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촌장의 사랑 일기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나는 새들의 날개 죽지 위에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 위에
광장을 차고 오르는 비둘기들의 높은 노래 위에
바람 속을 달려 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지친 어깨 위에
시장 어귀에 엄마 품에서 잠든 아기의 마른 이마 위에
골목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황혼 위에
아무도 없는 땅에 홀로 서있는 친구의 굳센 미소 위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수없이 밟고 지나는 길에 자라는 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에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겨울 밤차 유리창에도
끝도 없이 흘러만 가는 저 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시인과 촌장”이 부른 이 노래는 우리가 평소 무심하게 지나치는 우리 주변의 작은 존재들에게 아주 깊고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래 말을 천천히 소리내어 그리고 묵상하며 두어 번 읽어 보십시오.
아, 아닙니다. 저들이 부르는 노래를 직접 들어보시면 “존재를 향한 따뜻한 관심”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百讀不如一聽(백독불여일청)!