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 어원(ㅇ자 어원)
옷과 웃
우리말 ‘옷’(衣)이 ‘웃어른’, ‘윗분’, ‘위’등의 말과 어원이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필자가 추정키로는 옷은 원래 위쪽에 입는 것만 가리키다가 의미가 넓어져 모든 종류의 의류를 가리키는 말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정적 증거 가운데 하나가 일본말 ‘우와기(上着)’이다. 우리말이 건너가 화석처럼 남은 것으로 보이는데, 분석해 보면 ‘�(上) + 아기(指小辭)’이다. 이 ‘옷’에서 출발한 말들로는 오지그릇, 오이(참외 등의 외는 오이가 줄어든 것), 옻 등이 있다. 오이의 어원이 옷이라는 필자의 근거는 ‘노각(老殼)’이란 말에 있다. 우리말 사전에는 ‘각’이 한글로 표시돼 있지만 필자의 생각에 이 글자는 원래 ‘殼(껍질)’이었고 이것은 ‘옷’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말의 오/우는 그 발음의 유사성 때문에 예전에는 거의 구분이 없었는데 ‘옷/웃’이 바로 그 경우이다. ‘웃’쪽을 살펴보면 많은 변화를 거치며 변이형들이 생겼다. 앞에서 든 ‘웃어른(이 발음이 ‘�어른’인 것은 이 말의 원형이 ‘�’이었음을 시사)’이나 ‘위(‘�+이’에서 우지>우이>위로 변화. 일본어 우에(上) 참조)’뿐 아니라 ‘봉우리’, ‘울타리(�+아리)’, ‘울(울타리)’, ‘둥우리’같은 말부터 ‘우렁이(� + 앙이, 껍질이 울어있는 것에 주목하라)’등이 모두 같은 어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밌는 말 중 하나가 '오지랖'이다. 이 말은 출발 자체가 투명하진 않다. '오지(옷, 오지그릇이 그 예) + ㅅ + 앞'인지 '� + 읫 + 앞'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옷 + 앞'으로 분석되며, 길죽한 상의의 앞자락을 말하는 것이다.
의상(衣裳)이란 한자말이 있다. 의(衣)는 원래 윗 옷이고, 상(裳)은 아랫도리에 입는 옷이란 뜻이었다. 일본어의 우와기(옷=웃 + 아기)는 상의(上衣)를 의미했다. 이처럼 옷은 그 말 자체가 위란 뜻이다. 일본어의 우에(上)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윷놀이와 동물들
윷놀이의 다섯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뭐는 뭐라는 둥, 또 뭐는 뭐가 아니라는 둥, 이런 식이다. 필자의 견해를 밝혀 보겠다. '도'. '돋'에서 'ㄷ'이 떨어진 것으로 '돌'이란 어원에서 나와서 '쥐'라는 뜻이다. 이것을 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터무니 없다고 본다. '돝'이란 어원만 가지고 주장하는 것이다. 같은 어원인 '되'와 '말'의 '되'도 그럼 돼지인가? 돼지같이 몸집이 큰 동물을 제일 작은 걸음을 상징하는 도에 놓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음은 '개'. 개는 개일 뿐이다. 현대어와 같아서 추적이 필요 없다. 다음이 '걸'. '양'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필자의 견해는 이것이 돼지이다. 추정의 근거는 부여의 벼슬 체계와 관련이 있다.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猪加), 구가(狗加)가 있었다고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나와있다. 이는 가축 중에서 몸집의 크기 순으로 붙인 것으로 보면 우연히도 윷놀이의 동물들과 순서가 일치한다. 그러면 이제 ‘걸’이란 발음과 ‘돼지’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만 남는 것이다. 필자는 ‘꿀돼지’에서 근거를 찾고 싶다. ‘굴’과 ‘돼지’가 경합하다가 ‘굴’이 사라지고 ‘꿀돼지’같은 말에만 화석처럼 남은 것으로 보인다. ‘굴’이 ‘걸’이 되는 것은 의미를 잃어버린 낱말은 발음도 쉽게 변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윷'. 말보다 약간 작은 것이 소이므로 그렇게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소(옛날엔 쇼)'란 소리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하겠지만 잘 들여다 보면 설명이 가능도 하다. 필자의 견해로는 '쇼'의 이전에 쓰던 말은 '�(혹은 �)'이었다고 본다. 우(牛)의 현대 중국어 발음은 '뉴'이다. 