕을 찾아갔다. 그는 왕에게 연나라 공격을 멈추도록 설득했다. “연나라는 쉽게 지지는 않는다. 이기기 위해서는
조나라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설령 승리하더라도 엄청난 손해를 입을 것이다. 이때 옆에 있는 진(秦)나라는 뜻밖의 횡재를 얻을 것이다.”
조개와 황새의 싸움으로 이익을 본 어부 이야기인 어부지리(漁父之利)가 여기에서 유래했다. 어부의 입장은 얼마나 좋을까? 손쉽게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는가? 상대방끼리 싸우게 하는 계략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상대방의 심리와
천시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이 있을 때 사용해야 하는 계략이다.
기사사진과 설명
호랑이 두 마리가 싸우는 틈을 타
이득을 취한다. 일러스트: 반윤미 |
거북이와 코끼리가 길을 가다가 부딪쳤다. 서로 길을 비키라고 하다가 누가 더 힘이 센가 내기를 하기로 한다. 언덕에서 밧줄 끌기 시합을
하자는 거다. 코끼리가 응하자 거북이는 하마에게 갔다. 거북이가 하마와 힘이 비슷하다고 하자 하마가 벌컥 화를 낸다. 거북이는 하마에게도 밧줄
당기기 시합으로 결정하자고 한다. 다음 날이다. 언덕 너머 양쪽으로 코끼리와 하마에게 밧줄을 물게 했다. 그런 다음 거북이가 시작 소리를 지르면
당기라는 것이다. 코끼리와 하마가 보이지 않는 곳에 간 거북이가 “시작” 하고 소리를 질렀다. 코끼리와 하마는 똥줄이 빠질 만큼 온 힘을 다해
밧줄을 당겼다. 그러나 밧줄은 팽팽했다. 결국, 코끼리와 하마는 거북이가 자기들과 힘이 같다는 것을 인정했다. 거북이가 밧줄을 끈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남이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은 결코 당신이 나서서 하지 말라. 거북이가 일은 남에게 시켜놓고 공은 자기가 차지한 것처럼 말이다. 자이르의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유비와 여포를 싸우게 하려는 조조
전쟁 중
최고의 전략은 무엇일까? 다른 두 상대가 싸우게 한 다음에 이익은 자기가 챙기는 것이다. 병법에서는 이런 전략을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 즉
두 마리의 호랑이가 싸우게 하는 계책이라고 한다.
동탁을 죽인 여포를 물리치고 이각과 곽사가 정권을 잡았다. 이들의 횡포와
악독하기가 동탁을 앞설 정도였다. 이때 황제를 모시던 신하들은 조조에게 황제를 도우라고 서신을 보낸다. 이에 조조는 황제를 모시고 이각과 곽사의
무리를 무찌른다. 황제를 끼고 천하를 호령하는 첫발을 내디딘 조조가 가장 먼저 한 것이 유비 공격이다. 순욱이 반대한다.
“아직은
천하의 기후가 나빠 백성들이 살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계략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의 힘을 빌려 유비를 공격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을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라고 부릅니다. 두 마리의 호랑이가 싸우도록 해 우리는 중간에서 이득을 보자는
계책입니다.”
조조는 순욱의 의견을 받아들여 유비를 서주목으로 임명한다. 그다음 편지를 보내 여포를 제거할 것을 명령한다.
유비에게 황제의 정식 관작을 내려 은혜를 베풀고 뒤로는 여포를 치도록 한 것이다. 황제의 명령으로 내려왔으니 유비는 거절할 수도
없다.
“조조의 속셈은 나와 여포가 힘을 합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둘을 싸우게 만드는 것이다. 누가 이겨도 다
치명상을 입는다. 그다음에 우리를 정복하기는 떡 먹기보다 쉬워진다. 한마디로 호랑이 두 마리가 싸워 서로 잡아먹게 하는 전략이
아닌가?”
조조, 삼자인 원술을 이용해 원하는 것 얻다
그러나 이 전략에
말려들 유비가 아니었다. 계략대로 유비와 여포가 싸우지 않자 조조는 다른 계략을 사용한다. 첫 단계는 삼자를 개입시켜 유비를 끌어낸다. 이
싸움에서 유비가 타격을 받을 때 여포로 하여금 서주를 차지하도록 한다. 둘이 서로 미워하여 싸움이 일어날 환경을 만든 후 싸움을 벌이게 하는
것이다. 범을 몰아 이리를 삼키게 한다는 ‘구호탄랑지계(驅虎呑狼之計)’다. 조조는 여기에서 삼자로 원술을 사용했다. 유비가 원술을 치겠다는 표를
올렸다는 거짓 사실을 원술에게 알렸다. 원술은 머리가 나쁘고 분노를 잘하는 자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유비를 공격했다. 조조는
유비에게도 황제의 명령으로 원술을 공격하도록 지시했다. 원술은 10만 대군을 동원해 유비를 공격해왔다. 유비가 원술과 전쟁하기 위해 출전하면서
빈 서주성을 여포가 차지한다. 이호경식지계를 사용했다 실패한 조조의 구호탄랑지계는 성공했다. 유비는 원술과의 전투에서 군사 태반을 잃는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거지인 서주마저 여포에게 잃었다. 조조가 원했던 정세가 조성된 것이다. 결국 여포의 배반을 목격한 유비는 후일 조조와
힘을 합쳐 여포를 죽이게 된다. ‘호랑이 두 마리가 싸우면 한쪽은 반드시 다친다(兩虎相鬪 必有一傷:양호상투 필유일상)’는 계략에서 연환계를
사용해 결국 둘을 엮이게 한 조조의 지모가 놀랍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 조조는 여포도 죽이고 서주성도 차지하는 대박을 친다. 우리가 왜 병법을
연구하는가? 전쟁에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리더는 어떤 상황이든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 반기성 조선대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