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연구년이어서 부산문화제에는 가지 못했던 탓에 올해는 더 기다려졌습니다. 인원도 많지 않고 지역적으로도 넓어서 운영하기 어려운 강원도에서 맡았기 때문에 어떻게 치룰지 더 궁금했습니다.
이번에는 주최측에서 7회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행사가 다 중요하지만 숫자를 가지고 더 강조하는 해가 있을 수 있겠지요. 첫회, 10회, 20회 등등.... 7이라는 숫자는 10으로 가는 중간과정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담고 싶은 숫자가 아닌가 합니다.
교수의 입장으로서는 이번에 또 다른 의미를 말하고 싶습니다. 새로 두 분의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한균자 선생님이 퇴임하셔서 한 자리가 생겼으니 실제로는 한 자리만이 더 늘어난 셈이지만 그 한 자리가 소중한 데다가 아마도 앞으로도 한꺼번에 두 분이 들어오시는 일은 매우 드물 겁니다. 아무튼 결국 교수 숫자가 일곱이 되었으니 여기서도 7의 숫자가 들어있습니다. 제가 격려글에서 ‘自國世社哲文藝’ 7자 진언이라고 우스개소리를 한 것도 우리 교수들의 숫자가 일곱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물론 우리 학과에서 다루는 분야가 7분야만은 아니지만 7개의 범주로 나누어서 과목을 운영하려는 뜻이 있습니다.
문화제 내용을 들어간다면, 첫째마당 초청연주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시작되어 좀 걱정스러웠습니다만 둘째마당 지역별 공연에 들어가니 모두 놓칠 수 없을 정도로 흥미있었습니다. 나중에 심사위원장 이혜령 선생님이 자세하게 말씀하셨듯이 규모가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내실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간결하고 짜임새가 있어서 시간을 끌거나 과장된 표현이 없어서 보는 입장에서 부담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환경, 생태 등 의미있는 주제들도 많아서 즐거움을 넘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했습니다. 장생포 부르스처럼 지역문화를 삶 속에서 녹여내는 것도 중요한 주제가 되겠지요. 붓글씨, 승무북 퍼포먼스도 격조있는 우리 문화가 서로 결합되어서 표현되었던 점이 신선하였고, 뮤직비디오와 같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도 또한 소중했습니다. 뮤지컬은 문화제에서 처음인지 기억을 되살려도 잘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정통 뮤지컬을 보듯이 짜임새 있었습니다. 연기력도 뛰어나서 전문배우일까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승무북, 난타북, 아리랑 등 가족들이 함께 참여한 공연이 많아진 점도 눈에 띕니다. 참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화공연과 같은 내용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해서 언제라도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모니카연주도 매우 친근하고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곡의 경우도 일반인이 저런 정도로 즐길 수 있으면 참 부러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모두 흥미가 있었지만 더더욱 우리 문화제는 완성도보다도 함께 참여하여 준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항상 참여하는 예사모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리랑을 편곡했는데 얼핏 강원도에 왔으니 정선아리랑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뒷부분에서 힘이 넘쳤는데 한 곡으로 끝나서 아쉬웠습니다. 동문 작품 중금연주와 즉흥무의 결합도 좋은 볼거리였습니다. 시작하기 전 중금을 맡은 김계용씨가 전통음악 정간보를 들고 열심히 악보를 외우기에 아는 음악일텐데... 했더니 혼자 연주할 때는 박자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데 춤에 맞추기 위해서는 박자가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작품들에 대한 분석은 학생들간에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듯 합니다. 전체적인 평가를 할 수 있고, 지난 문화제때의 비교도 할 수 있겠지요. 지역별로는 자신의 지역에서 그간 올린 작품들을 모두 모아 비교하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우리 문화교양학과의 귀중한 자료이자 역사입니다. 예전에는 주최측에서 백서를 만들어보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 경험은 어떻게 정리가 될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좀 더 관심있는 학생은 졸업논문을 이런 내용 분석으로 하는 방법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구체적인 사안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겠지요. 내년에 논문을 쓸 3학년 학생들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조금 아쉬운 점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역시 초청연주회는 의도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공연자들도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연주하는 것은 참 곤혹스러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참 좋아하는 곡인데... 아무튼 장내 정리를 적극적으로 시도한 다음에 공연을 하거나 장소 때문에 조용히 들어야 하는 공연을 하기 어렵다면 앞으로는 다른 형태의 공연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폐막과 강평회 때 시간이 늘어지면서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그냥 강평만으로 끝나서 좀 밋밋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 약간의 공연을 하면서 분위기를 돋우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식 작품에 관계없이 소질있는 학생, 특히 졸업생 가운데서도 적극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늦어지다보니 폐회선언과 더불어 전체 사진을 찍는 일도 그냥 지나가 버렸습니다.
아무튼 강원 지역 학우들 참으로 애를 많이 썼습니다. 김찬일 회장이 직접 조명도 맡고 김기영님은 작품 참여뿐 아니라 촬영 등 여러 가지 일을 맡으시는 모습이 눈에 띄였습니다. 무대밖에서도 떡과 차, 손두부 등 대접에도 신경을 많이 쓰셨습니다.
무대에서는 여러분들과 밤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겠다고 해놓고는 늦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꽤 여러 방을 다녔습니다. 미리 방번호를 알아두었다면 잠깐씩이라도 모두 다닐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학과 운영, 교과 내용, 졸업 논문 등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품과 공연에 따른 에피소드, 가령 힘있게 노래불렀던 한 학생도 긴장을 떨치기 위해 무대에 오르기 전에 소주를 몇 잔 마셨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두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서 식사하러 나왔더니 모두 명랑한 모습으로 인사를 하더군요. 비록 잠은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즐거움이 가득해서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졸업가운을 준비해서 졸업생들을 위해 추억을 만들어준 일도 보기 좋았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폐회식 여가에 어린이들에게 풍선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준 학생, 경기지역 학생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열심히 봉사를 하였으니 조용히 큰 역할을 한 셈이지요.
아무튼 본래 강릉까지 갈 예정이었는데 전날 좀 지나쳤는지 발왕산에 올라갔다가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면서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사실 내려오기 전날도 충분히 잠을 자지 못했는데 또 늦게까지 돌아다녔으니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방섭 조교선생의 차를 타고 바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몇 년전 강릉학생들과 경포대를 거닐었던 추억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차안에서 계속 약먹은 병아리처럼 졸았던 것같습니다. 즐거웠던 7회 문화제... 이제 추억속에서 계속 말을 걸게 되겠지요.
아직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먼저 올려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먼저 올라간 벌로써 그냥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송찬섭 교수님의 글입니다. 퍼 왔어요.. ^^ㅎ
어디서 많이 본 글이다 했도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