이 '뉴'에서 'ㄴ'이 떨어지고 단모음화되어서 우리말 한자 발음 '우'가 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었다고 보는가? '윷'이 있어서? 아니다. 육(肉), 육(育), 육(戮)이란 글자들 때문이다. 원래 육(肉)이란 글자는 쇠고기를 뜻했던 것으로 보는 것이다. 또, 도륙(屠戮)이란 말은 '도'는 돼지를 잡는 것이요, '륙(戮)'은 소를 잡는 것이란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ㄷ' 밭침이 'ㄱ'으로 바뀌는 것은 한자의 발음이 바뀌는 과정에서 아주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볕)'에서 '벽(壁)'이 나온다거나 '�(줄기의 어원)'에서 '죽(竹)'이 나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옛날엔 소를 윷이라 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모'. '말'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말의 한자가 '마(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牡)'도 있었던 것을 보면 '말'에서 변해간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윷'은 차용인지, 아니면 아주 이른 시기의 우리말 '소'가 '윷'이었는지는 좀 더 추적해야 할 숙제이다.
올챙이와 개구리
올챙이는 원래 개구리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본다. 물론 문헌을 통해 확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구리는 어원이 불분명한 낱말이지만(‘개굴개굴’운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라는 설도 있지만 믿을 수 없음), 올챙이는 어원 자체가 개구리를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올치다’의 ‘올’은 원래 ‘�’이었고 현대어의 ‘웃’과 같은 것이다. 즉 ‘위’라는 것이다. ‘치다’는 급격히 빠르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주먹으로 때린다든지 종을 친다든지 빠르게 때린다는 뜻인 것이다. 이처럼 올챙이는 위로 빨리 뛰어 오르는 놈이란 뜻이었다. 원래 ‘개구리’를 가리키던 이 말이 개구리라는 말로 바뀌면서 개구리의 ‘어린 놈’을 가리키는 단어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다. 정확히 분석하면 올(웃, 위)+치+앙이(아기, 아이 등 작은 것을 가리킴)로 ‘옴치다’, ‘움치다’등이 전부 이 말에서 나온 것이다.(�>올>옮>옴)
아사달과 비탈
‘달’이 산이나 높은 곳을 의미했던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달에 관해 살펴보자. 우선 아사달은 무엇일까? 필자는 ‘아사달’은 ‘앗달’정도로 읽는 게 옳다고 보는 데, 이 ‘앗’은 ‘알’의 뿌리로 ‘태양’ 혹은 '아침'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부터 출발해서 ‘새’(아스카 문화의 ‘아스카’, ‘오리’등의 뿌리)로도 쓰이게 된다. 또 일본 말로 건너 가면 ‘아침(朝)’이란 뜻의 ‘아사’가 되는 것이다.(아침은 태양이 떠오르는 것과 밀접함을 생각하라) ‘배달’이 ‘흰 산’(즉 흰 눈이 덮인 설산)이란 의미라면 ‘아사달’은 ‘태양산’, '아침산'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바로 이 ‘달’이 숨어 있는 말이 ‘비탈’이다. 원래는 ‘빗달’이었다. ‘빗금’에서 보듯 기울기가 있는 ‘달’인 것이다. 이 말이 음이 변해서 ‘비탈’이 된 것이다.
오케바리와 타조
우리가 우스개 소리로 신나서 하는 말 중에 ‘오케바리’라는 것이 있다. 오케는 오케이인 줄 알겠는데 바리는 왜 붙었을까? 이것은 ‘O.K., buddy(친구)’가 변한 말이다. 예전에 미군들이 쓰는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내서 만들어진 말이다. 비슷한 경로로 들어온 말은 ‘뻑’이다. 고스톱을 칠 때 자기가 먹으려고 친 패가 또 나오면 이것을 뻑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영어의 ‘Fuck’이라는 욕에서 유래한 것이다. 차나 상점의 유리를 검게 보이게 하는 것을 지칭하는 '썬팅'은 어디서 왔을까? 이것은 영어의 'sun tan', 즉 검게 그을리다는 말의 발음이 어려운 사람들이 슬쩍 바꿔버린 것이다. 그러면 타조는 왜 타조일까? 타조가 왜 타조인지 알려면 낙타를 생각하면 된다. 낙타란 의미의 타(駝)를 써서 낙타처럼 생긴 새를 지칭한 것이다.
