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우원식 의원을 선출한 것을 두고 당원 및 지지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앞으로 경선에 권리당원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당원 달래기에 나섰다고 합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가 국회의장 경선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라며 "총선에서 압승한 정당의 지지율이 이렇게 큰 폭으로 출렁이는 건 매우 이례적인 사태"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그는 "사건의 본질은 후보 개인에 대한 호불호 문제가 아니라 80%가 넘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당심과 민심이 여의도에 반영됐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당원과 지지자들의 요구가 왜 묵살 당하느냐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탈당과 지지율 하락으로 의사 표현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우리끼리 결정할 일을 왜 자꾸 당원이 시어머니 노릇을 하느냐'며 불만인 의원이 있다면 시대 변화에 둔감한 '문화지체현상'"이라며 "다 드러내 놓고 전당원 토론을 시작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도 이날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권리당원 의견을 10% 이상 투표에 반영하도록 하는 등의 "사안이 당헌·당규 개정 사항에 들어가야 한다"며 "당원의 의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되거나, 일반적인 흐름과 다른 것에 대한 안전장치가 되도록 10%를 출발점으로 봤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인 19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원과 함께-민주당이 합니다 콘퍼런스 충청편' 행사에서 당원들의 탈당을 만류하며 "당원을 두 배로 늘리고 당원 권한도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선거에서 이기더니 이젠 국민이 아니라 이재명의 한마디,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따르자는 것이 친명들의 충성심인 것 같습니다.
<의회민주주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한국의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하원의장 자리가 처음 생긴 것은 647년 전이다.
초기에는 무척 위험한 자리였다. 하원의 요구를 왕에게 전하는 등의 과정에서 분노를 사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1394∼1535년 사이 참수를 당한 이가 7명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의장 맡기를 꺼렸다. 이런 이유로 신임 하원의장 취임식 때는 동료 의원들이 양손과 팔을 끌고 나오다시피 해서 의장석에 앉히는 전통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린지 호일 현 하원의장의 취임식에서도 이런 의식(儀式)이 예외 없이 재연됐는데, 그가 의장석에 ‘끌려 나와’ 가장 먼저 한 말은 “중립”이다. 비단 호일 의장뿐이 아니다. 의장직 재임 중에는 물론이고 물러난 뒤에도 기존 소속 정당과의 관계를 끊고 철저한 중립을 지키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영국 하원의 확고한 전통이다.
물론 모든 나라가 영국처럼 하원의장(국회의장)에게 중립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국회의장이 행정부의 꼭두각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2002년 국회의장이 되면 당적을 버리도록 법을 개정하면서 영국과 같은 길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갈등과 대결의 낡은 정치를 지양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이후 다소간의 굴곡, 진퇴는 있었지만 작은 노력들이 쌓여 이제 ‘중립의 전통’을 쌓아올리기 위한 초석 정도는 닦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사실상 결정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장 후보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의 의회민주주의 시계가 단번에 20년을 거슬러 퇴보하려 하고 있다.
강성 팬덤의 지지와 ‘찐명’ 원내대표의 물밑 지원사격을 한 몸에 받은 추미애 국회의원 당선인은 “(국회의장이) 중립은 아니다”라고 공개선언을 하고, 낯 뜨거운 ‘명심(明心) 마케팅’을 앞장서서 이끌었다.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는 “당심이 명심, 명심이 민심”이라는 말까지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자멸의 늪으로 이끈 “윤심(尹心)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말과 엎치나 메치나인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닌 추 당선인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극과 극은 통하는가.
최종 승자가 된 우원식 의원도 추 당선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튜브 방송에 나와 “제가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이 대표가) 우원식 형님이 딱 적격이죠. 그래서 잘해 주세요’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며 ‘명심 장사’를 했다.
당선 직후에는 “민주당의 법안이 반드시 국회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라면서 사실상 중립과는 거리가 먼 길을 가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그런데도 국회의장 후보 선거 결과를 놓고 민주당 안에서는 또 한 번 홍위병식 ‘수박 색출’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수박들 색출해 내자” “우원식에게 투표한 89명을 찾아내자” “의원들은 자신이 우원식을 안 뽑았다는 걸 인증해 보이라”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우 의원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에게는 문자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더 가관인 것은 민주당 지도부 일각의 반응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이 주인인 정당,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께 미안하고, 당원과 지지자분들을 위로한다”고 했다.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으로 선출토록 한 국회법에 비춰 볼 때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를 민주당 의원 당선인들의 자유로운 투표를 통해 뽑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무기명 비밀투표는 민주당의 당규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의원들의 선택이 일부 강성 당원들의 생각과 달랐다고 해서 명색이 최고위원이 나서서 사과할 일인가. 민주주의 전통과 원리에 뿌리를 둔 대의기구를 전부 무력화하고 강성 팬덤들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이재명 대표가 강조하는 ‘당원중심주의’란 말인가.
폭주하는 팬덤 정치는 의회정치를 황폐화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이라는 허울을 앞세워 비명(非明)계를 다 쓸어내 버리는 바람에 민주당은 이젠 ‘이재명 일극(一極)’ ‘친명 일색’의 당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강성 팬덤이 미는 후보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잔존 수박 제거’와 같은 증오와 배척의 깃발이 다시 오르고 있다.
주위에 적이나 먹잇감이 없어지자 마침내 자기 살을 파먹기 시작하는 괴물의 모습이 민주당의 요즘 ‘꼬라지’다.>동아일보. 천광암 논설주간
출처 : 동아일보. 오피니언 [천광암 칼럼],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합니다”… 민주당의 요즘 ‘꼬라지’
국회의장 경선 이변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원 권한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고삐를 죄고 나설 것 같습니다. 명심이 당심이고 명심이 민심이라는 얘기가 더민당의 충성파들에게서 나오는 마당이니 당원 권한 강화라는 말로 이재명의 사당화가 더욱 심화될 껏입니다.
추미애 당선자 낙선에 반발 거센 당원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지만, 결국 강성 지지층 ‘입김’에 당이 더욱 취약해진다는 우려도 뒤따를 수밖에 없는 형편일 것 같습니다.
실제 민주당은 17개 시도당위원장 선출 시 현재 대의원 50%·권리당원 50% 투표로 진행되는 데서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는 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언급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실무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의 말이 당규이고 당헌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