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2008년은 관광 분야가 오랜 기간의 혼돈에서 벗어나는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서울 지척에 있는 개성에서 고구려의 기상과 고려의 찬란한 문화를 느낄 수 있고, 꿈에도 그리던 서화담, 황진이, 박연폭포의 땅을 이제 밟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뿐이랴. 고조선의 터전 평양도 가볼 수 있을 것이고, 내친김에 묘향산과 백두산에도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간에 모두가 공을 들여온 세계적 테마파크와 박람회도 유치하였다. 경기도 시흥 땅에 자리를 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우리를 환상체험 속으로 데려갈 테고, 여수박람회도 요트에 몸을 싣고 남태평양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을 맞을 수 있게 꿈을 가꾸기 시작할 테니. 그런데 한편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기우이기를 바라면서도 묻고 싶다. 우리는 관광을 통해 과연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충족시키고 있는가. 지역주민들은 소득을 올리고 싶고, 단체장들은 사업을 통하여 표를 얻고 싶고, 사업자들은 이윤 극대화에 골몰한다. 그리고 관광객들은 어디에서든 맘껏 발산하고 싶어 할 뿐이다. 물론 아직도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다투어 비행기를 탄다. 더 멀리, 더 근사한 곳을 찾아 나서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관광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가보느냐가 자랑거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질보다 양이 우선임이 분명하다. ‘순간’과 ‘재미’가 지금의 관광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순간을 넘기면 된다거나, 순간의 재미만 추구한다. 관광객은 그 순간을 재미나게 보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자는 관광객이 돈을 쓰는 순간만을 노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자치단체에서는 좀 더 크고 기발한 사업을 찾고 있다. 정부가 관광휴양도시 깃발을 흔들었으니, 백성들이 따라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 테다. 한때의 일이라고, 한번 뒤집어보자고 생각하는 그 용기가 때로 가상하게 여겨졌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허둥대기만 할 것인가 싶은 우울한 날들도 많았다. 이제부터라도 관광 분야의 꿈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좁혀보자. 이러한 일련의 관광 관련 행위는 모두 관광이라는 개념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뜻에 때를 묻히고 있는 일이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제자리로 돌아가자. 근본부터 생각하자. 관광을 통하여 빛을 찾아내자. 이것이 진짜이고 순수하고 순박함이 내뿜는 빛을 자세히 관찰하는 게 ‘관광(觀+光)’을 조어하던 시대와 이 용어를 우리 문화 속에 도입하던 선조들의 참뜻이다. 《소설 동의보감》의 저자는 조선조 최고 명의 허준을 이타적 인간 유전자를 지닌 마지막 인간으로 묘사한 바 있다. 정말 그러하다면, 지금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는 우리 관광객들은 모두 탐욕의 덩어리요, 허깨비라는 말 아닌가. 자신에게 한번쯤 되물어보고 관광을 나서자.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하고 있는 이름의 이 관광과 관련된 일이 진정 누구를 위한 일이고, 무엇을 위한 일인지를…….
우리는 홍익인간의 후예다. 우리에게는 홍익하겠다는 숭고한 뜻을 품은 선조들의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다. 서로 존중하고, 서로를 위하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관광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 문화에 작은 것이라도 배려해보자. 그 때 그곳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살피고, 그들의 눈을 바라보자. 그 따뜻함이 우리가 목말라하는 진정한 환대다. 그 순간에 자신의 피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자. 만약 뜨거워지지 않으면, 또 시도해보자. 그 따뜻함을 체험하는 순간의 기쁨이 어떠한가를 맛볼 수 있다. 아니, 맛보아야 한다. 그게 관광의 참뜻이고 참맛이다. 자신의 관광 패턴을 살펴보자. 토막시간이 있고, 조금 긴 시간이 있고, 며칠간의 휴가도 있다. 그동안 어디에 가보았는지, 왜 갔는지, 누구와 함께 갔는지도 살펴보자.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그동안 참 많이도 허둥댔다는 것을. 미처 해보지 못하던 것을 해볼 준비를 해가지고 가자.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다면, 간단한 그림도구를 챙기자. 연필과 백지를 몇 장 챙겨갈 수도 있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곳에 자리를 잡자. 구상을 하는 데 손이 가볍게 떨고 있다면, 벌써 그리기 삼매경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그 때 푹 빠져보자. 관광 공간이나 상품의 공급자도 알아야 한다. 관광객이 크고 작은 삼매경에 빠지면서 감탄하기 시작해야 비로소 그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게 된다는 것을. 관광객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고 눈총을 주지 말고, 어떻게 해야 관광객들로 하여금 삼매경에 빠지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궁구하고 대처해야 한다. 말로만 소비자를 위해서라고 할 일이 아니다. 공급자가 진정으로 소비자를 사랑할 때 소비자도 자신의 꿈을 그리기 시작하고 꿈속에 젖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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