알에 관하여
"어제는 하루 종일 앓았네. 기침이 긋질 않으니... 클클... 그제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었나?"
"네, 선생님. '쇠'까지 말씀 하셨습니다. '해'나 '살' 계통의 다른 말들은 없습니까? '사리'나 '쉬' 같은 것도 설명이 없으셨고요."
"한꺼번에 모두 하기는 숨이 차서... 몇 백 개를 한꺼번에 풀어 놓으면 배우는 사람도 힘들지 않겠나? '숱'에서 한꺼번에 '숲'까지 넘나들면 다 이해하겠나? 그런 것들은 차츰 하기로 하지. 우리 말 어원에 대한 소양이 더 쌓인 다음에... 이왕 나온 것이니 '사리'와 ‘숫처녀’는 얘기하고 넘어 가세. '사리'는 햇살을 생각해야 이해되는 말일세. ‘사리’는 결국 ‘살’과 같은 것인데, 이 ‘살’이란 것이 우리가 눈을 가늘게 뜨고 해를 쳐다보면 햇살이 하얗게 보이지? 그것이 바로 부채살, 화살의 ‘살’이란 말일세. ‘사리’야 ‘삳 + 이(접미사)’이니 결국 같은 것이지. 햇살의 색깔과 모양을 국수 사리와 비교해 보면 재미있지. ‘숫처녀’의 ‘숫’도 ‘해’라는 순수한 결정체를 의미한 것 아니겠나? ‘해’와 ‘새’가 같고, ‘새’에 ‘new’란 의미도 붙인 것을 보면 이 ‘숫’을 이해할 수 있겠지? ‘숫놈’, ‘수컷’의 ‘숫’은 나중에 ‘암놈’과 함께 묶어 얘기하지.”
이제 '알'계열로 넘어가 보세."
"'알'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 약간 들었는데...'ㅎ'이나 'ㅅ'소리가 그렇게 쉽게 떨어질 수도 있나요?"
"그렇지. 'ㅎ'이나 'ㅅ' 소리는 'ㄷ'이나 'ㅁ', 이런 소리와 달라서 쉽게 떨어질 수 있는 소리이지. 쉬운 예로, '후리다'와 '우리다'를 보세. 후리는 것은 우려내는 것 아닌가? 또 ‘후비다’와 ‘우비다’가 결국 같은 것 아닌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해'나 '살'이 원래 갖고 있던 소리는 현재의 'ㅅ'이나 'ㅎ'소리의 딱 중간쯤에 해당하는 것으로 'ㅅ'도 아니고 'ㅎ'도 아닌 소리였지. 우리가 '셔'라고 발음할 때 나는 자음 소리 같은 것이지. 이 소리야말로 'ㅅ'이나 'ㅎ'보다도 더 불안한 소리이고 발음하기 어려운 소리여서 'ㅅ', 'ㅎ', 혹은 '묵음'으로 변해 간 것이라네."
"이제 본격적으로 '알'계열에 대해 말씀 해 주시죠."
"흐흠... 알이 해라서 박혁거세를 비롯한 임금들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화가 있다는 말은 이미 했었네. 이 알로 변해가면서 생겨난 중요한 뜻이 '작다'는 것이네. 처음에 '�'에서 변해왔지만 이 '알'은 새 알을 지칭하는 것으로 국한됐지."
"그러면 '알'계열은 '해'계열, '살'계열과는 약간 다른 뜻을 갖게 됐다는 뜻입니까?"
"그렇지. 위의 두 개가 더 가깝고 '알'은 약간 다른 뜻을 지니게 되었네. 우선 기본형들을 살펴 봄세. '알', '얼', '올', '울', '옷', '옻', '웃', '엇' 같은 것들이 우선 떠오르네."
