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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으로 정비구역이 해제된지 불과 수개월만에 다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첫 사례가 나왔다.
구역해제 위주의 현행 출구전략 제도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서울 성동구 금호23구역으로 현재 재도약을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제구역 정상화 위원회(위원장 박양원)는 정비구역 재지정을 준비, 재개발사업을 다시 진행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구역해제로 인한 문제점 해소는 물론, 열악한 주거환경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구역은 지난해 6월 정비구역이 해제됐다. 당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가 추진위 해산에 동의하면서 구역도 해제된 것이다.
문제는 열악한 주거환경개선에 대한 꿈은 사라진 반면에 불거진 매몰비용이다. 시는 전체 매몰비용의 약 20%만 지원했다.
이에 따라 기존 협력업체들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매몰비용을 두고 시 정책을 향한 주민들의 불안감과 함께 업체들의 불만은 원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노후지역… 범죄, 주차난, 빈집 등 슬럼화 우려
이달 초 여전히 1970년대 풍경을 간직한 채 지난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금호23구역을 찾았다.
구릉지 일대에는 낡은 저층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한 노인이 힘겹게 올라서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노인에게 양해를 구한 후 어렵게 말을 건냈다.
노인은 “재개발이 된다고 해서 좋은 아파트에서의 삶을 꿈꿔왔다”며 “하지만 해제된 후로는 가파른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 현재 상황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주택가에는 반듯한 길하나 찾기가 어려웠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은 주차된 자동차로 인해 성인 남자 한명이 들어갈 만큼의 여유도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작은 소형차가 진입할 만한 공간도 없는 골목길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화재가 난다면 소방차가 진입할 도로조차 확보돼 있지 않아 주민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그만큼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기반시설이 부족한 이곳은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민들은 슬럼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 주민은 “예전에 재개발이 된다는 소식에 반듯한 길이 정비된 곳에서의 안전한 생활환경을 꿈꿔왔다”며 “하지만 그 꿈도 잠시일 뿐, 적어도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는 제대로 된 길과 주차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어느 가구는 창문이 깨진 채 빈집으로 방치돼 있다. 이러한 경우 마땅히 뛰어 놀 공간 없는 아이들의 놀이터, 혹은 청소년들의 탈선 현장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한 주민은 “밤이면 동네가 어두워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며 “빈 집을 보면 범죄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금남시장에서 금호역까지 도로 위 주차장… 사고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도 연출
이 구역은 사업초기에는 개발 의지가 높았다. 시내로 진입하는 금호역길 병목현상으로 교통 혼잡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로확장을 요구하는 민원이 수년 동안 이어져왔다.
실제로 취재를 위해 자동차로 금호역에서 금남시장으로 진입하는 데는 교통체증으로 인해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금남시장 입구로 진입한 순간에는 도로 폭이 왕복2차선으로 더 좁아지면서 도로 위 주차장을 연상시켰다.
뿐만 아니라 도로를 중심으로 이어진 상가들에 납품을 하기 위해 화물차량들이 기차를 연상시키듯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에 따라 이 구간을 이용하는 차량들은 중앙선을 침범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한 상인은 “이 곳은 도로가 비좁아 사업 초기 주민들은 재개발에 대한 의지가 높았다”며 “대다수의 주민들은 교통정체가 워낙 심하고, 잦은 교통사고로 도로확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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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 끝난 후 구청과 대화
정비구역 재지정 확실히 결론낼 것”
박 양 원
해제구역 정상화 위원회 위원장
“서울에서 금호23구역처럼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은 없습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재개발입니다. 지자체는 다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후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박양원 해제구역 정상화 위원회 위원장은 이와 같이 금호23구역 재개발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이 구역의 주거환경이 워낙 열악해 재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고, 재개발을 통한 사업성도 좋기 때문이다.
해제구역 정상화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비례율을 추산한 결과 150% 이상의 높은 수치가 나왔다.
이는 사업성 향상을 통해 용적률 299%를 적용, 1천10가구 이상의 건립을 가정했을 때의 결과이다.
구역내 토지등소유자는 440여명으로, 향후 조합원분양분을 뺀 일반분양분으로 570여가구가 남게 된다. 따라서 높은 사업성을 예상할 수 있다.
▲이미 과반수 동의로 구역이 해제됐다. 재개발사업 진행이 가능한가
우리 구역은 지난 2010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주민갈등으로 각종 소송에 휘말리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흘러왔다.
그동안 주민들은 주민갈등만 높아지면서 지쳐있었고 결국 구역이 해제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재개발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대다수의 주민들로부터 재개발사업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정비구역 재지정에 대한 지자체의 답변만 남아있다. 정비구역 지정이 다시 된다면 절차에 맞춰 보다 신속하게 사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또 일부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어느 정도 화합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일부 주민들의 갈등을 해소시키고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과의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 대화를 통해 의견차를 좁혀 나갈 것이다.
▲정비구역 재지정을 위해 박 위원장이 노력한 부분은
금호23구역이 정비구역으로 재지정 되는 것을 위해 시와 지자체를 10차례 이상 오고 갔다. 당시 지자체는 개발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답을 해주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10월 시는 정비구역 재지정을 위한 위원회의 질의에 충분한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만 답변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지난달 구에 정비구역 재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질의를 했지만 시의 회신이 지연되고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
여러 차례에 걸쳐 방문 및 질의를 한 결과 지자체는 오는 6·4지방선거에서 시장과 구청장이 새로 선출되면 재개발주택 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선거가 끝나는 6월중 성동구와 정비구역 재지정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를 목표로 두고 있다.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재개발사업을 반대하시는 몇몇 분들이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반대하는 의견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허위 사실이나 유언비어를 주민들에게 유포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은 반대하는 입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지 말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줬으면 한다.
의심나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해제구역 정상화 위원회 사무실을 찾아오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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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비용 신청금액의 20%만 지원 받아
■문제는 뭔가
금호23구역의 해제가 가져온 후폭풍은 비단 주민들의 주거환경개선에 대한 꿈이 사라진 것 뿐만 아니라, 기존 협력업체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추진위가 매몰비용으로 신청한 전체 금액의 20%만 인정돼 사실상 현행 매몰비용 정책이 허상임을 증명하고 있다.
시는 지난 2월 ‘금호제23주택재개발해산추진위원회 사용비용 보조금 항목별 내역 알림’이라는 공문을 통해 1억4천여만원의 매몰비용 지원을 확정했다.
이는 시의 검증위원회를 거쳐 영수처리가 된 등의 내용만 인정한 약 2억원 가운데 기존 시의 매몰비용 지원 범위인 70%를 보조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 추진위가 지난해 7월 신청한 매몰비용 지원 금액은 7억6천여만원에 달한다. 결과적으로는 지원 금액이 전체 신청금액의 약 20%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호23구역 기존 협력업체들은 시의 행정을 생색내기 또는 실적 쌓기라며 거센 비난을 하고 나섰다.
실제 이 구역에 참여한 설계자 J사가 투입한 용역비용은 4억6천여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돌려받은 금액은 6천100만원으로, 약 4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설계자 J사의 전무는 “소송을 통해 손해 본 금액을 돌려받을까 생각도 해봤다”며 “하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을 통하면 기간이 길고, 비용만 더 증가할 것”이라며 “시의 매몰비용 지원 정책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죽이기라는 실적을 쌓기 위한 얄팍한 꼼수다”고 주장했다.
이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