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의 책은 어디서 독립할까 - 북엔드 성 / 안숭범
책과 자책은 쉬이 분리되지 않네
상자에 담기지 않을 말들로 마지막 페이지를 쓰려하네
책방이 독립을 닫는 동안
푸른색 인테리어는 더 서늘하거나 시시해졌네
나침반의 끝을 따라가 보고 싶지 않아?
남위 65도 동경 139도, 자남극점이라고 알아?
따라준 커피 안에서 뾰족했던 얼음이 어둠과 타협하네
내일쯤 가장 추운 나라에서
죽은 어미 고래의 등이 발견될 것 같네
오래 다듬지 않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몰아세우고
찰랑거리는 생활이었다 하네
끝을 다듬지 않은 손톱들은 다채롭고
한참이나 성가셨던 것들을 서성이는 것들에 송금하네
마지막 비밀에 간격을 유지하네
우박이 들창과 어떤 처음을 들이박는 저녁이 오면
결대로 하는 결심을 배워야 하네
다 큰 아이들에게 내일 버림받을 산타클로스처럼
원양어선을 타러 갔다는 아버지 이야기를 또 들었지만
사람이 되려는 목각인형만 피해 다니는 푸른 요정을 또 봤지만
어느 페이지부터는 접히지 않는 책을 꺼내 보네
오늘 밤엔 읽히지 않을 글자를 덮고 자는 거야
이후의 낱장이 되는 거야
- 안숭범 시인
2005년 『문학수첩』 등단. 시집 『티티카카의 석양』 『무한으로 가는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