"각각의 뜻을 살펴서 무슨 상관이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이 계열의 기본 뜻은 '작다', '샘', '알(egg or spawn)', '위(上)', '옳음', '알다', '엇나가다' 등이 있을 수 있네."
"참 여러 가지로 가지를 뻗었군요. 알이야 원래 작은 것이니 당연해 보입니다. 또, 해가 위에 있는 것이고 위에 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을 테니 그런 것들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샘'이라든지 '알다'는 무엇이고 '옳다'와 배치되는 것 같은 '엇나가다'라뇨?"
"'얼'이 무엇인가? 영어로 말하면 essence같은 걸세. 무엇인가 뿜어져 나오는 정수(精髓) 혹은 핵(核) 같은 거지. 해나 알이야 말로 그렇지 않은가? 얼굴이 왜 '얼골'이었겠나? 얼이 담긴 골짜기(구멍)란 뜻이지. 얼을 담고 있고, 구멍이 많지 않나? '알다'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니 별도로 설명하지 않겠네. '엇나가다'란 뜻은 '알'이 작다란 뜻이 되면서 생겨난 뜻이지. 부정적 의미도 갖게 된 것이지. '옳다'란 낱말도 '해'에서 나왔고, '엇나가다'처럼 부정적인 말도 '해'에서 나오다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닌가? 하지만 언어의 세계에선 가끔 나오는 현상이지. 고어의 '어리다'가 '어리석다'란 뜻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알(얼)'에 부정적 의미가 어떻게 배어들었는지 알 수 있을 걸세."
"하지만 '옷'이나 '옻'은 또 어떻게 연결이 됩니까?"
"'옷'을 어디에 입나? 위에 입는 것 아닌가? '옻'도 살갗 위에 입는 '옷' 아닌가? 물론 페인트처럼 약간의 가공을 거치지만. '옻'을 만지면 옴이 옮는데 이것도 전부 '옷(올)'에서 나오는 것이지. 물론 옷을 만드는 '올'도 같은 어원이고... 사실 '옷'은 상의만을 가리키던 것이었지. 그것이 '의복'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지만..."
"네...알 것도 같네요. 그럼 여기서 갈라지는 후손들을 알려 주십시오."
"쿨럭쿨럭...잠시만 쉬었다 하세. 박군, 물 좀 떠오게."
"..."
"자, 이제 몇 개 더 살펴보세. '애', '아이', '아우', '아래', '아침', '오이', ‘오리’.... 우선 이 정도만 살펴 보세. '애'야 '아이'가 줄어든 것이고, 아이야 '� + 이(접미사)'가 변한 것이니 이상할 것이 없지. 여기서 좀 재밌는 얘기를 섞어볼까? 우리 몸의 소장, 대장을 지칭하는 고유어가 '알'이지 않은가? '미주알고주알'이 똥구멍 근처의 장기를 말하듯이... 물고기 내장을 애라고 하지 않나? 여기서 '앓다'가 나온다면 믿겠나? 보건이 발달하기 이전에 가장 자주 아프고, 한 번 아프면 고통을 참기 힘든 곳이 어디였겠나? 바로 '장(腸)'이 아니었을까? 다리란 뜻의 ‘닫’에서 ‘닳다’가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지. 이처럼 우리말은 꼬리가 꼬리를 물고 만들어지는 구조를 가졌네. 여기서 또 나온 것이 '아프다'이지. '�(알) + 브다(접미사)'로 분석할 수 있지. 앓으면 아프게 되는 게 이치이겠지..."
"'아우'나 '아래'는 '작다'란 의미에서 나오는 것 같아서 이해가 되지만 '위'도 '아래'도 모두 같은 뿌리라니 이것도 아이러니이군요."
"그런 셈이 되었네. 아침도 ‘� + 암>임=접미사’처럼 아침에 올라오는 알인 해를 따서 부르던 말이었지. 일본어의 아사(朝)도 우리말이 건너간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거야. 마지막의 ‘오이’도 약간 의외일 텐데. 이런 형태는 대부분 �(옻, 올, 옷, �…모두 같은 것)>오디(오치, 오리, 오시, 오지)>오이>외처럼 변해가는 것이지. ‘오이’는 ‘옻’이란 개념에서 나온 것인지, 그냥 ‘알’을 많이 품고 있다는 뜻인지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후자가 더 설득력 있어 보이네. 중간 과정에서 보이는 ‘오지’도 그 자체로는 남아있지 않지만 ‘오지그릇’(옷을 입힌 그릇), ‘오지랖’(옷의 앞자락) 같은 곳에 화석처럼 남아있지."
‘외상을 긋다’와 ‘회가 동하다’
“나중에 갚을게 그어 놔.”흔히 외상을 질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왜 ‘긋는다’는 표현을 쓸까? ‘적어놓다’가 아니라 ‘긋다’라는 표현을 쓰게 된 이유는 예전의 우리 선조들의 삶의 양식과 관련이 있다. 종이와 필기구가 귀하던 시절에 횟수를 기억하는 방법은 기둥에 칼로 흠집을 내는 것이었다. 주모들이 김서방, 이서방에게 외상으로 술을 주고 적어놓던 방법이 기둥에 흠집을 내 기록하던 데서 유래해서 외상은 긋는 것이 됐다. 맛있는 음식을 보고 “회(蛔)가 동하는데.”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회가 동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때의 회는 회충을 의미하는 것으로 맛있는 냄새를 맡고 뱃속의 회충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신발의 양 옆이 좁은 것을 ‘볼이 좁다’고 한다. 이 말은 예전 우리나라의 신발이나 버선의 모양이 마치 얼굴의 볼처럼 생긴 데서 나온 말이다. 요즘의 신발들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렵지만 신발의 볼이란 말은 여전히 살아 남았다. 이처럼 얼굴의 볼에서 유추해서 붙은 신체어가 볼기(엉덩이의 양쪽 뺨), 보지(여자 성기의 모양이 입 양쪽의 볼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추), 보따리(봇짐, 볼처럼 둥글게 부풀었다는 점에서) 등이 나왔다.
영계와 수육 그리고 제육
TV를 보다 보면 가끔 “난 영계가 좋더라”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이때 영계는 뭘까? ‘young + 계(鷄, 닭)’일까? 정답은 연계(軟鷄). 즉 아직 덜 자라서 살이 보들보들한 닭이란 뜻이다. 병아리가 옛날의 보신 음식이었던 데서 유래했는데, 발음이 변해서 아예 표기법까지 변해 버렸다.
그렇다면 수육은 뭘까? 대뜸 드는 생각은 ‘머릿고기(首肉)’아닌가? 아니다. 그럼 ‘물에 삶은 고기(水肉)’인가? 그것도 아니다. 그렇게 쉬울 것 같으면 왜 등장했겠나? 수육은 숙육(熟肉)이 변했는데, 말 그대로 ‘푹 익힌 고기’를 말하는 것이다. 비슷한 계통으로 우리가 즐겨 먹는 제육볶음의 제육도 맞춰보자. 제사에 쓴 고기인가? 그렇지 않다. 제육은 원래 저육(猪肉)이 변했는데, 저(猪)는 서유기의 저팔계(猪八戒)에서 보듯 돼지라는 의미의 한자(漢字). 결국 돼지고기란 의미를 갖는 말이다.
알과 오리, 그리고 元과 原 우쭐 우뚝 오뚜기
자, 이제 'ㅎ' 혹은 'ㅅ'이 떨어진 말을 살펴보자.
알(egg), 알(고유어의 腸), �(아침의 어원), 얼(정신, 정수), 울(울타리, ‘울다’의 어원), 웃(위, ‘웃다’의 어원), 옷, 옻, 올, 옴, 위(上), 아이(애), 아기, 아지, 아리(어리), 오지(오지그릇=옷 입힌 그릇), 오이(외), 오리, 우리, 오라기, 아(亞, 兒, 牙, 央) 등이다.
이 말들은 모두 'Hot(Sot, Hol, Sol)'에서 'ㅎ' 또는 'ㅅ' 소리가 떨어져 만들어진 말이다. 출발은 같았지만 발전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뜻과는 사뭇 다른 쪽으로도 멀리 나갔다.
모두 동글동글한 것, 작은 것, 위에 있는 것, 혹은 실(오리란 새와 동의어였고 그 털이 실처럼 생겨서 붙여 쓴 것임)이란 뜻이다.
자, 이제 좀 더 깊숙히 살펴보자.
알이야 동그란 것이고, 해처럼 생긴 것이니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북방계에 난생신화가 많은 것은 해=알이고, 태양신을 숭배하던 북방계 주민들에게 있어서 알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하늘이 내린 인물이라는 상징성 때문임은 자명한 것이다. 고유어 '알'은 '앓다(옛적에 앓는 것은 배가 아프다는 뜻이다)', '알다(知)', '미주알고주알(항문 쪽에 붙은 腸의 일부)'이라고 할 때의 알이 바로 장(腸=창자)이고, 이 장은 동글동글한 알 같은 것이 뭉쳐져 이어진 것이 아닌가? 물고기도 배에 알을 품고 있고, 새도 배에 알을 품고 있는 것 아닌가? 왜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겠나? 난생신화, 조류숭배 등은 이런 알이나 새가 바로 태양과 흡사하다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신라가 닭을 숭배한 것은 닭이 곧 태양(새)이 인간세계로 들어온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태양신의 숭배 아니겠나?
�>�>아지>아이>애로 바뀌어서 '애가 타다(腸이 타다=똥줄이 타다)', '남의 애를 끊나니(창자를 끊으니 얼마나 아프겠나?)', '애(물고기 창자)', ‘애(아기)’처럼 변해간 것은 너무도 자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에 처음에 있었던 자음들(‘ㅎ’또는 ‘ㅅ’)을 붙여보면 ‘해’나 ‘새’가 어디서 온 것임도 자명한 것이다.
왜 새의 한 종류가 오리일까? �+'ㅣ'(지소사, 별 의미없이 갖다 붙이는 접미사)에서 '오디'>'오리'로 변해가는 것이다. 여기서 '옷'도 살펴보자. 위에 입는 것이다. 따듯하게 하는 것이다. 오이는 무엇인가? 오돌토돌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줄면 '외'가 돼서, '참외(참오이=알=씨앗을 많이 품고 있고 차가우면서 겉에 옷을 입고 있는 채소)'로 변해가는 것이다. '가마우지'란 새 이름에서 '우지'가 바로 '오리'와 한 형제란 것이다.
이것은 '�'에서 '알', 다시 '앗', 또 다시 '애'로 변해가는 것과 원리가 같은 것이다. '애가 탄다', '애 끓는다'는 보건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 조상들이 제일 자주 대표적으로 아파하던 곳이 창자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고기 내장을 '애'라고 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옻', '올(한 올 두 올, 새의 깃털)', '오르다', '웃(上)', '위(上)', '우뚝', '오뚜기', '우리', '옳다' 등 어느 하나도 우리의 유추를 배반하지 않는다.
여기서 조금 어려워지는 것이, 제목으로 쓰여진 '원(元)과 원(原)'이다.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원리는 간단한 것이니 잘 살펴, 이해하기 바란다.
일단 � 또는 웃에서 출발한다. 한족은 원래 받침을 발음하지 못하던 민족이다. 대개의 초기 한자 발음에는 받침이 있었다. 이것을 발음하지 못하는 한족은 'ㄴ', 'ㅁ', 'ㅇ', 또는 'ㄹ(r)' 소리로 바꾸어 버렸다. 이 과정에서 'ㄴ' 소리가 침투해서 이런 발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발음이 변하는 과정에서 원순화(입술을 둥글게 발음하는 현상)까지 겹치면 현재의 중국어 발음이 만들어 진다. 올(兀, 우뚝할 올)이란 글자와 원(元)이란 글자가 유사함은 이런 점을 웅변하고 있다.
나중에 이런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겠지만, 왜 으뜸, 원류, 뿌리란 의미의 한자들이 우리말 '웃(옷, 올, 울)'과 연관이 있는지를 독자들께서는 간단히 여기서 이해해 주길 바란다.
연관성이 의심되는 한자 : 偉 韋 韓 委 倭 魏 胃(위와 아래=알?) 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